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자치의 위기 <1047호>
상태바
학생 자치의 위기 <1047호>
  • 이준혁 기자 / 이아윤 수습기자
  • 승인 2018.11.20 2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생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학생 자치, 무엇이 문제인가?

학생 자치에 대한 정확한 사전적 정의는 확립되어 있지 않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자치를 ‘자기 일을 스스로 다스림’을 뜻하는 단어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로 미루어보면 학생 자치의 의미는 ‘학생이 자기 일을 스스로 다스림’을 의미한다. 현재 상당수의 대학들은 단과대학 학생회 및 총학생회가 출범하지 않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표자 선거가 무산되는 경우 통상적으로 보궐선거를 실시하는데, 이때도 당선인이 정해지지 않으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운영된다. 대표자 선거가 무산되는 경우는 크게 △입후보자가 없는 경우 △선거 기간 중 경고 누적 등으로 자격을 박탈당한 경우 △저조한 투표율로 개표가 무산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올해 서울 소재 대학들의 상황을 보면 △동국대학교(공과대학, 법과대학, 이과대학이 입후보자의 부재로 비대위 체제 운영) △서강대학교(총학생회의 서류 미비로 입후보자 등록 취소) △연세대학교(주의와 경고 누적으로 선본 자격 박탈) 등 많은 대학들이 대표자 선출에 실패해 학생 자치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본지는 무너지고 있는 대학가 학생 자치의 현주소를 알아보고자 한다.

 

휘청휘청 학생 자치

지난 7일 입후보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단일 선본 ‘CONCEPT’는 연세대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받은 누계 경고수가 4회에 달해 유세를 시작하기도 전에 선본 자격을 박탈당했다. 우리 대학에서는 지난해 자연캠 ICT 융합대학 학생회 선거의 개표 과정에서 오차율이 3.0%를 초과해 당시 출마했던 ‘LINK’ 선본이 선거에서 탈락했다. 이와 같이 선거 기간 도중 혹은 개표 과정에서 선거가 무산되는 경우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입후보자의 부재로 인한 선거 무산이 상당수 대학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 대학 자연캠 총학생회는 선거가 무산되는 바람에 한 때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기도 했으며, 인문캠 사회과학대학은 2년째 단과대학 학생회를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저조한 투표율로 학생 자치 기구의 공백이 장기화되자 인문캠 소속 단과대학들은 결국 지난해 10월부터 △총학생회 △인문대학 △경영대학 △법과대학 △ICT융합대학을 시작으로, 지난달 16일 사회과학대학까지 모든 학생회가 개표를 위한 투표율을 *하향 조정했다. 이는 비단 우리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서울대학교에서는 3개의 선본이 출마했지만 투표율이 50.0%를 넘지 못해 투표가 3일간 연장되기도 했으며, 서강대학교는 선본이 출마하지 않아 비대위 체제로 운영됐다. 숙명여자대학교도 재작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비대위 체제에 돌입한 적 있다. 또한,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는 지난해부터 2년째 총학생회 회장 후보자체가 나오지 않고 있다.

입후보자가 아무도 없는 아쉬운 상황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자연캠 소속의 학생 자치 기구의 회장은 “학우 분들과 학교의 발전을 위해 행사를 기획하고 많은 시간을 들여 노력하고 있는데 점점 학생회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같다”며 “다른 학우 분들을 위해 일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왔으나, 좁아진 입지 때문에 활동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우리 대학 자연캠 학생복지봉사팀 유민성 계장은 “총학생회나 여타 여러 학생 자치 기구가 과거보다 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게 느껴진다”며 “열정과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면 좋겠지만, 지금은 입후보자가 없는 경우도 여럿 있다. 입후보자가 나온 것만으로도 다행인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 법과대학은 개표를 위한 투표율을 재적 인원의 40%로, 법과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인문캠의 단과대학은 33.3%로 조정했다.

