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부 신입생에서, 건축대학 교수로 <1046호(창간기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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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부 신입생에서, 건축대학 교수로 <1046호(창간기념호)>
  • 김민우 기자
  • 승인 2018.11.05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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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생각하는 건축가 이명주(건축87) 동문을 만나다

유난히도 더웠던 올 여름,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었다. 국내 최초의 제로에너지주택에 대한 기사였다. 이와 더불어 제로에너지주택의 설계자가 우리 대학 동문이자 현재 건축대학에 재직 중인 이명주 교수라는 점은 학우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무더웠던 여름 냉방기를 하루 종일 틀어도 화석에너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제로에너지주택의 최초 설계자, 우리 대학 건축대학 교수, ‘제드건축사사무소’ 대표로서 바쁜 삶을 살고 있는 이명주 동문을 명대신문이 만나봤다.

Q 명지대학교 교수임과 동시에 ‘제드건축사사무소’ 설립자라는 직책이 새로운데, 설명 부탁드려요

A ‘여성 교수 1인 창업’으로 명지 법인에 겸직허가를 받아 2009년 창업을 시작해 현재 ‘제드건축사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어요. 2009년 당시, 정부 주도하에 △창업진흥원 △중소기업청 △명지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지원과 함께 ‘디자인 교수 창업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이 프로젝트는 디자인 전공 교수 중 창업을 희망하는 지원자를 받아 진행됐는데, 운 좋게 제가 선정됐어요. 당시 창업 지원금을 받아 학생들과 함께 연구실에서 창업을 시작했고, 현 ‘제드건축사무소’의 전신이 만들어졌죠. 하지만 연구소를 통해 실질적인 설계를 하는 데 한계가 있어 설계사무소로 다시 법인 허가를 신청했고, 현재의 ‘제드건축사사무소’가 설립된 거죠.

 

Q ‘제드건축사사무소’는 교수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사무소는 저에게 작업 공간임과 동시에 놀이터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설계교수로서 학생들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내용을 직접 설계해보고, 그 설계가 공모전에 당선이 되거나 프로젝트로 선정이 되면 실제로 건축하곤 해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얻은 피드백 내용을 학생들에게 직접 가르칠 수 있어 하나의 실험실로서 사용되고 있죠. 교수라는 신분으로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 속에서 일을 하는 공간이에요. 연구만 하는 교수가 아닌 사회에서 경쟁을 통해 생산물을 얻는 교수가 됨으로써 저만의 실적이 생길 수 있었고, 덕분에 많은 분들에게 점차 인정받게 된 거 같아요. 즉, 연구와 실무를 함께하는 교수가 될 수 있었던 데는 현 사무실이 큰 역할을 했죠.

 

Q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에서 실무를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A 물론 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었죠! 어려움이나 난관을 해결했을 때 그 성취감을 고스란히 학교와 학생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욱 업무에 매진했던 거 같아요. 또 겸직 활동이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아침 일찍 서초구에 위치한 사무소로 출근해 오전 회의를 마친 후, 다시 학교로 출발해 오전 11시 교수회의를 진행해요. 회의가 끝나면 오후 늦게까지 수업을 진행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업무를 마무리 하죠. 그래서 최근까지도 휴가 한번 못 가봤네요. 하지만 결과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지금도 쉴 수가 없어요. 그리고 예전엔 “교수가 프로젝트를 하면 얼마나 잘 하겠어” 하는 불신이 팽배해 프로젝트나 공모전 진행에 있어 어려움이 많았어요. 하지만 8년째 꾸준히 진행하다보니 직접 설계한 작품이 생겨 직접 이야기할 필요 없이 건물이 모든 걸 이야기해줬어요. 그래서 대중들이 점점 알아줬고, 명대신문에서도 찾아온 거 같네요. (웃음) 내가 하는 일을 남들이 이해하고 인정함에서 오는 만족감과 성취감 때문에 계속 노력하고 있죠.

 

Q 교수님 하면 국내 최초 제로에너지주택 설계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제로에너지주택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A 제로에너지주택은 최근 기후변화 문제로 전 사회가 심각한 상황 속에 왜 이런 문제가 생길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이런 배경 하에 건설된 제로에너지주택은 겨울철 난방과 여름철 냉방 에너지를 줄일 수 있도록 패시브 설계 기술뿐 아니라 주택 내에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어요. 세대가 필요로 하는 난방, 냉방, 조명 등의 에너지를 주택 내에서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도록 하는 거죠. 열에너지는 지열 히트 펌프로 생산하고, 전기는 건물 외벽에 부착한 태양광 패널로 생산해 주택 내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하고, 생산한 에너지가 남았을 때는 외부로 다시 돌려주는 형태를 취하고 있죠. 제로에너지주택은 각종 첨단기술을 융 · 복합한 미래 지속 가능한 건축 형태인 거예요.

쉽게 말해, 단순 생태 건축이 아닌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영화 <마션>에 나온 화성 기지국을 생각하면 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네요.

 

Q 혹시 제로에너지주택 설계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A 물론 제로에너지주택을 설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죠. 일단 사람들이 제로에너지주택의 실효성을 인지하지 못해 난관을 겪었어요. 이전까지 제로에너지주택과 같은 형태의 주택이 없었기에 아무리 설명해도 사람들에게는 막연히 상상으로만 여겨졌던 것 같아요. 이뿐만 아니라 제로에너지주택을 건축하는 데 너무 많은 최첨단 기술이 필요해 설계 과정에서 꼼꼼함과 건축 과정의 세심함 때문에 시간 · 금액적인 측면에서 많은 부딪힘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 여름 실제 제로에너지주택에 거주 중인 주민들의 만족스러운 피드백으로 인해 지금은 그때의 노력을 보상받았다고 생각해요.

