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사는 대학생 위한 정책, 실효성 없어··· <10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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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사는 대학생 위한 정책, 실효성 없어··· <1052호>
  • 오상훈 기자
  • 승인 2019.03.1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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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빈곤층’으로 몰리는 대학생들

‘1000에 50’은 방을 구하는 대학생들에게 무섭도록 천편일률적인 숫자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대학생들에게 1,000만 원의 보증금과 매달 50만 원의 월세는 큰 부담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월,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다방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서울 주요 대학가 전용면적 33㎡ 이하 원룸 등록매물 5,000건의 보증금을 1,000만 원으로 일괄 조정해 분석한 결과, 12월 평균 월세는 54만 원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대학생들의 월세 비율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각 대학의 기숙사도 추가로 건립되지 않는 마당에 대학생들은 학비와 함께 높은 주거 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대학생들을 위해 △행복주택 △청년전세임대주택 △주거안정 월세 대출 △행복기숙사 등의 주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들이 시행된 지 꽤 됐음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RIR(Rent to Income Ratio)로 바라본 대학생 
‘주거빈곤층’에 해당하는 대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수치는 RIR(Rent to Income Ratio)이다. RIR은 임차가구의 월 소득 대비 주택 임대료 비율이다. 쉽게 말해 소득에서 주거비로 지출되는 정도를 의미하는데, 이 수치가 30% 이상이면 주거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KBS 저널리즘팀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7년 주거실태조사’를 기반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 정책에서 청년층으로 분류되는 20~34세 1인 가구의 RIR 수치는 18.8%로 빈곤층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하지만 연령대를 20~24세로 줄이자 RIR 수치가 38.8%로 나타났다. 이는 70대 이상(38.7%)보다 높은 수치며, 20~24세가 전체 연령대 중 소득 대비 주거비 지출이 가장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약 절반 정도의 20대가 주거 빈곤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절반 가량 20대의 RIR 수치가 30% 이상인 것이다. 지난 2017년, 20대 전체 1인 가구의 주거 빈곤층 비율은 47.1%로 12.1%를 기록한 30대를 크게 웃돌았다. 20대를 20~24세와 25~29세로 나눴을 때 또한 차이는 뚜렷했다. 20대를 앞서 말한 것처럼 두 그룹으로 나눈 결과, 20~24세의 주거 빈곤층 비율은 61.8%, 25~29세는 36.2%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수치들은 대학생이 가장 많이 포함된 연령대인 20~24세가 주거에 있어 가장 취약한 계층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20~24세는 취업을 하지 못한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당연한 수치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수치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20대 1인 가구의 주거 빈곤층 비율이 지난 2014년에는 39.6%였다면 2017년에는 47.1%를 기록했다. 이는 고용악화와 더불어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소장(이하 최 소장)은 “청년들은 대학을 다니거나 소득이 낮은 상태인데 공급되는 건물은 높은 임대료를 가진 건물뿐이어서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문제가 지속된다면 청년들이 궁지에 몰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저버릴 여지가 크다. 단적인 예로 청년들이 정상적인 미래를 계획할 수 없게 되면서 저출산이 지속되는 것을 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는 지난 2017년 11월,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을 위한 주거 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기존 주거 정책의 확대였다. 

