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방, 두 개의 주거 공간 주거약자를 위협하는 방 쪼개기 <1052호>
상태바
하나의 방, 두 개의 주거 공간 주거약자를 위협하는 방 쪼개기 <1052호>
  • 임다원 기자
  • 승인 2019.03.17 1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흔히들 집이라 하면 안전하게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떠올린다. 그러나 옆집의 알람 소리가 벽을 뚫고 들리고, 통화할 때면 누군가 들을까 노심초사해야 하는 집도 있다. 게다가 화재 위험도 높아 집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조차 없다. 만일 내가 거주하고 있는 방이, ½짜리 방이라면? 불법으로 쪼개진 방. 그 속에 사는 주거약자, 청년들의 이야기를 본지가 살펴봤다.

처음엔 하나인데 나중엔 둘인 방
일명 ‘방 쪼개기’라 불리는 위반 건축은 건축물의 △기둥 △보 △내력벽 △주 계단 등의 구조나 외부 형태를 수선 · 변경하거나 증설하는 ‘무단 대수선’의 한 갈래다. 쉽게 말하자면 건축법상 승인받은 방을 합판 등을 세워 나누는 것으로 세입자를 추가로 확보하는 임대인의 편법이다. 즉 등기부등본상 전유부분 구분 소유된 건물에서 독립한 주거, 점포, 사무소 등으로서 개별적으로 소유하는 면적을 쪼개 방을 늘리고 이를 임대해 임대인이 금전적인 이득을 본다. 지난 2017년 10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하 이 의원)이 공개한 ‘서울시 방 쪼개기 단속 · 조치 내역’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방 쪼개기 단속 건수는 122건에서 161건으로 증가추세다. 2017년 10월까지 적발된 건수도 129건으로 5년간 총 649건에 달한다. 이는 비단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공인중개업을 하고 있는 김 공인중개사는 “근무 중인 사무실 주변 원룸을 보면, 정해진 방 개수보다 더 많이 임대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며 “벽을 나눠 방을 쪼개 더 많은 가구에게 임대하다 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렇듯 문제 발생 우려가 많은 방 쪼개기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 김 공인중개사는 “우선 겉으로 보이는 바닥이나 싱크대 같은 기본 구조물들을 마치 한 가구인 것처럼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싼 재질로 마무리한다. 이 상태로 시에서 준공 검사를 할 때까지 두다가 한 가구로 준공 허가를 받고나면 이를 철거하고 방을 나눠 두 가구가 입주할 수 있게 공사를 마무리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편법으로 처음엔 하나의 방이었던 게 결국 두 개의 방이 되는 것이다.

쪼개진 방에 살 수밖에 없는 청년들
이처럼 무단 대수선된 방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밀집해있다. 주거비 부담이 높은 대학생들에게 평균 시세보다 저렴하게 방을 임대하기 때문에 쪼개진 방의 수요가 많은 실정이다.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에 거주하고 있는 24세 윤상희 씨(이하 윤 씨)는 보증금이 없고 월세가 싼 데다 상권이 좋아 쪼개진 방이란 걸 알면서도 입주했다. 윤 씨는 “보증금 없이 매월 37만 원을 납부했다”며 “가벽으로 분리해놓은 방이다 보니 방음이 되지 않아 드라이기 소리가 들리거나 진동 울림이 느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한 “큰소리로 통화를 하다가 옆 방 입주자로부터 소음 민원을 받은 적도 있다”며 “방 쪼개기가 만연하면 화재 위험을 공유하게 되고 소음 등의 생활 문제로 입주민 간의 마찰이 생길 수 있기에 개선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다방’에 따르면 지난 3월 11일 기준 신촌역 원룸 평균 매물가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49만 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윤 씨의 사례처럼 보증금이 없고 월세 부담이 평균가에 비해 10만 원 이상 저렴한 쪼개진 방에 청년들의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쪼개진 방의 시세가 저렴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래는 한 명만 머물 수 있는 방에 두 명의 입주민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세가 50만 원인 방을 두 개로 나누어 각각 40만 원을 받으면 총 80만 원의 월세를 받을 수 있어 30만 원의 이익이 남게 된다. 결국 방 쪼개기는 임대수익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전라북도 익산시에 거주하고 있는 A 씨는 지난해 2학기, 불안함 속에 잠들었다. “보증금 없이 한 달에 40만 원이라는 저렴한 월세에 입주했는데 방 한쪽이 얇은 합판이었다”며 “합판 쪽 벽에는 문도 있었는데, 얇은 벽지로 덧대있었다. 옆집에 남자분이 살고 있었고 성인 남성의 힘이면 벽을 뚫고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아 무서웠다”고 전했다. 또한 “소음이 심해 휴대전화 진동 소리까지 공유할 정도였다. 아침마다 들리는 옆방의 알람 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A 씨는 한 학기가 지난 뒤 거주지를 옮겼다. 우리 대학 김세호(정외 17) 학우는 “자취를 하려고 학교 근처 방을 알아봤는데 금액이 부담스러웠다”며 “주말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 방세는 낼 수 있겠지만 생활비가 걱정됐다. 대부분 이런 이유로 위험과 불편을 감수하고, 저렴한 쪼개진 방에 입주한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방에 따르면, 서대문구의 원룸 평균 매물가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0만 원, 처인구 원룸 평균 매물가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5만 원이다.

