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 박사 축구단장 <10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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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박사 축구단장 <1048호>
  • 김인기 기자
  • 승인 2018.11.2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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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법학 81) 동문을 만나다

Q. 선수 생활을 하실 때, 어떤 선수셨나요? 언뜻 보면 축구와 관련 없어 보이는 법학과 출신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선수 생활 할 때, 포지션은 센터포워드(CF, 맨 앞 중앙에서 공격하는 선수)였어요. 잡지에서 고등학교 선수 순위 같은 것을 내잖아요? 거기서 Top 5안에는 들어갔던 선수였죠. 법학과에 들어간 이유는, 후에 축구선수가 되지 못한다면 체육과를 졸업하는 것 보다 법학과를 졸업한 것이 더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어요.

 

Q. 부상으로 축구를 그만두셨다고 들었습니다.

A. 우리 대학에 들어와서 2학년 1학기까지 선수 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연습경기에서 슈팅을 하다 그만 축구화 바닥을 차게 돼서 발등이 완전히 부서지는 부상을 입었고, 결국 선수 생활을 그만두게 됐어요.

 

Q. 이렇게 덤덤하게 말씀하시지만, 당시에는 정말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A. 부상을 입은 후에는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일일이 모두 말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웠죠. 축구만 하면서 살아왔는데, 축구를 하지 못한다고 했을 때 견디기가 어려웠어요. 정신 차려보니 학점은 완전 바닥이고, 여러모로 막막했어요. 그런 시기에 아버지가 ‘후에 시장에서 장사를 하더라도 학교만이라도 마쳤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공부를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사실 공부를 하기에는 너무 늦었었죠. 어영부영 학점을 메우다 보니 졸업을 하게 됐어요. 그때 남았던 여운이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못했던 공부를 하고 싶다는 미련으로 남게 되더라고요.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고, 그렇게 석사 및 박사 학위까지 따게 됐습니다. 또한, 사회에 나와서도 축구에 대한 미련이 남다 보니 안산시축구협회장을 맡게 됐고, 그것을 계속하다 보니 안산그리너스 단장까지 오게 됐네요.

 

Q. 축구만 하다 갑자기 공부하는 게 어려우셨을 것 같습니다.

A. 수업에 들어가긴 했지만, 공부는 별로 안 했죠. 법학과 특성상 교재 자체가 한문이었는데, 그래도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한문을 많이 알아서 읽는 데는 문제가 없었어요. 문제는 무슨 뜻인지를 모르니 애먹었죠. 친구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축구를 그만둔 저를 공부시키려고 도서관에서 만화책이라도 읽어보게 하더라고요. 책상에 앉아 있는 습관부터 기르게 하기 위해서였죠. 그 친구가 인생에서 공부라는 부분을 가르쳐준 길잡이가 된 거 같아요. 그 외에도 많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Q. 졸업 후에는 어떤 삶을 사셨나요?

A. 군대에 갔다가 고향인 안산으로 돌아와서, 안산상공회의소에서 근무했어요. 사업도 했고, 1995년 즈음에 석사 학위를 밟기 시작했죠.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는 박사 과정까지 밟았어요. 2004년도에 경민대학교 자치행정과에서 헌법 과목 시간강사부터 시작했죠. 겸임교수, 강의전담교수까지 10년 가까이 하다가 힘들어서 그만두고, 신안산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생활법률 출강을 하고 있어요.

Q. 안산그리너스가 생기기 전에 안산시가 시민구단 유치를 위해 굉장히 노력한 것으로 압니다.

A. 안산 시민구단이 창단되기 위해서는 시의원 등 정치인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했어요. 저는 사전에 축구협회장을 하면서 그분들과 관계가 나쁘지 않아 협조를 부탁드렸죠. 왜 굳이 프로축구단을 만들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안산은 경기도의 축구 메카로 무시하기 힘든 지역인데, 프로축구단을 통해서 축구선수라는 꿈을 가진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설득했어요. 예산 관련 문제도 처음에는 시의원들과 많이 부딪혔지만, 결국 프로구단 창설로 결론짓게 됐어요. 그런데 막상 만들고, 운영하다 보니 많은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는 시민구단의 예산상 한계 때문에 운영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지인들이나 지역유지들에게 후원을 받는 것이 안산 출신 단장인 제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어요.

 

Q. 단장과 감독은 팀에서 어떤 역할의 차이가 있나요?

A. 감독은 선수단만 관리하지만, 단장은 프로구단의 유소년부터 행정까지 모든 실무를 총괄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더불어 행정적인 뒷받침을 통해 선수들이 더욱더 편하게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 해주는 부서의 대표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Q. 안산그리너스의 강점과 약점을 꼽아주신다면 무엇일까요?

A. 젊은 선수들을 1~2년 육성해 출전시키기 때문에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뛴다는 강점이 있는 것 같아요. 단점은 아무래도 예산이 많지 않다 보니 몸값이 높은 선수를 영입하기 어려운 점이 있죠.

