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스타트업, 시작이 없다 <10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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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스타트업, 시작이 없다 <1053호>
  • 오상훈 기자
  • 승인 2019.04.01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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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강좌의 질 미반영과 사회 안전망 부족으로 인해...

신생 창업기업을 뜻하는 스타트업은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는 주요 전략 중 하나다. 올해 정부의 창업 지원 사업 규모는 1조 1,180억으로 전년 대비 43.4% 증가했으며, 대상 부처는 7개에서 14개로, 사업 수는 60개에서 69개로 증대됐다. 이는 정부의 지원 규모만 집계된 것으로 지자체의 스타트업 지원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더욱 방대해진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스타트업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산학협력 정책을 통해 창업 친화적 학사제도와 창업 강좌 증가 등으로 대학생들의 창업을 장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대학 창업 생태계가 나아졌을까? 대학 스타트업의 현실을 돌아봤다.

스타트업의 영향력
스타트업은 고용 악화를 타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이 성공한다면 전반적인 경제 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실제 스타트업은 경제 지표, 특히 고용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와 관련한 대표적 사례로는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이 있다. 우아한 형제들은 창업 초기인 2011년, 직원 수가 10명도 채 되지 않는 신생 스타트업이었지만, 현재는 63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우아한 형제들과 같은 스타트업 성공사례가 늘어나면 현재 최악의 상황이라고 평가받는 실업률을 완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스타트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학에서부터 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수립하며, 지난해에는 대학창업에 약 1,700억 원을 지원했다. 대학창업 지원 정책의 종류에는 창업 친화적 학사제도 수립과 창업교육 지원 등이 있다. 세분화하자면, 창업 친화적 학사제도에는 창업휴학제도와 창업대체학점 인정제도 등이 있으며, 창업교육 지원에는 △창업 강좌 △창업 동아리 △창업 경진대회 지원 등이 있다. 중소기업벤처부와 창업진흥원은 지난 2월 11일에 ‘2018년 대학 창업통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대학생 창업기업 수가 2017년에는 전년보다 312개가 늘어난 1,503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전체적인 지표가 증가했다고 명시했는데, 위에서 언급한 대학 창업 지원 제도를 이용하는 대학생 수가 전부 늘어났다는 것이다.

고려되지 않는 창업 강좌의 질
하지만 이와 같은 지표가 증가한 것으로 대학창업생태계가 나아졌다고는 볼 수 없다. 그리고 그 원인에는 산학협력을 주도하는 LINC 사업과 한국 사회의 문화적 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LINC 사업의 평가 항목 중 창업강좌의 질이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창업 강좌는 대학생들의 창업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국민대학교 산학협력단 차주헌 단장은 “창업 지식 없이 창업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며 “창업 강좌는 그런 점에서 중요한데, 창업에 대해 막연할 수 있는 학생들에게 간접적 경험이라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산학협력을 주도하는 LINC 사업의 평가 요소는 창업 강좌의 질을 보장할 수 없었다.

▲ LINC 사업의 핵심성과지표 13개 항목 중 7, 8번 항목이다. (출처/ 교육부)

정부는 ‘LINC 사업’과 ‘LINC+ 사업’을 통해 대학 창업을 이끌고 있다. 교육부에서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시행한 LINC 사업은 산학협력 선도대학을 선정해 대학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대학 창업 주요 정책이다. 하지만 LINC 사업의 평가항목 중 하나인 ‘창업지원 현황’에는 창업 강좌의 시수만 있었을 뿐 강좌의 질과 관련된 항목은 없었다. 이는 대학이 창업과 관련 없는 기업 대표 특강을 진행해도 창업 강좌를 진행했다고 인정받을 여지를 준다. 물론 LINC 사업의 평가 항목에는 실습 강좌와 관련된 항목도 있기는 했지만, 이수한 학생 수만 반영할 뿐, 강좌의 질은 반영요소가 아니었다.

LINC 사업은 지난 2016년부로 종료됐고 교육부는 2017년부터 LINC 사업을 개정한 LINC+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사업에는 강좌의 질을 반영할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됐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한국연구재단이 지난 1월 30일에 발표한 ‘2019년도 사회 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산학협력 고도화형) 추진계획(단계평가) 공고’에 따르면, LINC+ 사업의 핵심성과지표 중 산학협력 교육 및 인프라 항목에는 현장실습 및 캡스톤디자인 이수 학생 비율과 공동 활용장비 활용기업 수 및 운영수익금이 전부였다. 

한편, ‘2018년 대학 창업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강좌 중 실습형 강좌가 지난해 2,479개(21.0%)로 전년 대비 1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수치는 오히려 전년도 창업 강좌 중 실습형이 6.5%였다는 것을 방증한다. 

