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정신질환자를 둘러싼 여론이 뜨겁다. 지난달 17일 21명의 사상자를 낸 진주 아파트 방화 , 살인사건과 24일 창원 아파트 이웃 할머니 살인사건, 그리고 지난 1일 부산에서 발생한 친누나 살인사건까지 최근 전국 곳곳에서 조현병 환자들에 의한 강력범죄사건이 연일 보도되면서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조현병 포비아(공포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해가며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격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법입원제를 도입하고 외래치료를 강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사법입원제란 정신질환자가 거부하면 입원치료가 불가능한 현행법을 완화해 4촌 이내 친족이나 동거인, 법원 및 사법기관도 입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뜻한다. 즉 자 , 타해 위협이 있는 중증정신질환자를 병원으로 격리해 치료하는 절차를 보다 쉽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취지는 좋다. 정신질환은 감기처럼 ‘병(病)’의 일환이기 때문에 치료를 받는 것이 사회건강을 증진시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특히 본인의 병을 자각하지 못하는 중증정신질환자의 경우, 일차적으로 격리해 치료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격리하기 이전에 신경써야할 부분은 사회가 그들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냐는 것이다. 격리해서 치료하더라도 재발의 가능성이 있는 정신질환의 특성상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현실은 관리체계가 미흡한 듯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226개 시군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중 보건복지부가 정한 사업수행인력 정원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47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적은 예산도 문제다. 올해 보건복지부의 보건예산 11조 1,499억 원 중 정신보건 예산은 1.5%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신보건전문요원 1명이 최대 200명의 환자를 담당해야하는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2022년까지 인력을 충원해 1인당 담당 환자 수를 29명까지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1인당 10명 수준인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친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중증정신질환자들을 격리만 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 아니다. 격리 이후에 올바르게 치료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면 격리는 곧 차별이 될 것이다. 중증정신질환자를 무작정 격리하기 이전에 관리체계부터 확립하는 게 선행돼야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