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백마문화상] 시 부문 가작 홀로그램 外 2편 - 김지용 학생(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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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백마문화상] 시 부문 가작 홀로그램 外 2편 - 김지용 학생(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 명대신문
  • 승인 2018.12.0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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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류伏流

 

난간 밑으로 떨어지는 말들을 생각했다

 

그림자보다 길게 도미노를 세웠다

도미노 하나를 밀어버린다

 

담뱃재를 떨어뜨리며

누군가 알아주길 기도 했다

정수리들이 지나간다

달고나 같이 깨진 구름도 지나간다

 

부리 없는 철새가 겨울로 날아갔다

 

금붕어가 외눈으로 어항의 표면에 떠다닌다

북향으로 누워도 봤다

 

tv에서 누군가 죽었다

살았고 죽였다 잡혔다

두루마리 휴지가 흘러내리고 있다

 

매미는 허물을 벗어야만 울 수 있대

애인의 말이 생각이 났다

 

인형에게 표정을 가르쳐주었다

웃는 듯도 우는 듯도 하다

 

구겨진 캔버스화가 없는 주인의

발목을 기억하고 있다

 

커튼 너머로

살아야 할 핑계들이

엎질러져있다

 

울어야 숨을 쉬는 아이가 있다.

 

 

 

종속從屬

 

나는 침략이다

 

당신은 내 감기에 옮았다

 

모르는 사람이 내게 전도 했다

각자 믿는 신이 달랐으므로

우린 서로 다른 죽음을

빈주먹에 쥐고 헌금함에 펼쳐냈다

 

목사가 푸른 들판의 양을 이야기 한다

죄를 소리친다

양떼가 우르르 절벽으로 떨어진다

목사의 혀에서는 건초냄새가 났다

 

교회에 앉은 새들이 떠나가고

죄가 있다고 믿는 사람의 뒷모습은 웅크려 있다

 

늙은 개가 목줄을 팽팽하게 할 때와

윙 컷 당한 애완조는 서로 닮은 표정

날지 못하는 한 사람이

무릎을 꿇고 구걸한다

 

신은 자신의 방언으로 떠드는 사람의

반성을 들을 수 나 있을까

빛이 퍼지는 방

 

등이 등을 위로한다

 

교회의 천장에 있는 십자가가 빛을 받고 있다

정문 앞으로 햇살이 눈부시게 부서지고 있다

 

 

 

포획

 

1. 

베스가 잡혀 올라왔다 베스 입 속에는 잉어 한 마리가 입을 벌리고 있다 검은 동굴 속에 동굴이 있다 아버지는 베스 입에 있는 잉어를 꺼낸다 잉어의 몸에는 아름다운 흉터가 없다 강가에 던지고 다시 찌에 아무것도 끼지 않고 수면에 파문이 인다 물고기를 잡아 먹던 철새가 떠났다 파문은 동굴로 번진다 빛을 보았던 잉어가 흘러 다니며 죄를 반성한다 또 베스가 잡혔다 입에는 물음이 걸려 있다

 

물 위엔 소금쟁이 몇 마리가 지나가고 어린 내가 흘러다녔다 찌가 부르르 떨렸다

 

2. 

아버지의 사각 팬티를 입는다 기하학적인 무늬가 방울 방울 달려 있다 성기를 어디 방향으로 둬야하는 기하학적인 고민이 생겼다 아버지는 이럴 때 어떻게 하셨나 문득, 팬티에 언덕이 생겼다 피는 왜 항상 바라지 않을 때 몰리는 건지 팬티를 배까지 끌어 올렸다 팬티를 살짝 내리자 면도를 하다가 베인 자리에 밴드를 붙이는 느낌 매일 줄여 입는 교복을 입자 사각 팬티 라인이 드러났다 기하학 적으로 누가 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없는 아버지의 팬티 사이로 불쑥 생각이 났다

 

슬픈 생각이었다

 

* 심사평은 시 부문 당선작 하단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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