창업강좌, 창업 경험 없는 교수들이 맡기도 해...
각 대학의 창업 강좌를 맡은 교수들의 전문성은 창업 강좌의 질과 직결된다. 벤처기업가로 활동 중인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윤병동 교수(이하 윤 교수)는 “교수 창업은 전형적인 기술 창업으로,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창업과는 태생적으로 접근법이 다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교수 창업 경험은 많은 대학생들에게 큰 지침이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LINC 사업의 평가항목에 따르면 창업 경험이 없는 교수들이 창업 강좌를 맡는 것이 가능했다. LINC 사업의 핵심평가지표 중 교수 연관 항목은 △교수업적평가 시 산학협력실적 반영 비율 △산학협력 중점교수 현황 △교수 1인당 산업체 공동연구 과제 수 및 연구비 △교수 1인당 기술이전 계약 건수 및 수입료가 전부다. 하지만 이 항목들은 교수의 창업 경험과는 관련이 없다. 산학협력 실적은 논문이나 연구로 대체할 수 있으며 기술이전은 창업이 아닌 기술 판매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학협력 중점교수의 인정 기준인 산업체 경력은 창업 경험이 아닌 기업 근무 경험이기 때문에 창업 경험과는 관련성이 적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미국의 대학정보 전문기관인 프리스턴 리뷰가 미국 대학의 창업 강좌 담당 교수 중 평균 78%가 창업경험이 있는 것으로 분석한 것과는 대조된 결과다.

▲ LINC+ 사업의 핵심성과지표다. (출처/ 교육부)

개선된 LINC+ 사업도 마찬가지다. 산학협력중점교수의 수와 교수업적평가의 산학협력 실적 실제 반영률 등이 그대로인 것을 통해 교수의 창업 경험 평가 기준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적 걸림돌

창업 강의나 교수 전문성과 같은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한국의 창업 문화 자체가 현재 대학 스타트업의 부진으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스타트업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이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가 한 · 중 · 일 대학생 5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뒤 발표한 ‘한 · 중 · 일 창업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의 78.8%는 창업보다 취업에 관심이 있다. 또한, 창업 희망 업종으로 가장 많은 수치인 31.3%가 요식업에 관심이 있다. 반면, 중국의 대학생들은 IT 창업에, 일본의 대학생들은 문화 , 예술 , 스포츠 창업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해당 조사에서는 한국 대학생들이 창업을 취업의 대안으로 보는 경향이 있으며, 혁신적인 기술이나 도전보다는 생계형, 저부가가치 창업에 눈길이 쏠려있다고 설명한다.

▲사진은 요식업 창업을 장려하는 지하철 광고판의 모습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한국 사회의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가 꼽힌다. 실제로 지난 2017년 12월 창업진흥원이 2,4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 창업 인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약 32.6%의 응답자들이 창업하지 않는 이유로 ‘창업에 실패하면 재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를 꼽았다. 이는 가장 많은 응답 비율(39.5%)을 기록한 ‘창업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 능력 경험이 부족해서’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치다. 비슷한 현상은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015년에 8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창업 관련 국민의식 변화와 시사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70.9%가 우리나라는 한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려운 사회라는 것에 공감했으며, 91.7%는 “우리나라는 창업했다 실패하면 개인 신용불량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스타트업을 꾸렸던 경험이 있는 김태우(경제 16) 학우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청년들이 창업을 기피하는 원인 중 하나는 창업 실패로 인한 사회 단절이라고 생각한다”며 “과거에 비해 장기화된 평균 취업준비 기간은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더욱 증폭시키고 폐업에 따른 부채는 결혼, 집 장만, 인간관계 등에 있어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는 의견을 전했다.

‘2018년 대학 창업통계 조사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대학 창업을 지원하는 금액과 수단이 이전보다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사회 안전망이 부실해 한 번 창업에 실패한 사람들이 재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연간 약 87만 개의 기업이 탄생하지만 64만 개가 소멸하고, 폐업 기업인의 부채는 평균 3억 5천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이러한 현실에 대해 창업 생태계의 선순환이 단절된다고 분석했다.

재창업 지원과 산학협력 개선을 통해...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재창업을 지원하는 사회 안전망이 구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4월, 향후 5년간 연대보증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연대보증은 보증인이 채무자와 연대하여 채권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제도로 창업자가 폐업을 하게 될 경우, 신용불량자가 되는 주 원인이었다. 또한, 중소기업벤처부는 지난해 9월 ‘7전 8기 재도전 생태계 구축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의 주요 내용은 4년간 약 1조 원을 투입해 실패한 기업인의 재기를 돕겠다는 것이다. 정책 방향이 창업 장려에만 그쳤던 것이 사회 안전망으로 일부 옮겨간 것이다.

산학협력 또한 개선될 방향은 있어 보인다. 교수의 산학협력 실적을 LINC 사업 자체에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 이력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윤 교수는 “교수에게는 승진과 정년보장이 가장 중요한데, LINC 사업이 교수 이력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미미하다”며 “현재 연구재단 등의 정부 과제 수주에는 저널논문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꿔 말하면 창업이나 기술이전 등의 산학협력 실적이 교수의 이력과 과제 수주에 반영된다면 교수 창업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고, 이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스타트업의 양적인 생태계 지표가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증가하고 있는 스타트업 인프라에 대학생들이 편승하려면 인력 문제 개선 및 사회 안전망 구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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