 

Q 에너지 · 최첨단 기술이란 단어가 많이 등장하네요. 그럼 실제로 제로에너지주택의 에너지 효율은 어떻게 되나요?

A 일단 제로에너지주택은 화석에너지를 최대한 쓰지 말자는 생각과 동시에 최소한으로 사용된 화석에너지를 클린에너지로 변환해 다시 돌려주자는 계획이었어요. 따라서 2009년 대비 난방비의 경우 80%, 냉방비의 경우 70%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요. 실제 노원 이지하우스의 경우, 2009년 대비 61%의 에너지를 줄였으며 추가로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광 전지판을 통해 자가 생성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요. 실내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다보니 다른 건물보다 에어컨 작동 횟수가 훨씬 줄어들었어요. 올해 6월부터 7월까지 총 47일간 노원 이지하우스의 전기사용량은 5만 1,873kWh로 공동전기료를 포함해 세대 평균 355kWh 사용에 그쳐 가구당 평균 전기료는 4만 4,000원 안팎으로 집계됐어요.

 

Q 건축에 무지한 저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혹시 건축가 이명주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A 인간은 삶의 90%를 건물 속에서 보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실도 대학이라는 건물이며 밥을 먹는 식당 역시 건물인 것처럼··· 저는 건축에 임할 때 사회적인 측면이든 환경적인 측면이든 누구나 건물에 편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엄마가 아이의 손을 잡고 오던, 휠체어를 타던 편안히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요. 따라서 다른 건물에서 느끼지 못한 편리함과 안정감뿐만 아니라 이 감정을 다음 세대에 똑같이 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건축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자연을 훼손하지 않은 채 건축을 진행한다면 더 좋겠죠. 결국 화석에너지를 안 쓰는 선에서 냉 · 난방을 즐길 수 있는 제로에너지 건물 · 도시건설이 궁극적으로 제가 추구하는 목표라 할 수 있겠네요.

 

Q 교수님과 같이 건축 · 설계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A 현재 건축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예전과 달리 상당히 체계적이고 실제 건축에 종사하고자 하는 열의를 품은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내가 건축을 통해 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혹은 어떤 공헌을 할 수 있을지 하는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으면 좋겠어요. ‘앞선 건축사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은 뭐가 있을까’, ‘건축을 통해 나는 다음 세대에 무슨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통해 진정한 건축가로서 꿈을 키웠으면 좋겠네요.

 

Q 건축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안 물어볼 수 없는데,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요?

A 중학교 2학년 때, 우리나라 최초 여성 건축사가 인터뷰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됐어요. 여성 건축사분이 자기는 건축업종에 종사하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대한민국 여성 최초 건축사가 됐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고 이야기한 게 머릿속에 남았고 그 후 5년 뒤, 대학 입학을 앞둔 상태에서 막연히 건축을 생각했던 거 같아요. 사실 그 당시에는 건축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입학했죠.

 

Q 혹시 87년의 건축학과와 현재 건축학과, 바뀐 점이 있을까요?

A 인지도 측면에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저는 우리 대학을 졸업 후 대학원은 타 대학을 나왔지만, 오히려 우리 대학 건축학과 졸업 후 우리 대학 대학원을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문뜩 드네요. 특히, 이번 학생부 수시전형 건축학부 모집정원이 17명인데 비해 약 290여 명이 지원해 우리 대학 건축학부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다 생각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 수준 역시 과거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높아졌죠. (안도의 웃음을 지으며) 제가 지금 우리 대학 건축학부에 지원했다면 못 들어 왔을 거 같아요. 그 당시 우리 대학 건축학과를 지원한 건 너무 잘한 일 같네요.

 

Q 그럼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칭찬의 한마디 부탁드려요

A 요즘 학생들은 자는 시간도 줄여가며 공부하는 것 같아요. 우리 건축대학 학생들 역시 타 대학 건축학과 학생들보다 성실하고 알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능력이 대체로 상향평준화 되고 있어 몇몇만 특출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특출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어 대견하다고 전해주고 싶어요.

 

Q 반대로 학생들에게 아쉬운 부분도 있을 거 같아요

A 요즘 학생들은 너무 빨리 취업을 고민해야 하고 대학생이란 시간을 너무 급박하게 살아간다는 사실이 교수로서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죠.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취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안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취업이 중요하고 언젠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지금 대학생만큼 취업이 간절하진 않았어요. 당시엔 대학원이라는 돌파구가 있어 저 역시 학업보단 교내 활동에 집중했고, 학업을 마친 후 유학길에서 돌아와 35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구직활동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최근 대학생들은 너무 취업에만 집중해 대학 교육이나 전반적인 대학생활에 대해 알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들어요. 물론 대다수의 학생이 동일한 수준의 능력을 갖고 있어 더 뛰어나지 않으면 좋은 직장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만 20대라는 대학시절, 본인 스스로에 대해 고민해볼 시간에 취업과 스펙에만 몰두돼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네요.

 

Q 마지막으로, 선배로서 명지대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A 대학 졸업 후 사회에 발을 디디는 게 쉽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10년을 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20년을 하면 본인의 뒤를 따라오는 사람이 생기고, 30년을 하면 본인 앞에 가는 사람이 없다고 해요. 명지대 학생들이 본인에게 주어진 목표를 20년을 넘어 30여 년 동안 꾸준히 할 수 있다면 성공은 자연스레 따를 거라 생각해요. 학생들이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인재가 됐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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