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합격의 조건, 이제는 얼굴도 스펙이다? <10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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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합격의 조건, 이제는 얼굴도 스펙이다? <1048호>
  • 조유빈 기자
  • 승인 2018.11.2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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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펙 (face+spec) 위해 성형하는 취준생들

하반기 공채 시즌을 앞두고, 대다수의 기업이 차별적 편견요소를 배제하고 직무능력 중심으로 채용한다는 블라인드 채용의 도입을 실시하면서 취업 트렌드가 변화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학력과 출신지 등을 묻지 않는 대신, 면접을 통해 개인의 능력을 판단하는 비중이 커진 채용의 한 형태이다. 이렇다 보니, 짧은 시간에 면접관에게 좋은 첫인상을 주기 위해 외모에 신경을 쓰는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과 각종 미디어를 통해 취업 면접에서 첫인상의 중요성에 대해 접하다 보니 이들 사이에서는 ‘취업 성형’, ‘페이스펙(face+spec)’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높기만 한 취업장벽의 앞에서 취준생들을 성형의 유혹에 빠지게 한 현 세태와 이러한 현실이 야기한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자.

 

취준생, 5명 중 2명은 외모 피해 봐

지난 7월 30일, 구인 · 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 43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구직 중 외모 때문에 피해를 본 경험’에 대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3.8%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95.5%는 ‘채용 시 외모가 당락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해 아직도 외모가 취업 당락의 중요 요소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외모가 취업을 하는 데 있어 필요한 스펙이다’는 뜻의 페이스펙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외모는 취업을 하는 데 있어 뜨거운 감자가 아닐 수 없다. 취업을 위해 쌓아야 하는 7가지 스펙 중 하나로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공모전 입상 △인턴경력에 사회봉사와 성형수술이 추가돼 ‘취업 9종 세트’로 불릴 정도다. 이러한 신조어는 취업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기업이 선호하는 이미지를 갖춘 사람이 되기 위해 혹은 취업 면접에서 호감형의 이미지를 주기 위해 성형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걸 방증한다. 사람인이 제시한 설문조사에서 실제 취업을 위해 ‘외모 관리’를 하는 구직자는 57.4%였다. 또한, 이들은 외모 관리에 매달 평균 18만 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는 ‘피부관리’(47.3%, 복수응답)가 가장 많았고 몸매관리를 위한 운동, 운동 외 다이어트가 바로 뒤를 이었다. 뿐만 아니라 △헤어스타일 변화 △미소 등 표정 연습 △정장 등 의류 구매 △치아 교정 △성형수술 등도 존재했다.

 

기업도 외모를 본다? 기업 맞춤형 외모지상주의 만연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1,000명을 상대로 ‘채용 평가에 외모가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57.4%가 ‘외모를 평가한다’고 답했다. 영향을 미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자기관리를 잘 할 것 같아서’(41.8%, 복수응답)가 1위를 차지했다. 기업 인사 담당자 10명 중 6명이 지원자의 외모를 평가하는 셈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실제 ‘지원자의 외모 때문에 감점 또는 탈락시킨 경험이 있다’는 기업 인사담당자는 응답자의 45.8%였으며, ‘스펙이 부족해도 외모 때문에 가산점을 주거나 합격시킨 경험이 있다’고 답한 기업 인사담당자도 37.6%로 조사됐다.

한편, 취준생들의 외모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이력서 사진 요구가 금지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들이 비슷한 스펙이면 이력서에 부착된 사진으로 보는 첫인상에 점수를 부여한다는 이야기가 취준생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고용노동부에서 이력서 사진 부착을 금지하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추진했다. 해당 법률에 따라 새로 제작된 표준 이력서는 서류 전형에서 직무와 무관한 성별이나 외모, 나이 등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목적에 따른 결과물이다. 사진은 물론 나이와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 주민등록번호 앞 두 자리 기재칸까지 모두 없앴다. 그러나 지난해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이력서 증명사진이 채용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89명의 기업 인사 담당자 중 254명이 본인의 기업이 이력서에 필히 증명사진을 첨부할 것을 요구한다고 답했으며, 사진 첨부란을 없앴다고 밝힌 담당자는 8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기업들은 지원자의 외모보다는 본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력서 사진 부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기존 이력서 사진(상)과 고용노동부에서 권장하는 표준 이력서(하) 양식이다

이와 관련해 실제 기업의 인사 담당자였던 우리 대학 방목기초교육대학 김서영 교수는 “대부분의 기업은 증명사진이 면접에서 합격과 탈락의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실제로 예전에 면접을 보러갔을 때 증명 사진으로 셀카를 찍어서 올렸는데도 불구하고 서류와 필기전형을 통과하고 면접까지 올라왔던 지원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명사진을 보는 사기업도 존재한다”며 “대표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직업같은 경우, 고객을 응대할 때 어느 정도는 일관성을 가지고 보긴 한다. 개인이 아니라 회사를 대표해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외형적인 부분도 평가하는 데 영향을 주긴 할 것이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고용노동부의 트위터 사태는 청년들에게 취업 성형을 강요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 2015년 6월 30일, 고용노동부는 트위터 공식 계정에 ‘실제 기업들은 어떤 얼굴상을 선호하고 있을까요?’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블로그 링크를 첨부했다. 이 게시물들이 SNS를 통해 확산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제 정부에서 성형을 권장하느냐”, “성형외과 광고글인 줄 알았다”는 강한 비난이 일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블로그와 트위터의 해당 글을 모두 삭제하고 해명 보도자료를 냈다. 보도자료를 통해 고용노동부는 “기사의 본래 취지와 달리 해당 기사의 제목이 마치 취업을 준비하는 성형을 조장하는 것으로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점을 감안하여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려 논란이 된 게시글이다.

