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남’의 존재론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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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남’의 존재론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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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0.0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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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남’의 존재론적 의미

 

인간은 한 번 태어나서 한 번 죽는다. 하나이자 유일무이한 생명이다. 생물학적인 사실이다. 그런데 존재론적으로는 다르게 설명된다. 인간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태어날 수 있다. 거듭남이다. 그리고 죽음은 끝이 아니라, 거듭남의 조건이자 전제이다.
인간은 단순히 살아있음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삶의 의미를 추구한다. 삶의 의미를 잃으면 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죽음이 의미를 지니면 영원히 살아있다고 한다. 삶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면 거듭났다고 한다.
문제는 의미이다. ‘의미Sinn’는 인간의 존재론적 실존범주인 ‘이해Verstehen’의 결과물이다. 인간은 자신이 얼마나 ‘존재가능Seink?nnen’한지 끊임없이 묻는다.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Die Frage nach dem Sinn von Sein’(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인간 존재의 가능성은 그의 이해와 의미에 달려있다.
인간이 세계를 둘러본다. 세계의 ‘의미 연관’이 중요하다. 서로 배려하고 연관 맺고 있는 것이 세계이다. 그 앞에서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다진다. 단순한 생존 추구를 넘어선 곳에 거룩한 희생이 있다. 나의 생명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안위와 행복을 위하여 혹은 사회와 국가를 위하여 희생하고, 자신의 생명을 바치기도 한다. 개체로서의 인간이 스스로를 뛰어 넘어야 비로소 가능한, 타인과 전체에 대한 희생이다. 이익과 생존에만 몰두하는 모두에게 이렇게도 살 수 있고, 죽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거룩하고 위대하다.
사실로서의 ‘근원’은 장소적으로 한 곳이고, 한 번만 가능하다. 한강의 근원은 태백에 있다. 그런데 근원의 의미는 언제라도 새롭게 생겨날 수 있다. 근원의 존재론적인 의미인 ‘근원성’이다. 새로운 근원의 의미가 근원을 새롭게 그래서 더욱 근원답게 만든다.
‘생명’과 ‘생명성’도 마찬가지다. 한 번 태어나는 생명이지만, 거듭 의미를 새롭게 새길 수 있다. 일회적인 탄생과 언제든 새롭게 가능한 거듭남이다. 희랍정신과 재탄생의 르네상스다. 
인간은 실로 여러 번 거듭난다. 유아기, 유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의 구분이 그 뜻일 것이다. 아이다운 아이, 청년다운 청년, 노인다운 노인으로 거듭난다.
인간은 삶의 변화와 위기에서 스스로를 구해야 한다. 실망이 희망으로, 좌절이 성공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미래가 없다.
학생도 거듭난다. 자신의 존재 가능을 이해하고 있는 자신을 보면 미래가 보인다. 자기반성이다. 스스로 만족할 수 없다.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한다. 나에게 미래가 있는데, 지금을 헛되게 보낼 수는 없다. 있는 힘을 다한다. 그렇다고 힘이 다 소진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큰 힘의 기적이 일어난다. 희망의 미래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을 한다. 이미 달라졌다.
부모가 된다.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봄이 되어 꽃이 피고 잎이 나온다. 작년에도 피었던 그 꽃이고 잎이지만 새롭다. 감격과 경탄 그 자체이다. 같은 일의 반복이 아니다. 나무의 존재 전부가 새롭게 태어난다. 식물의 삶이 존재론적 거듭남을 보여준다. 더 이상 겨울이 아니다. 새로운 희망이다.     

양국현 방목기초교육대학 자연교양 교수
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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