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세요? 설문참여 한 번만 해주세요" <10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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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세요? 설문참여 한 번만 해주세요" <1047호>
  • 조유빈 기자
  • 승인 2018.11.2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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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주변 길거리 포교 늘어나

“‘인상이 선하게 생기셨네요’, ‘잠시, 길 좀 물어볼게요’ 하며 길 가던 저를 붙잡고 말을 걸어요.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그대로 도망가버리곤 해요. 무시하는 게 답이더라고요.” 대학가 주변, 길거리 포교가 얼마나 빈번하게 이루어지는지는가에 대해 본지 기자가 질문하자 경기대학교 경제학부에 1학년으로 재학 중인 이승아 학생이 답변했다.

 

혼자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행인을 붙잡아 말을 거는 사람이 종종 있다. 일명 ‘도믿맨’으로 불리는 이들은 주로 둘 이상이 조를 이루어 다니며 “도를 아십니까”라는 말과 함께 특정 종교 단체활동을 강요하고 후에는 얼마 이상의 금액을 요구한다.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라는 말과 함께 시민들에게 접근했던 이들은 최근에는 주로 설문조사 참여를 유도하거나 심리학과 대학원생이라 속여 심리검사를 해준다는 등과 같이 다양한 수법으로 시민들을 포교하고 있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가에서 하루에도 수십 건씩 이러한 길거리 포교 활동이 꾸준히 발견되고 있어 대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이에 본지 기자는 대학가 주변에서 만연하고 있는 길거리포교 활동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캠퍼스 불청객’에 시달리는 대학가 학생들

동남보건대학교 간호학과에 2학년으로 재학 중인 조예빈 학생은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다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과제 중인 대학생인데 한 번만 도와주세요’라며 말을 걸어오길래 같은 대학생으로서 동질감이 들어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한 그녀는 “갑자

기 사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형광펜으로 줄이 쳐져 있는 신문을 꺼내 특정 교회 이름을 언급하며 신앙을 전도해줄테니 교회에 같이 가자고 말했다”며 불쾌함을 토로했다.

정해은(정외 17) 학우(이하 정 학우)는 일 년 전 캠퍼스 내에서 포교를 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갓 입학한 신입생으로 학교 지리에 서툴러 행정동이 어디냐고 물었던 정 학우에게 한 여성이 건물까지 데려다준다며 다가왔다. 그녀는 “1학년인 것 같아 챙겨주고 싶다”, “나는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을 좋아한다. 내 꿈은 강연자다”라고 말하며 정 학우의 번호를 얻었고, 그 뒤로 만남이 이어졌다. 함께 밥을 먹는 와중에 자신의 꿈에 관해 얘기하며 “성경에 대해 자세하고 올바르게 공부하자”던 그녀는 교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성경에 대해 배운다며 계속해서 종교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정 학우를 설득했다. 정 학우는 “집요하게 왔던 연락을 차단하며 마무리되었지만 작년까지는 학교에서 자주 봤다. 학우들도 조심하기를 바란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처럼 유동인구가 유독 많은 대학가 주변에서 길을 걷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학생이냐고 물어오며 설문조사나 심리검사를 제안하는 사람이 있다. 열려 있는 장소라는 대학의 특성과 학생들이 다른 계층보다 개방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대학가는 종교의 포교 활동 기지가 됐다. 이들 대부분은 대학교 리포트 제출을 위해 참여를 부탁한다는 식으로 말을 걸어오다가도 어느 순간 “제사를 드려야 하니깐 우리와 함께 가자”라며 학생들을 끌고 간다. 그 후는 마치 다단계와 같은 시스템으로 이들을 관리하고 수익을 강요한다. 이에 대학가에서도 무분별한 포교 활동의 심각성을 인지해 대처방안을 모색했다. 광주대학교, 전남대학교에서는 대학 내에서의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유사종교 포교 활동 주의에 관한 공지를 올렸다. 해당 공지문을 게시한 전남대학교 학생과 담당자는 “게시글은 교육부에서 공고한 내용이 아닌 자체적으로 게시한 글이다”며 “최근 대학 내에서 유사 종교 포교 활동이 자주 일어나서 게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광주대학교 취업 · 학생 지원처 담당자 역시 “교내에서는 포교활동과 설문조사 같은 허가받지 않은 행위는 일체 할 수 없다. 그런데도 학교 주변에서 이 같은 행위를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학생들이 주의하도록 자체적으로 게시했다”고 말했다.

▲ 사진은 전남대학교와 광주대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유사종교 포교 활동 주의 안내’글이다.