청년전세임대주택, 임대인들이 꺼려
앞서 말했듯 정부는 청년들의 주거 상황을 개선한다는 명목 아래 △행복주택 △청년전세임대주택 △주거안정 월세 대출 △행복기숙사 등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각 정책이 실제로 청년들의 주거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시행하는 정책인 청년전세임대주택을 들 수 있다. 청년전세임대주택은 입주대상자로 선정된 청년이 거주할 주택을 찾아 신청하면 LH에서 주택의 소유자와 전세 계약을 체결한 후 청년에게 재임대하는 제도다. LH는 청년전세임대주택의 대상을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지원자는 면적 60㎡ 이하의 ‘전세’ 또는 ‘보증부월세’로 계약 가능한 주택이면 지원할 수 있는데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경우 1억 2천만 원, 세종시 포함 광역시는 9천 5백만 원, 그 외 지역은 8천 5백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신청 절차가 까다롭다는 점과 임대인, 공인중개사가 기피하는 계약 형태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LH가 발표한 ‘2019 청년전세임대 수시공고’에 따르면 대학생 지원자가 준비해야 하는 서류는 공통 7개, 해당자 6개로 조건에 해당한다면 지원자는 최대 13개까지 서류를 구비해야 한다. 또한, 지원절차는 6단계로 △입주신청(LH 청약센터) △자격확인(LH 지역본부) △개별통보 △전세주택 물색(입주자) △전세계약 및 임대차 계약체결(LH 지역본부) △입주로 나누어진다. 청년전세임대주택을 신청한 경험이 있는 고지환(경정 14) 학우는 “지원 절차도 까다롭고 주택을 찾는 부분은 직접 발로 뛰어다녀야 해서 힘들었다”며 “게다가 관련 정보를 네이버 카페에서 찾아 볼 만큼 LH 홈페이지에는 정보가 잘 공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원 절차가 힘든 부분은 어느 정도 납득이 되는데, 당첨되면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같이 최종 수혜자로 선정되면 많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절차가 까다로운 것에 대해서 지원자들은 어느 정도 수긍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지원자들이 지원절차를 이행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지원자가 임대주택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주택 소유자들이 LH와의 계약을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전세임대주택의 계약 절차는 주택 소유자가 LH, 학생과 이중 계약을 하는 형태로 공인중개사와 계약하는 일반적인 임대 계약에 비해 서류가 더 필요하다. ‘선순위 임차보증금확인서’와 ‘중개대상물확인서’가 바로 그것이며 특히 중개대상물확인서는 불법 건축물 여부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때문에 주택 소유자들이 임대주택 계약을 꺼리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청년전세임대주택의 실질 계약률 수치로 나타난다. 실제 LH의 발표에 따르면, ‘청년전세임대주택 계약안내 통보 대비 계약률’은 지난 2016년 46.6%, 2017년 50.0%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행복주택, 소셜믹스와 불협화음
행복주택 또한 청년들의 주거난을 해결하는 데 지지부진한 것으로 보인다. 행복주택은 SH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에서 지난 2013년부터 시행한 정책이다. 이는 대상으로 선정된 아파트의 일부 세대를 청년들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해주는 정책으로, 소셜믹스*의 일환이다. 정책 목적은 청년들이 서울에서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정책 초기 단계인 지난 2013년 5월 정부는 서울시의 △서대문구 △노원구 △구로구 △양천구 △송파구 △경기도 안산시의 단원구를 행복주택 단지 조성 대상 지역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여태까지 행복주택이 들어서지 못한 구가 있을 뿐만 아니라 몇 지역은 난항을 겪고있다. 전문가들은 행복주택이 소셜믹스를 목적으로 건립돼서 실패했다고 보고있다. 실제로 기존 거주자들이나 근처 주민들의 반발로 행복주택이 들어설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양천구 사례가 있다. 지난 2015년 7월, 양천구는 행복주택 단지 시범지구로 선정된 지 약 2년 2개월 만에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양천구 주민들과의 이해관계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양천구가 행복주택 지구에 선정된 것에 대해 집값과 임대료 하락, 교통 과밀 등을 이유로 들며 반대했고, 양천구는 이에 국토교통부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 1심과 2심 모두 국토교통부가 승소했지만, 주민들과의 갈등 양상이 깊어져 국토교통부는 결국 시범지구를 해제했다. 이 사례에 대해 최 소장은 “위헌적인 요소가 발생한 나쁜 사례다”라고 평가하며, “당시 정부도 의지가 없었고 주민들도 심하게 반대했다. 주민들의 반대는 개인 재산권을 위해 공공복리를 제한하는 행태이기 때문에 이와 반대되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같은 소셜믹스 정책의 패인에 대해 우리 대학 미래융합대학 부동산학과 권대중 교수(이하 권 교수)는 “일종의 님비현상 때문에 소셜믹스가 실패로 이어진다”며 “주택 소유자들이 행복주택을 반대하는 이유는 주택과 재산을 동일시 하는 인식과 행복주택이나 임대주택 거주자들이 저소득층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결국 주민들이 갖는 인식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덧붙여 “가좌동 행복주택 사례를 보면 소셜믹스의 실패 원인이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가좌 행복주택은 주민들의 반대 없이 성공적으로 건립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가좌 행복주택의 위치가 철도 주변이라는 점과 소셜믹스를 목적으로 지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사진은 철도 옆에 건립된 가좌 행복주택의 모습이다.

 

* 소셜믹스 : 아파트 단지 내에 분양과 임대를 함께 조성하여 궁극적으로 사회 통합을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함.

청년 재정의와 정책 보완을 통해…
각 정책의 실효성을 재고하기 위해서는 우선 청년을 제대로 정의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상의 청년은 19~29세를 의미하지만, 일부 공공기관과 지자체는 19~39세를 청년으로 정의하고 청년 주거 정책에서의 청년 또한 39세까지 기준이 적용될 때가 많다. 위에서 봤듯이 청년층도 연령별로 세분화되고 이에 따른 RIR 수치도 다르다. 그래서 청년층 전부에 대한 주거 일괄 지원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주거 빈곤층에 내몰리는 20~24세의 청년들의 상황을 악화시킬 여지가 있다. 그래서 연령층에 따라 각각의 주거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5월 발표한 ‘청년층 빈곤 및 주거실태와 정책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에게는 임대료 지원 △사회 초년생에게는 전세 자금 금융 지원 △신혼부부에게는임대주택 공급이 효과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최 소장은 해결책으로 기숙사 건립과 주거급여 개편을 꼽았다. “대학생들이 가장 원하는 주거형태가 기숙사인 만큼 대학이 기숙사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학 기숙사가 의무시설이 아니고 대학진단평가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아니므로 대학들을 움직이는 동인이 별로 없다. 교육부가 기숙사를 대학 평가 요소의 중요한 요인으로 변경해 대학들을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행법상 청년들은 부양의무자 기준이 있기 때문에 부모와 떨어져 살아도 주거급여를 받을 수 없다”며 “20대 청년들도 별도 가구구성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계속해서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년들의 주거 상황은 '지옥고'로 대변될 만큼 아직도 열악하다. 주거는 의식주 중 하나로 삶을 영위하는데 중요한 요소지만, 많은 청년들이 제대로 된 주거 환경에서 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청년들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저출산과 같은 사회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하지만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임대주택이나 행복주택을 건립하는 것 또한 일부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일 수 있다. 따라서,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주거 정책에 있어 주민들과 청년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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