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굣길, 인문캠에 힘찬 선거유세가 울려 퍼진다. 선거유세를 듣고 있자니 돌아온 선거철이 실감 난다. 11월, 이때의 대학가 관심은 학생자치기구다. 총학생회부터 총동아리연합회, 단과대학 학생회와 총여학생회까지. 학생 손으로 직접 대표자를 뽑는 학생자치기구는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구다. 중요성은 말하자면 입 아프다. 학생들의 복지부터 권리까지 이들은 학생들의 입이 되어 발로 뛴다.
그런데 요즘, 대학가의 학생자치기구들이 위기라는 말이 적지 않게 들려온다. 선본이 출마하지 않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가 수년간 이어지기도 하고 설사 선본이 출마하더라도 세칙에 어긋나 사퇴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모든 상황을 거쳐 의결까지 가더라도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기도 한다. 학생자치기구가 흔들린다는 건 ‘교내 민주주의’가 사라져간다고 해석할 수 있다. 비대위는 학생들의 투표로 구성되지 않았기에 정당성이나 대표성 문제도 함께 제기된다. 대학가의 변화가 필요하다. 비대위 체제를 “또 비대위네”라며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 무엇이 이런 문제를 야기했는지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자연캠 단일 선본이 돌연 사퇴하며 우리 대학 자연캠 총학생회도 공석이 예견 됐었다. 이후 3월, 보궐선거 끝에 비대위 체제는 간신히 면했으나 이는 학생자치기구 위기가 타 대학들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다행히 2019년도 총학생회는 양캠 모두 선본이 출범했다. 개표가 진행된 자연캠의 경우 단과대학 학생회를 비롯한 총여학생회, 동아리연합회, 총학생회가 모두 재적 인원 과반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며 당선됐다.
사실 학생자치기구의 위기는 학생들의 관심 한 번과 한 표의 행사로 쉽게 개선될 수 있는 문제다. 투표율이 높아지고 학내에서 학생자치기구의 목소리가 울리면 선본의 불출마 역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한 번의 관심과 한 표의 행사. 우리 대학 학우들이, 나아가 지성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 재학생들이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