우주와 공생하는 자연적 정신 - 점성술의 근거 <10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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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공생하는 자연적 정신 - 점성술의 근거 <1057호>
  • 강순전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
  • 승인 2019.05.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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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점을 봄으로써 자신의 운명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알고 싶어 한다. 지금도 다소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과거에 남자들보다는 특히 여자들이 점성술에 더 관심이 많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점성술이라는 것은 정말 근거가 있는 것일까? 우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점성술이 어느 정도는 근거가 있고 또 어느 정도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점성술의 근거는 인간의 자연적 정신이 우주와 공생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태어난 때와 시를 근거로 해서 점을 보며, 서양에서는 사람의 별자리에 근거해서 운세를 점친다. 어떤 사람이 갑오년 자시에 태어났다는 것은 육십갑자를 주기로 하는 시간의 흐름에서 특정한 때를 측정하는 것이며, 처녀자리, 쌍둥이자리, 사자자리 등은 한 해를 열 두 등분한 시간의 흐름에서 어느 부분에 속하느냐를 따지는 것인데, 이것은 그 시간에 태어나는 사람이 반복되는 규칙 속에서 특정한 조건 아래 놓여 있다는 생각에 근거한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가? 시간이라는 것은 행성의 움직임, 즉 지구의 공전과 자전에 의해 결정되는데 어떤 때에 태어난 사람은 그 시점에서 우주가 놓여 있는 상태에 의해 조건 지어진다는 것이다. 태양과 지구 등의 행성의 움직임에 의해 형성되는 기운이 인간에게 담겨지고 그러한 커다란 움직임의 기운에 의해 한 인간의 앞으로의 행위의 커다란 궤적이 결정된다는 생각이 점성술의 근본 생각이다.

인간의 행위를 행성의 운동에 근거해서 규정하는 점성술은 인간이 우주와 공생관계에 있는 한에서 그만큼은 타당한 근거를 갖는다. 하지만 인류와 개인의 <운명>을 행성의 위치에 결합시킨다는 점에서 그것은 한갓 미신으로서 퇴치되어야 한다. 점성술은 인간의 정신적 활동을 한갓된 행성의 물리적 운동, 시간과 공간에 종속시킨다. 하지만 인간의 정신적 활동은 우주와의 공생이라는 자연적 생활에 사로 잡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 자립적인 정신으로 자신을 고양시키고 오히려 세계를 자신의 사유에 귀속시킨다. 인간은 행성의 움직임에 의해 결정되는 시간과 공간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립적인 활동을 통해 자신의 고유한 시간과 공간을 만든다. 인간은 자연에 가까운 자연적 정신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 정신으로 발전하며, 인간의 의식적 활동에서 자연과의 공생관계에 의해 규정되는 자연성은 아주 미미한 영향을 미칠 뿐이다. 이것을 절대화하여 인간의 의식적 활동을 거기에 종속시키는 것은 미신이다. 그리고 이러한 미신을 믿는 것은 지성의 약화를 초래한다. 미신은 인간을 자연존재로 고찰한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성을 넘어서는 정신성에서 자신의 본질을 획득한다.

미신은 정신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때에 성행한다. 아직 정신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을 때, 인간은 동물처럼 자연과 공생한다. 갈매기의 움직임을 보고 폭풍우를 예견하는 선장의 직감은 동물적인 것이다. 또 우리는 아직 정신적으로 진보하지 못한 민족에게서 그들이 자연과의 연관에 근거해서 동물적인 직감을 가지고 미래의 사건을 놀랍게 예언하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의식적으로 인식된 법칙에 근거하지 않기 때문에 오류로 나타날 수도 있다. 만일 우리가 그러한 예견이나 예언을 절대적으로 믿는다면, 그것은 미신이고 지성의 허약을 초래한다. 정신이 보다 발전하여 스스로를 성찰하는 자유를 갖게 되면 이러한 자연과의 공생에 기초한 사소한 성향은 사라진다.

과거에 점성술이라는 미신에 대해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더 관심을 많이 가졌던 이유는 무엇일까? 점성술은 자연과의 공생관계에 의해 정신적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며 인간의 자유로운 정신적 활동이 지배적인 단계에서는 점성술이 영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보면, 과거 여성들의 점성술에의 경향은 그들이 아직 사회적 활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처지에 있지 못하고 그렇게 하는 남성에 귀속됨으로써 그들의 운명이 결정되어져 왔다는 사회적 불평등에서 기인하는 한 가지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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