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지금 변화 中, 오는 8월 강사법 시행 예정 <10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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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지금 변화 中, 오는 8월 강사법 시행 예정 <1056호>
  • 임다원 기자
  • 승인 2019.05.13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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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6,655개의 강의와 여전한 의견 충돌

전국 196개교의 강의 수가 지난해 1학기에 비해 6,655개 감소했다. 이는 「고등교육법」 14조 2항의 개정안(이하 강사법)에 인한 변화로, 오는 8월부터 시행되는 강사법 때문에 대학들이 ‘강의 구조조정’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도대체 강사법이 뭐길래 강의 수가 이토록 줄었으며 대학과 강사, 학생들까지도 목소리를 내는 걸까? 본지가 강사법으로 파생된 대학가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봤다.

강사법이 뭐길래... 고등교육법 개정의 골자는?
고등교육법 제14조의 2항 개정 골자
① 임용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림
② 강사에게 방학기간 중에도 임금 지급
③ 4대 보험과 퇴직금 보장
④ 강사에게 교원 직위 명시
⑤ 소청심사권 명시(강사가 직접 부당해고나 부당징계 등에 대응 가능)

강사법이란 법률 제15948호,「고등교육법」의 제14조 2항을 뜻하는 것으로 그 논의는 9년 전부터 시작됐다. 2010년, 조선대학교 영문학과의 한 시간강사가 교수임용 비리와 시간강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 때문에 자살한 사건이 그 시발이었다. 그러나 강사법을 둘러싼 대학과 강사들 간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지난 8년간 국회에 계류됐다. 긴 계류 끝에 올해 8월 시행 
예정인 강사법은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이하 강사제도 협의회)’의 논의 후 지난해 12월 개정됐다. 그러나 강사법이 시행되기도 전, 대학가에는 ‘강사’ 대량 해고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당초 강사법의 목적인 강사들의 처우 개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선 강사법 개정의 골자를 알아야 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강사법의 주요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강사의 임용기간 보장을 기존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늘렸다. 둘째, 강사에게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셋째, 4대 보험과 퇴직금을 보장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넷째, 강사에게 교원 직위를 명시했다. 마지막으로, 강사가 부당 해고나 부당 징계 등에 직접 대응할 수 있는 소청심사권을 명시했다. 다수의 조항이 금전적인 부분과 관련 있기 때문에 대학들은 돈 걱정이 우선이다. 강사법이 대학들에 재정 부담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수년간의 등록금 동결, 재원 나올 곳 없어 곤혹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더불어 등록금 동결로 재정 수입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강사법은 대학 사회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2019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이하 대학정보공시분석)’에 따르면 분석 대상 196개교 중 191개교인 97.4%가 올해 등록금을 동결(174개교)하거나 인하(17개교)했다. 지난해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분석대상 185개교 중 177개교인 95.7%가 등록금을 동결(165개교)하거나 인하(12개교)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각 학교 학원장들도 강사법에 대해 꾸준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강사법의 영향으로 강사의 수는 줄어들 것이고 그에 반해 남은 강사들이 의무적으로 일정 수 이상의 강의를 맡게 되니 교육의 질적 저하가 초래된다는 의견이다. 또한, 재정 악화로 인해 강좌 수와 강사 수가 모두 줄어 결국 한 명의 강사가 대형 강좌를 맡게 되니 교육의 질 저하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는 지난해 11월 23일 건국대학교에서 열린 제21회 정기총회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께 드리는 건의문’을 발표, 6가지 건의사항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해당 건의문에서 사총협은 “대학의 충분한 준비와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시행되는 강사법은 시간강사들의 대량 해고를 불러올 것이다. 또한 대학원생 등은 강사를 기피할 것이며 강사 수급을 경직화해 교육과정의 다양성이 위축되고 학생들의 교과목 선택권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2019년 1학기가 시작된 후의 상황은 사총협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대학이 학기가 시작하자 △교양 강의 축소 △여러 명의 강사가 맡던 강의를 한 명의 강사가 담당 △인터넷 강의 증설 △전임교원 강의 증설 등의 방식으로 강사법이 야기하는 재정 부담을 줄이려 하고 있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12월 8일 본회의에서 대학들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시간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을 총 288억 원 배정했다. 자세한 항목을 살펴보면 국립대학의 경우 시간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을 71억 원으로 증액했으며, 사립대학은 시간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 217억 원을 별도로 반영했다. 그러나 대학들은 이 금액으로 전국 400여 곳에 달하는 대학과 전문대학의 강사법 비용 부담을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이하 임 연구원)은 “정부 부담 금액이 사실상 너무 적다. 정확히 산출은 못하지만 대학 측에서는 강사법으로 인해 3,000억 원 정도가 소요될 거라고 예측했다. 물론 정확히 추산된 바는 없기에 3,000억 원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실제 대학들이 예측하는 예산보다 정부 지원 예산이 적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직 예산의 세부 명세가 없는 것도 문제다. 이와 관련해 서울권 소재의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정부가 사립대학에 특별 예산을 배치했다 뿐이지 이를 어떤 방식으로 각 대학에 배분할지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 현재 대학의 예산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근무 중인데, 정확히 아는 바가 없으니 예산을 책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기는 힘들다”며 어려움을 밝혔다.