더욱 교묘해진 길거리 포교 수법

“초행길이어서 헷갈리는데 조금만 같이 걸어가 달라”, “복이 많은 인상이세요”, “무료 심리 테스트 받아보고 가세요”로 시작해 “종교 스터디에 같이 나가자”, “조상에게 쌓인 업보가 많아 제사를 드려 덕을 쌓아야한다”, “본인이 부담 가능한 금액으로 성의 표시만 하면 제사를 지내주겠다”로 끝난다. 기존의 “도를 아십니까”라는 말과 함께 접근했던 이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잇따른 목격담과 피해사례, 이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여론이 등장하자 최근에는 △영화제작자 △창업컨설턴트 △재능 기부자 △심리상담사 △학교선배 등 다양한 직업으로 속여 말해 사람들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한국상담학회’는 홈페이지에 ‘대학 캠퍼스 내에서 특정 종교 단체에서 한국상담학회 회원, 상담 전문가로 속여 말하며 무료 상담 명목을 내세워 포교 활동을 하고 있다. △HTP △에니어그램 등 심리검사 및 해석 상담을 해준다는 명목을 내세워현혹하는 포교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회원들이 관심을 갖고 포교 활동을 조심하라’는 공지문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길거리 포교 활동은 갈수록 발전해 그 종류가 많아졌으며 쉽게 알아보기 어렵게 교묘한 포교전략을 펼친다. 막연한 연민과 동정심에 이들에게 선뜻 응했던 사람은 불쾌한 감정을 느끼며 이들과 승강이를 벌이게 된다. 일부 포교단체에서는 소속단체를 밝히며 포교 활동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포교활동을 하는 일부 종교 단체의 경우 설문조사를 해달라며 학생들에게 접근해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등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수집한 개인정보로 끈질기게 연락하고 심지어는 적혀진 주소지로 찾아가기도 한다. 일부 종교단체들의 이런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르면 수집된 정보는 미리 제시한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하고 사전에 동의를 받아야 한다.

 

[ 대표적인 포교 수법 ]

① 길거리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의 설문조사나 심리테스트

② 독서 모임, 캘리그래피 모임 등의 취미 동아리나 문화센터로 위장하는 경우

③ 지하철이든 버스든 사람들 눈 신경 쓰지 않고 도망갈 때마다 따라붙어 잠깐 얘기를 하자고 애걸복걸을 하는 경우

④ 택시를 탔는데 택시의 중앙에 사탕 바구니가 있고, 그걸 먹고 싶다면 위의 "설문조사"를 하라고 요구하는 경우

⑤ 대학 주변에서는 과제를 위해 설문조사를 시행 중이라며 설문지를 내주는 수법

(설문 내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번호 적는 칸이 있다면)

⑥ 자신을 사회봉사자라 소개하고 보육원 혹은 장애아동에게 편지를 써달라고 접근하며 “아이가 답장을 써서 이 편지를 전하려고 하니 한 번 더 만났으면 좋겠다.”라고 유도하는 경우

(출처/부산대학교 학생 커뮤니티 ‘MYPNU’)

 

법적 제재 힘들어, 피해 방지를 위해서는

이처럼 불편을 주는 길거리 포교는 포교 행위 그 자체만으로는 법적인 제재가 어렵다.

<헌법 제20조>

1.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그러나 “도를 아십니까” 등으로 말을 걸어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종교 단체 가입을 강요할 경우 「경범죄처벌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14. (단체가입 강요) 싫다고 하는데도 되풀이하여 단체

가입을 억지로 강요한 사람

41. (지속적 괴롭힘)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지

속해서 접근을 시도하여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

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하여 기다리기 등

의 행위를 반복하여 하는 사람

이와 관련해 서대문 경찰서 남가좌 파출소 조준수 경장(이하 조 경장)은 “대한민국 법에는 헌법, 법률, 명령, 조례, 규칙과 같은 순서와 체계가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20조를 형법이나 경범죄처벌법으로 제한할 수 없다. 단, 포교 과정 중 강압적인 신체 접촉이나 협박,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쫓아오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포교 활동의 처벌을 위한 합법과 불법과의 경계는 모호하다. 처벌을 위해서는 동영상이나 녹음 등 결정적 증거가 뒷받침돼야 하는 데다 포교자에게 물리적인 행위 등을 당하더라도 기분이 나쁘다고만 인식할 뿐 피해자 본인이 신고하지 않아 단속 적발되는 사례가 극히 적기 때문이다. 조 경장은 “사실상 신고 자체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 같은 포교 행위로 신고된 건수는 연중 20건 미만으로 △2016년 17건 △2017년 10건 △올해 6월 기준으로 18건이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바람직한 대처방안에 관해 묻자 조 경장은 확실한 의사표시를 강조했다.“대부분 신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혹은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등 여러 이유로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거부의 의사표시를 함에도 지속해서 따라오고 괴롭히면 지체 없이 112에 신고하는 것이 좋다”며 “포교 활동과 관련해 시민들의 신고 의식 또한 증대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길거리 포교 현장 르포

