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시생이다 <1046호(창간기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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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시생이다 <1046호(창간기념호)>
  • 임다원 기자
  • 승인 2018.11.05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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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시험준비생(이하 공시생)이 나날이 늘어가며, 이제는 주변에서 공시생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됐다. 실제로 올해 서울시 7 · 9급 공무원 공채시험 원서접수는 평균 6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가직 9급 공채 시험도 40.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달 15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청년층의 취업 관련 시험 준비 실태’에 따르면 취업 관련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의 10명 중 4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듯이다. 그렇다면 왜 청년들은 공무원을 꿈꾸게 되었을까. 명대신문이 청년들의 꿈을 좇아보았다.

 

나는 공시생이다

▲공무원 시험 구분 표

공무원 시험은 다양하게 구분된다. 표에 제시된 바와 같이 △5급 공무원 △7급 공무원 △9급 공무원 △서울시 · 지방직 공무원 △군무원 △교사 △법원 공무원 △소방 · 경찰 공무원 △기타 등 크게 18개로 구분되며 직무별로도 세분돼 있다.

▲9급 공무원 관련 인원 변동 추이(출처/ 인사혁신처 사이버국가고시센터)


공무원 시험 중 선발인원과 접수인원이 가장 많은 9급 공무원을 살펴보면 6년 전인 2012년보다 최근 3년간의 접수인원이 모두 증가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어남은 공시 관련 도서 판매량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도서 판매 사이트 ‘예스24’는 2016년 공무원 수험서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5% 성장해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공무원 시험 합격을 향한 치열한 경쟁이 20대에게 남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국정관리학회에서 지난 3월 전국 만 19~34세 청년 1,620명을 대상으로 벌인 ‘공무원시험준비생 규모 추정 및 실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한 평균 나이는 24.5세였다. 또한 응답자의 34.4%가 대학교 3 · 4학년 때 공무원 시험 준비를 처음 결심했다고 답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의 주 연령대가 20대이며 학업과 병행하는 이들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사진은 서점에 진열된 공무원 시험 관련 서적들이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요한 청춘들

공무원 시험 경쟁이 치열해지며 온라인 스터디의 일종으로 SNS에 #공스타그램(공시생) #공시생 등의 태그를 걸어 자신의 공부 시간을 인증하거나 필기 내용을 촬영해 올리는 게시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중 공시생이 태그된 글은 603,060여개에 달했다. 게시물들을 살펴보자 공부 시간이 10시간 이상이라고 밝힌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단국대학교 응용통계학과에 3학년으로 재학 중인 김동현 학생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하루 평균 7~8시간 정도 공부한다”고 토로했다. ‘공무원시험준비생 규모 추정 및 실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공시생들의 하루 평균 공부 시간은 10~12시간이 35.8%로 가장 많았다. 하루 중 절반 가까이를 공무원 시험 공부로 보내는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매우 높다’고 응답한 인원도 59.1%로 공시생 10명 중 6명이 높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대학 고시원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반을 전담하고 있는 행정학과 진종순 교수(이하 진 교수)는 “공무원 시험은 경쟁률이 워낙 높아서 시험에 합격하기가 힘들다. 시험에서 한 문제만 틀려도 당락이 결정되다 보니 학생들이 오랜 기간 동안 꼼꼼하게 준비 한다”며 “수업과 학업을 병행하다 보니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쉽지 않은 길임에도 공시생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올해 7월 발표한 ‘공무원 시험 준비 경험’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20,30대 취업준비생과 직장인 응답자 2,858명의 78.2%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가장 큰 이유로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를 꼽았다.

청년들의 발길이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는 현 상황에 대해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주은우 교수(이하 주 교수)는 “현재 민간 부분에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다는 게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민간 부분에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자 공직사회를 꿈꾸는 청년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우리 대학 경영대학에 재학 중인 A 씨는 “전공과 관련된 기업으로 취업하고 싶은데 4차 산업 혁명이 도래하면서 상경계열 회사에서도 공대생을 뽑고자 한다”며 “공무원 시험은 일단 붙으면 안정적인 일자리가 생기니 좋은 일자리가 없어서 준비하게 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청년유니온의 김영민 사무처장(이하 김 사무처장)은 “청년세대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사회적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고용 불평등 문제나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함께 나타나니 공무원 시험이 중산층에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인지되는 부분들이 있다”고 분석했다.