강사법, 진정으로 강사를 위한 법? 
앞서 언급했듯이, 강사법은 지난해 9월 △시간강사 △대학 △정부가 각각 추천한 전문가들이 포함된 강사제도 협의회가 논의 끝에 발표한 개선안을 바탕으로 발의된 것이다. 이해당사자들의 논의 끝에 발의됐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개정된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시행을 세 달여 앞둔 현시점까지 여전히 갈등은 첨예하다. 이러한 갈등 속에 강사들은 계속해서 문제 제기 중이다. 지난 7일에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하 한교조)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해당 기자회견에서 한교조는 “강사법은 있는데 강사가 사라졌다”며 “전년도와 대비해 2019년 1학기에 강사가 담당하는 학점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본지가 대학정보공시분석을 토대로 이들의 주장을 확인해 봤다. 우선 올해 대학들의 총 강좌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분석 대상인 총 196개교의 전체 강좌 수는 2018년 1학기 312,008개에서 올해 1학기 305,353개로 총 6,655개가 감소했다. 게다가 올해 시간강사의 강의 담당 비율은 19.1%(138,854학점)로 2018년 22.5%(164,689학점)에 비해 3.4%p 줄어들었다. 같은 분석에서 △겸임교원(1.4%) △초빙교원(0.1%) △기타교원(1.0%)의 강의 담당 비율이 증가한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또한 올해 1학기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은 66.6%로 2018년 1학기보다 1.0%p 상승했다. 이는 2017년 1학기(65.8%)에서 2018년 1학기(65.7%) 사이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이 0.1%p 하락한 것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수치다. 강의 규모로 따지면, 소규모 강좌는 줄고 대규모 강좌는 늘었다. 

한교조 서울 · 경기 · 인천 · 강원 지역 분회의 전유진 사무국장은 강사법에 대해 “현재의 강사법 시행령은 강사들의 처우개선을 보장하기엔 미흡한 상황이다”라며 “사립대에서 주당 6시간 강의하는 강사들의 대부분은 월 120만 원을 받기도 힘들다. 그마저도 방학을 제외하면 한 학기에 4개월만 받을 수 있다. 때문에 그 돈을 6개월로 나누면 80만 원가량이다. 거기서 세금과 고용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까지 제외하고 지급된다. 결국 월 10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간 것이다”고 강사들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더불어 “강사법은 처음 취지대로 강사들의 최저 생계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그러나 현재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운운하며 대학을 관리, 감독해야 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대학은 그런 교육부를 등에 업고 강사들을 해고하는 행태다”고 주장했다.

사라지는 강의들, 배제되는 학생들

강좌와 강사 수가 줄어들며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건 학생들이다. 대학과 강사 간의 갈등이 첨예한 와중 당장에 발생하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는 고려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세대학교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의 위원장 문화인류학과 2학년 박여찬 학생은 “2019년도 1학기 수업이 많이 줄어들었다. 선택교양 같은 경우, 예체능 분야를 제외하면 66%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뒤이어 “이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총 730명가량의 학생이 참여했다. 이들의 약 90%가 현 학사제도개편의 양적, 질적인 변화가 양적, 질적인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대답했다”며 “또한 약 90%의 학생들이 이로 인해 자신들의 학습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물론 그 학생들이 전체 학생을 대표한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적지 않은 학생들이 불만과 어려움을 토로했다는 건 현 강사법 개정이 분명히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세대학교 외에도 중앙대학교, 고려대학교에서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 위원회를 구성, 학교와의 면담과 기자회견 및 자체적인 설문조사 등을 통해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체 대학 학생 중 강사법에 대해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경우는 드문 실정이다. 결국 강사법으로 인해 학습권이 침해되는 현실 속에서 대부분의 학생은 배제되고 있다. 임 연구원은 “학생들이 수강신청 하면서부터 느낄 텐데 수업 자체가 없어지거나 기존 소규모 수업이 중규모나 대규모로 변경된 경우들이 있을 거다. 이럴 때 불만을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주체도 학생임을 알아야 한다. 요즘은 총학생회가 없고, 있다 하더라도 단순히 학생들의 복지에 신경 쓰는 경우가 많다보니 몇 개 대학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학내에서 문제가 모이지 않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탁상공론이 되지 않기 위해선... 

지난 5일 교육부가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에게 제출한 ‘대학 강사제도 운용 매뉴얼(시안)’에 강사의 ‘방학 중 임금’에 대한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다시금 불붙고 있다. 지금까지 강사법 골자 중, 대학의 재정 부담을 초래할 항목으로 ‘방학 중 임금 지급’이 꼽혔다. 이러한 임금 지급 문제를 대학과 강사 간 자율계약에 맡기겠다는 얘기에 강사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다시 새로운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강사들과 대학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 연구원은 “지금까지도 법안은 통과됐었다. 그러나 법안 통과 후 적용 시기를 두고 논란이 지속돼 유예 기간이 길어져 계류됐다. 그랬던 법안이 이제 곧 최종 시행을 앞둔 건데, 지금 흐름을 보면 사립대학들은 시간강사를 대폭 줄이고 있다. 시간강사 인원도 줄이고 담당하던 수업도 줄였다. 또 시간강사를 이름만 바꿔 겸임교원 또는 다른 비전임교원으로 고용해 강사법 적용을 피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에는 대학 재정 지원 평가에 시간강사 관련 항목을 넣겠다고 얘기 했지만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미 상당수의 시간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강사법이 시행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세 달여 남짓. 그 기간 동안 이해관계 충돌이 어떻게 해결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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