 

외모가 조건이 된 직업들

대표적으로 외모가 채용에 영향을 끼치는 직업에는 승무원을 꼽을 수 있다. 승무원은 항공사를 대표하는 얼굴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정하고 친근한 이미지는 중요한 합격 요인으로 꼽힌다. 이미 일부 입시학원이나 지원자들은 항공사 별로 선호하는 이미지를 유형화해 맞춤형 준비를 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승무원 학원 사이트 배너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및 외국 항공사 이미지 체킹’, ‘일대일 이미지 체크’와 같은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자신이 원하는 항공사 △이름 △이메일 △연락처 △키와 몸무게 △어학 점수 △최종학력을 작성한 후 신청하면, 본인과 항공사의 이미지가 맞는지 체크한 뒤, 상담 전화가 오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실제 목동에 소재한 승무원 학원에 다니며 일 년 동안 승무원 준비를 했던 익명의 A 학생은 “학원에 다니면서 ‘일반 회사에서 어떤 인재상을 원하는지와 비슷하게 실제로 항공사가 원하는 이미지가 있다. 승무원의 이미지가 곧 그 항공사의 이미지가 되기 때문이다’라고 배웠다”고 전했다.

2년 동안 강남에서 승무원 스터디를 다니던 익명의 또 다른 B 학생 역시 항공사마다 원하는 이미지가 있다고 말한다. B 학생은 “예를 들어 아시아나 항공은 사슴과 같은 단아한 상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연예인 중에서 이보영과 조보아가 아시아나항공과 적합한 이미지이며 대한항공은 흰색과 하늘색의 화사한 유니폼과 어울리는 참한 상을 좋아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서 “승무원이 되려면 헤어와 메이크업과 같은 이미지 메이킹을 배우기 위해 승무원 학원에 등록하게 된다. 이때 드는 학원비가 평균 180만 원대인데 이 역시 승무원 지망생인 내게 부담이 됐지만,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또한, “승무원을 준비하면서 외모를 가꿔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다. 실제 승무원들을 보면 다들 예쁘고 말랐다”며 “나도 다이어트는 물론이고 외모 가꾸기에 신경을 썼다. ‘실제 항공사에서는 주기적으로 몸무게를 체크한다’, ‘못생겨서 고객에게 컴플레인이 들어온 사례가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승무원은 안전보다는 외모를 훨씬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나운서 역시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이지만 ‘실력보다 외모가 중요하다’, ‘언론인보다 연예인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나운서 지망생들 사이에서는 외모가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실제 한 아나운서 아카데미 홈페이지에는 △헤어 △메이크업 △스튜디오 △의상과 관련한 업체와 제휴를 맺어 할인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글이 게시돼있다. 이와 같은 글은 아나운서 지망생들에게 ‘아나운서가 되려면 외모를 가꾸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높아진 취업 장벽, 낮아진 성형 문턱

지난달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고용보조지표’에 따르면 10월 기준 청년층 고용률은 42.9%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30위로 최악 수준이다. 청년층 고용률 42.9% 시대, 청년들의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는 와중에 요즘은 어디서나 손쉽게 성형에 대한 광고를 접할 수 있다. SNS를 조금만 내려보아도 여기저기서 성형을 광고하며 성형 전후 사진을 제시해 성형의 길로 유혹하는 글을 여럿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간편하게 가상 성형 견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까지 생겨났다. 이러한 애플리케이션들은 휴대전화에 있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앱스토어에서 손쉽게 받아볼 수 있으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성형 후기 등의 단순 정보뿐만이 아닌 자가 진단을 통해 병원 상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병원에 직접 내원하지 않고도 △눈 △코 △입 △윤곽 등의 성형 견적을 받아볼 수 있으며, 선택한 병원과의 상담 진행, 각종 수술 관련 정보도 휴대전화 화면 터치 몇 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어디서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성형 관련 콘텐츠들은 취준생이 ‘내가 성형을 하면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취준생들을 보다 손쉽게 성형의 유혹에 빠뜨린다.

▲성형 견적을 알아볼 수 있는 한 가상 성형 애플리케이션이다. (출처/ 구글 플레이 스토어)

이제는 당연하게만 여겨지는 취업 성형…

자신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스펙도 쌓았지만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볼 때 외모가 능력을 가려버리는 일이 생기곤 한다. 취업 성형이 필수가 되는 사회 현실에 대해 지난 한 해 동안 취업을 준비했던 익명의 C씨는 “같이 취업을 준비하던 사람들은 거의 성형을 했다. 이제는 성형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맞추기보다는 성형을 함으로써 외모에 자신감을 심어주는 사회가 된 것 같다”며 “당시 성형을 하고 자신감이 생긴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MJ대학일자리센터의 강버들 프로젝트 매니저는 “면접을 앞두고서 본인의 인상이나 생김새에 불만족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특히 영업이나 서비스 계열로 가는 친구들의 경우 남학생 여학생 모두 조금씩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실제로 취업을 앞둔 학생들이 외모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

비록 블라인드 채용과 같은 정책으로 정부에서는 외모가 취업을 당락 짓는 요소로 작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의 경우 여전히 취준생들의 외모가 채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뜩이나 힘든 취업 시장에서 선천적인 외모를 능력의 한 요소로 적용하는 일부 기업들에 의해 청춘들은 성형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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