 

Q. 리그 2년 차인 시민구단 안산그리너스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시민구단이 존속함으로써 안산 축구인이나 시민들이 주말 홈경기 때는 모두가 몰려와서 보는 일종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죠. 또한, 아무래도 프로구단이기에 K리그1으로 승격되는 것에 대한 욕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도 많이 하고요. 취임 후 선수들을 처음 볼 때, “승리를 위해 뛰지 말고 본인을 위해서 뛰어라”, “연봉은 적더라도 선수들이 그리너스를 떠나고 싶지 않은 팀으로 만들겠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오늘은 다 같이 영화 보고 삼계탕이나 먹자고 했죠. 선수들에게 저는 단장이 아닌, 축구 선배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다가가니 선수들도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고요.

 

Q. 팬들의 응원과 성적, 프로 구단에서는 양쪽 모두 놓칠 수 없는 요소입니다. 성적과 팬층 중 무엇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어려운 질문이네요. 요즘 관중 추이를 보면 이긴 경기 뒤에는 관중들이 많이 오고, 진 경기 뒤에는 안 오시고 그러더라고요. 그런 맥락에서 무조건 이기는 경기를 해야만 구단이 잘되고 관중들도 많이 찾아올 것으로 생각해요. 그리너스가 이제 2년차지만 K리그2에서는 고정적인 팬층이 적은 편이 아니에요. 2,000여 명의 고정 팬층이 있기 때문에 승리가 많아지다 보면 그 수가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앞으로 한국축구는 발전을 위해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A. 한국축구는 무조건 바뀌어야 한다고 봐요. 축구협회가 지향하고 있는 것은 국가대표 출신 감독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인데, 현재 대한민국 축구 지도자 중에는 국가대표 출신이 아님에도 더 뛰어난 감독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비주류 감독들이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협회가 어떤 방법으로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에요. 요즘 A매치 때, 6만 명의 관중이 모이는 것도 비주류 출신인 김학범 감독이 아니면 가능했을지 축구협회는 짚어봐야 할 문제예요.

 

Q. 우리 대학 출신 축구인 중 개인적으로 가까우신 분이 있으신가요?

A. 김학범 감독과 한 학번 차이에요. 그래서 아시안게임 갔다가 안산 홈경기 때 후배 경기 한번 보러오시라고 해서 아이들이랑 사진도 찍어주고 그랬어요. 아시안게임 인기 덕분에 식당에서 둘이 식사하면 팬분이 수고했다고 하면서 대신 계산해주시고 그러시더라고요. 저는 비주류 출신이지만 유능한 감독이 자주 배출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항상 김학범 선배를 보면서 저만한 위치에 갈 수 있던 것은 자기희생과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어떤 구단을 가던 예산이 없으면 사비를 털어서라도 팀을 만들어가는 사람이에요.

 

Q. 우리나라는 국가대표와 비교하면 자국 리그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부리그인 K리그2는 1부리그보다 더 어려운 실정일 것 같은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 지금 K리그1, K리그2 모두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어요. A매치가 아니면 관중들이 굳이 가려고 하지 않아요. 축구협회나 프로연맹이 홍보적인 부분에서 너무 부족하지 않나 싶어요. 또한, 운영 자체는 우리 실정에 맞게 해야지 독일이나 영국을 쫓아가면 안 된다고 봐요. 가장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다져나가고 늘려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Q. 명지대 학우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해주실 조언이 있다면?

A. 열심히 하면 안 되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하나에 집중해서 꾸준히 하다 보면 항상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아요. 또,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까 성공 여부는 인간관계가 중요한 거 같아요.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필요 없어 보이는 교양과목이 40, 50대가 되면 인간관계를 맺는 데 필요한 지식이더라고요. 저도 하나만 보고 열심히 달려오다 보니 이렇게 인터뷰도 하게 되고 그런 것 같아요.

 

Q. 이종걸 단장에게 명지대란?

A. 제 인생의 한 과정이었기 때문에 소중한 추억이에요. 명지대라는 학교를 나와서 여기까지 왔고, 그렇기에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저를 지탱해 준 일부분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사실 명지대 출신이라는 것에 다른 학교에 대한 위축감이나 패배 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막상 사회에 나와서 보면 큰 차이 없더라고요.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누군가 알아주기 마련이라 생각하기에 그 시간을 뺏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Q. 다시 태어나셔도 축구를 하고 싶으신가요?

A. 제가 축구를 얼마나 좋아했냐면 집사람과 결혼반지를 맞추러 가기로 한 날, 오전 10시에 약속을 했는데 까먹고 조기축구회에서 축구를 하다가 늦었어요. 집사람이 저를 찾아서 결혼 안 하겠다고 말하고 가버렸어요. 다시 만나는데 애 많이 먹었습니다. 이렇게 축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저는 다시 태어나도 축구인으로 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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