쪼개진 방, 안전은 어디에?
방 쪼개기가 만연한 대표적인 주거 공간은 고시원이다. 지난해 8월 발간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진미윤, 최상희 연구원의 「고시원 공급 · 운영 관리 실태와 향후 정책 방향」 논문은 고시원을 “건축물 관리대장에 등재된 고시원 건물의 허가 내용을 보면, 전체 대상 11,899개의 고시원 중 5,432개가 신축 허가를 받은 반면, 용도변경은 74개, 증축은 92개이다. 건축물에 대한 허가 내용이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은 6,269개는 무법 시대의 유산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고시원의 용도 변경과 증축을 관리할 방법이 뚜렷하지 않아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다보니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가 참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1월,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시 종로구 국일고시원 건물도 위반건축물 의혹으로 수사 중에 있으며 불이 나기 전 42평의 공간을 29개의 객실로 나누어 총 26명이 거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
기도 했다.

주택을 쪼갠 방도 상황이 심각한 건 매한가지다. 주택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이 어렵다. 이때 방이 쪼개져 있으면 화재 위험은 더욱 커진다. 서울소방재난본부의 홍보기획팀 송호정 담당자는 “방 쪼개기는 방을 늘리기 위해서 기존의 공간을 합판 등의 가열성 재료로 나눈다. 합판을 설치하고 그 안에 스티로폼이나 폴리에스터 재질 등의 화학 물질로 단열을 한다. 이 때문에 화재가 나면 열에 매우 취약해진다”며 “그러나 방을 쪼갠 대부분의 건물은 주택에 해당되어 소방 점검 해당 시설이 아니다. 그럼에도 서울시에선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소방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일고시원 평면도(출처 / 소방청)

 

▲사진은 우리 대학 인문캠 근처에 위치한 원룸텔의 모습이다.

여전한 방 쪼개기, 언제쯤 해결되나…
방 쪼개기가 적발되면 「건축법」 제80조에 따라 임대인에게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나눠진 방을 파악하기가 어려워 이에 대한 단속도 어려운 실정이다. 김 공인중개사는 “근처에 사는 누군가가 주차장 문제 등으로 불편을 겪어 신고하면 그때 단속이 들어가 이행강제금을 낸다. 이행강제금을 낸 후 시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김 공인중개사의 말처럼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후 건물이 시정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의 ‘서울시 방 쪼개기 단속 · 조치 내역’에 따르면

제80조(이행강제금) ① 허가권자는 제79조제1항에 따라 시정명령을 받은 후 시정기간 내에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건축주등에 대하여는 그 시정명령의 이행에 필요한 상당한 이행기한을 정하여 그 기한까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면 다음 각 호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다만, 연면적(공동주택의 경우에는 세대 면적을 기준으로 한다)이 85제곱미터 이하인 주거용 건축물과 제2호 중 주거용 건축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금액의 2분의 1의 범위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금액을 부과한다. <개정 2011. 5. 30., 2015. 8. 11.>

적발된 방 쪼개기 649건 중 시정 완료된 건수는 342건으로 시정률이 52.7%에 그쳤다. 시정률이 절반 수준에 그치는 이유는 단속으로 내야하는 이행강제금보다 방 쪼개기를 통한 임차인의 임대수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앞서 제시한 이 의원 자료에 따르면, 동작구청의 단속 사례를 바탕으로 2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은 건물과 주변 시세를 조회한 결과, 원룸 5실 기준 이행강제금은 2년간 최대 1,000만 원, 임대수익은 4,800만 원으로 조사됐다. 적발 시 납부해야 하는 이행강제금보다 방을 쪼개서 얻는 임대수익이 4.8배 높았던 셈이다. 임대수익은 크고 벌금은 적으니, 위반 건축물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개선되지 않는 임대인들의 불법적인 돈놀이에 주거 약자들만 힘들어지고 있다.

어디서 살아야 하나요?
한편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18 서울권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평균 16.9%이며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기숙사 수용률은 21.9%, 전체 대학 평균은 33.8%로 나타났다. 김예닮(국통 17) 학우는 “자취를 하려 방을 구하는데 마땅한 공간을 찾지 못하자 차라리 공원 벤치에서 자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이전까지만 해도 고시원은 살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고시원에 사는 친구가 생겼다”는 심정을 전했다. A 씨는 “대학생 입장에서 임차인의 권리보다 저렴한 가격이 제일 중요했다. 급하게 복학하느라 인터넷으로만 방을 확인했었다. 입주하고 나니 쪼개진 방이었는데, 이것이 불법행위라 한들 신고 절차나 구제 방법이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생들이 무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토로했다. 의(衣), 식(食), 주(住). 가장 기본적인 생활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 현실 속에 청춘들은 누울 자리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