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는 빽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아는 사람 덕을 봤다’,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말들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한 측면을 꼬집을 때 쓰는 말이지만 지금까지 필자와는 관련이 없는 말로 여겨왔다. 하지만 취업을 목전에 두게 되자 ‘현대판 고용세습’은 위와 같은 말들에 절실히 공감하게 하며 필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됐다.
취준생을 대상으로 희망하는 직장을 물어본 설문 결과에서 업종과 무관하게 공공 기관이 순위권에 올라와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의 배경에는 분명 노후까지 보장되는 안정성이라는 요인이 주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또한, 사기업보다 채용과정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된다는 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취준생들이 채용과정에서 본인의 직무능력과 입사를 위해 준비한 노력으로만 평가받고 싶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러한 청년들의 입장을 반영해 채용시장에서 지원자의 스펙을 제외하고 인성과 업무와의 적합성을 고려해 채용하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고 이는 구인 방식의 주류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불거진 공기업 고용세습 의혹은 필자를 비롯한 취준생들에게 공정함의 온상이어야 하는 공기업마저도 비리로 얼룩져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며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을 조장하는 결과로 다가온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은 본래 이러한 불안감을 완화시켜주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너무 성급하게 정책을 시행해서 충분한 숙고의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그리고 이는 고용세습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정규직 전환의 진입 문턱을 낮춰주는 것이 아니라 전환될 만한 자격을 가진 인재들을 공정하게 판단하는 올바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선행됐어야 한다. 그나마 고무적인 사실은 이러한 비리들이 정책 시행 초기에 발견됐기 때문에 바로 잡을 기회가 있다는 점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한 관련자 처벌과 제도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져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는,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