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국회라는 건 우리도 안다 〈10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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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국회라는 건 우리도 안다 〈1056호〉
  • 임정빈 기자
  • 승인 2019.05.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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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모든 언론의 관심은 국회에 쏠려 있었다. 선거제 개혁 및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안건신속처리제도) 지정을 두고 여야가 격하게 대립했기 때문이다. 자연히 국가적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고성과 막말, 몸싸움 그리고 도무지 국회에서는 필요 없어 보이는 연장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언론은 일제히 그 어느 때보다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식물국회 지나니 동물국회’, ‘국회에 빠루, 해머 등장’ ‘6시간 감금’ 충분히 대중의 관심을 끌만한 자극적인 단어의 제목 그리고 장면들이었다. 정말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이기도 했다. ‘패스트트랙이란’, ‘패스트트랙 반대 이유’, ‘사보임’ 등의 관련 검색어가 해당 기간 내내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단을 차지했으니 말이다. 초기 보도는 왜 동물국회가 됐는지는 뒷전인 듯 했다. 그저 동물 같은 모습만 보여줬다.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광경을 통해 관심을 끌기 바빴던 것이다. 포털 기사 속에도 현 상황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하나의 인포그래픽 보다 국회의원들 간 몸싸움과 이로 인해 일그러진 그들의 표정 그리고 회의장 앞에 드러눕고 있는, 원초적이고 말 그대로 동물국회를 연상시키는 사진이 먼저였다. 게 중에는 본인 사무실에 갇혀 있는 국회의원의 모습도 있었지만, 그가 왜 감금 됐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한참 뒤에야 찾아볼 수 있었다. 이처럼 격한 대치가 끝난 뒤에야 상황 설명을 위한 후속 · 심층 보도가 이어졌지만, 이번에도 남은 것은 결국 정치혐오 뿐이었다. 언론은 다시 한 번 초기 프레이밍(Framing)에 실패했다. 마치 ‘기레기’라는 단어를 대중화 시킨 과거의 어떤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처럼.

지금 국회에서 대립하고 있는 이슈는 단순히 소비로만 끝날 것들이 아니다. 모두가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숙의해야 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이를 우리도 알고 있다. 우리에게 국회가 어떻게 싸우는 지는 뒷전이다. 더더욱 앞으로 이번 이슈와 관련된 보도가 신속하고, 흥미롭기보다 다소 늦더라도 심층적이어야 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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