 

공시생과 취준생 그 사이에서

‘공무원시험준비생 규모 추정 및 실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공시생들의 49.9%가 예상 합격 소요 기간을 24개월로 예상했다. 2년에 가까운 시간을 시험에 몰두하는 것이다. 짧지 않은 공무원 시험 준비 기간은 곧 ‘공시낭인’ 문제로 이어진다. 공시낭인이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일반 기업체에서 원하는 인재상과 멀어져 일반 기업체 취업은 어렵고 공무원 시험도 합격하지 못해 이도 저도 못 하는 이들을 통용한다. 공시낭인은 미디어 프로그램에도 등장할 정도로 사회적 공감을 얻는 대상이다. 실제로 공시생과 공무원 시험 학원 강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tvN 드라마 <혼술남녀>에서는 3년 동안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공시낭인 캐릭터가 나오기도 했다.

김 사무처장은 “공무원 시험은 경쟁률이 높아 시험 준비가 장기화 되는 경향이 있다. 오랜 기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청년들이 후에 민간 기업 시장에 진입하는 게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장기 NEET* 상태에 빠질 위험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동현 학생도 공무원 시험의 장점으로 공정함을 꼽았으나 단점으로는 “만약 시험에 떨어지고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됐을 때 남는 게 없다. 공부를 하긴 했지만, 자격증이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시간이 스펙이 되는 것도 아니다”며 장기화 되는 시험 준비를 꼽았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와 대학내일20대연구소, 청년유니온이 지난해 2월 공시생 624명을 대상으로 벌인 ‘2017 진입경로별 공시준비 청년층 현황 및 특성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주거비를 제외한 공시생의 월평균 지출 비용은 83.6만 원이다. 수강비나 교재비 같은 학습비용만 43.4만 원에 달한다. 비용 마련은 57.7%가 부모님 혹은 가족의 지원으로, 24.4%는 저축해둔 비용으로 충당하고 있었다.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에는 경제적 어려움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사무처장은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취업 준비가 장기화 되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어떻게 사회에 다시 진입하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서울시에서 했던 청년수당 사업이 하나의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사업들을 지역 실정에 맞게 확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뿐만 아니라 취업이 장기화 되는 측면들을 포괄하는 이야기다”며 “공무원 시험의 장기화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가 우선이다”고 덧붙였다.

*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로 일하지도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

 

공시생, 일반기업체 준비자 수의 1.8배

‘2017 진입경로별 공시준비 청년층 현황 및 특성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취업 시험 준비자 중 일반직 공무원 준비자 수(39.4%)는 일반기업체 준비자 수(21.5%)의 약 1.8배였으며 이는 5년 전인 2012년 일반직 공무원 준비자 수(28.6%)보다 10.8%가 증가한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 △공기업 △고시 △전문직 △교원까지 포함하면 40.6만 명(62.2%)이 일반기업체나 기능직이 아닌 공기업 및 공공기관 등 공무원과 유사한 성격의 진로를 선택한 셈이다. 청년들의 관심이 공무원 시험으로 쏠리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든 상황에서 수많은 인재가 공직사회를 꿈꾸는 사회에서는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진 교수는 “크게 보면 좋은 인재들이 낭비된다는 면이 분명 있다. 때문에 사회 전체로 보면 비효율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정부에서도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으나 노력한다고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답변했다. 주 교수 역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국가 부문,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 자체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민간 부문에서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새로운 자본이 부가창출 되어 공공 부문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국가가 반드시 혁신적인 사업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국가기구는 시스템을 혁신하기보다는 시스템을 재생산하는데 비중이 있어서 이러한 점이 개개인 업무의 성격도 규정하게 된다. 때문에 우수한 인재들이 공직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은 한 나라의 균형 잡힌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여러 가지 문제를 포함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개인의 변화가 아닌 사회의 해결이 필요해···

그러나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이에 따라 청년 실업률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사회 혁신을 위해 ‘공무원을 준비하지 말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주 교수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드는데 한 개인의 생애 주기 상에서도 너무 많은 시간을 투여하게 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개인의 선택이 바뀐다고 한들 △안정적 일자리 확충 △고용 불평등 해결 △장기화 되는 시험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같은 사회의 개선이 없는 한 또 다른 공시생이 나타날 것이다. 김 사무처장은 “청년들이 혁신적이지 않은 일자리에 몰리는 것이 문제라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혁신적인 도전을 하려면 위험도 수반해야 한다. 그런 위험을 분산시켜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공무원 시험 준비가 혁신을 가져오기 힘들다고 비판하기는 힘들다”며 “이보다 장기화되는 부분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대표되는 고용이나 노동에 대한 구조들이 변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10명 중 4명의 청년이 공무원을 꿈꾸는 시대. 이제는 늘어나는 공무원 수와 경쟁률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직면한 현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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