 

왜 무관심한가

학생들은 왜 학생 자치 활동에 무관심해지는 걸까? 학생들의 관심이 멀어지는 이유로 과거와 달리 우리 사회에 만연해진 개인주의가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개인주의의 확산으로 인해 대학가에서는 학교나 학과의 행사에 참여하기보다는 자신의 지인들과 어울리거나 자신의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을 지칭하는 ‘자발적 아웃사이더’라는 표현이 생길 정도다. 그러나 대학가의 이러한 상황을 개인주의만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입시 제도에서 모든 수험생이 자신이 원하는 대학이나 학과에 진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3학년으로 재학 중인 김나경 학생은 “우리나라의 입시 특성상 정말 가고 싶던 학교,원하던 학과에 입학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보니 아무래도 학교에 대한 애교심이나 학과에 대한 소속감도 줄어들어 총학생회 및 단과대학 학생회가 부재한 상황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 대학 정치외교학과 정성철 교수(이하 정 교수)는 “학생 자치 활동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는 게 사회적 분위기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라며 “극심한 취업난 등과 같이 오늘날 대학생들이 처한 환경적 상황이 과거와 다른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학을 졸업해도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거나 원하는 진로로 나아가기 어려운 오늘날의 취업난이 큰 요인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도 각종 △어학 성적 △자격증 △대외활동을 만들어야 취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 12월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발간한「KRIVET Issue Brief」의 ‘한국의 청년채용시장 Ⅰ : 서류 전형 단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500대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서류 전형 단계에서 선호하는 졸업 평점 선호도를 100점으로 환산했을 때, △학점 4.0이상이 57.1점 △학점 3.5이상에서 4.0미만이 51.7점 △학점 3.0이상 3.5미만이 45.7점 △학점 3.0미만이 0.7점으로, 최소 3.0이상의 학점이 중요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해당 자료에서 당시 연구를 진행했던 한국직업능력개발원채창균 선임연구위원과 양정승 부연구위원은 ‘졸업 시점, 졸업 평점, 전공의 직무적합성, 출신대학 중 어느 하나라도 좋지 않을 경우 500대 대기업에 취업할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 좋은 일자리에 청년들이 취업하기 매우 어려운 현실임을 재차 확인함’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2018 한국의 인적자원개발지표’에서도 청년층 실업률이 2012년 이후부터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청년층 경제활동 참가율 및 실업률 추이 그래프다.(출처/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이러한 현실에 대해 이현정(체육 16) 학우는 “학생회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보다는 취업이나 스펙 등의 당장의 할 일에 집중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장 우리 세대가 겪고 있는 사회적 환경이 이렇기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대학생들이 마주한 이러한 현실에서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 자치 기구가 대학생활에 실질적인도움을 주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 자치 기구가 학교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익명을 요구한 우리 대학 소속의 A 학우는 “총학생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특히 극히 일부 학생만 이용할 수 있는 공약이 많아 학교생활을 하는데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도움은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렇게 학생 자치 기구가 학생에게 주는 실질적 도움에 대해 의문성이 제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몇몇 대학들은 공약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대학가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제46대 자연캠 총학생회장 당선인 김재율(신소재 13) 학우는 “학생들이 표출한 어려움과 불만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이며, 학우들이 느끼시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과감하게 수정하여 최적의 방향으로 나가야겠다”며 “학교 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렇듯 학생 자치 기구 역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발벗고 뛰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학생 자치는 어떻게 변해 나가야 할까

 

학생 자치, 앞으로는?

학생 자치의 위기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당성과 민주성의 측면에서 유권자인 학생들의 투표로 학생 자치 기구가 구성되는 것과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는 것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다. 선거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선출된 학생 자치 기구가 갖는 위치는 결코 낮지 않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대학 사회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학교나 사회에 전하고 요구할 수 있는 기구가 부재하다는 것은 결국 학생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사실 오늘날 많은 대학들이 겪는 자치 기구의 부재 혹은 실효성에 관한 논란은 한 가지 요인으로 인해 발생했다고만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학생 자치 기구가 충분히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나 개인주의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학생 자치 기구 양쪽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학생들은 학생 자치문제 혹은 대학 사회에서의 문제가 단순히 남의 일이라고만 치부하고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총학생회 같은 학생 자치기구는 학생들의 필요가 다변화되고 있음을 인지하고 조금 더 고심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