지난 13일 오후 4시 10분, 신촌 유플렉스 몰 앞에 도착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포교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러 개의 팀이 보였다. 3인 1조의 한 팀은 롱패딩을 입고 설문지를 들고 다니며 행인들을 붙잡고 있었고 또 다른 팀은 2인 1조로 핸드폰을 들고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 좁은 공간에서 여러 개의 다른 팀이 치열하게 포교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저기에서는 “5분이면 되는데 설문참여 한 번만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테스트 받아보고 가세요”라는 소리가 난무했다. 그러다가 멀뚱멀뚱하게 서 있던 기자에게도 한 팀이 접근해왔다. 그들은 2인 1조로 밝게 인사하며 다가왔고 본지 기자에게 어려 보인다며 나이를 물었다. 대답하자마자 그들은 본인들이 웹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는 대학생이라고 소개했고 휴대전화를 보여줬다. 그들은 “각박하고 개인주의인 세상 속에서 추운 날에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웹 드라마를 만들려고 한다”며 “이번에는 크리스천을 콘텐츠로 영상을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말했고 본지 기자에게 “크리스천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기자가 기독교도라고 밝히자 “기독교도라고 해서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더라. 청춘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며 되물었다. 그들은 여러 개의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자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웹 드라마에 대해 소개했고 기자가 기독교인으로서 어떠한 심리적 고민이 있는지 어떠한 삶을 사는지 물어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크리스천과 그 주변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웹 드라마를 찍는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자신들이 이벤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돌아다니면서 하루에 30명 정도를 만나고 있고, 이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기자가 당첨되었다며 애프터인터뷰를 요청했다. 짧게 길거리에서 만난 것으로는 자신들의 웹 드라마 분량을 채울 수 없다며 개인정보를 요구했고 번호를 받은 그들은 밝게 인사한 후 사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팀이 다가왔다. 그들은 기자에게 “영화 <신과함께>를 보셨나요”라고 물어오며 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네이버 폼을 보여주며 설문조사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설문조사를 완료한 후, 그들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며 자신의 전화번호가 기자의 핸드폰에 찍히는지 확인하고 사라졌다. 후에 이들은 본인들을 tvN 작가라고 소개했다. 기자가 구체적으로 어디 소속이냐고 물어보자 사실은 작가 지망생이라고 말한 그는 어디 소속인지는 아직 불확실해서 말씀드릴 수가 없다며 기자 본인이 사는 삶에 대한 소스가 아주 좋아서 시간과 장소를 맞춰줄 테니30분이라도 만나자고 전화했다. 이들을 만난 후, 의자에 앉자마자 또 다른 팀이 다가왔다. 그들 역시 2인 1조로 코트를 입고 있는 두 명의 여성이었고 왼쪽에 STAFF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이들은 기자에게 본인들이 이벤트를 진행 중이라며 1년에 한 번 있는 게릴라 연구에 참여할 기회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어떤 이벤트냐고 묻자 20대의 심리에 관해 여러 가지 진정성에 관해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며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도움받고 가라고 말했다.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자 지금밖에 기회가 없다며 유플렉스 몰 바로 앞에 있는 카페로 데려갔다. 2명의 여성과 함께 카페 2층으로 올라가자 유플렉스 몰이 한 눈에 보이는 창가 자리에 미리 앉아있던 또 다른 여성 한 명이 기자를 반겼다. 그 후, 기자를 그 여성에게 안내한 두 명의 STAFF는 사라졌다. 카페에 앉자마자 그녀는 기자에게 나이와 어디 학교와 어느 학과를 다니고 있는지 물었고 학교생활은 어떤지 또 학교밖에 생활은 어떤지 물어왔다. 기자가 어디에서 나오셨냐고 물어보자 그녀는 자신을 27살 심리학과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을 믿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던 그녀는 너무 착한 것도 문제인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시간이 흐르고 밖에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고 가야 한다고 말하자 그녀 역시 전화번호를 요구하고 기회가 될 때 한 번 더 만나고 싶다고 말하며 자리를 나왔다. 오후 5시 20분, 카페에서 나오니 어느덧 해는 저물어 있었지만 그들의 포교 활동은 계속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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