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고 있습니다 <1046호(창간기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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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고 있습니다 <1046호(창간기념호)>
  • 오상훈 기자
  • 승인 2018.11.05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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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비춰주지 않는 대학가와 학우들을 위해서

1954년 11월, 명지대학교 학보사 명대신문은 전국 학보사 중 16번째로 창간됐다. 그리고 올해를 기점으로 창간 64주년을 맞는다. 지난 80년대, 학보사는 전성기를 맞았다. 민주화라는 목적 아래 학보사는 군부 정권에 대항하는 대학생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한, 언론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학내 공론의 장을 형성해 왔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사실 학보사의 입지 문제는 오래전부터 거론돼 왔다. 보다 전문적인 기성 언론의 종이신문 구독률 또한 처참하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초점이 대학가에 한정된 학보사의 전망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 하지만 학보사는 분명 기성 언론과 다르다. 대학생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학보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명대신문 창간 64주년을 맞아 명지대학교의 학보사 명대신문이 가지는 의미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학보사, 상시 위기 체제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시행한 ‘2017 언론 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종이신문 이용률은 893명 중 4.7%였다. 종이신문 이용률은 지난 1주일 동안 종이신문을 이용한 사람의 비율을 나타낸다. 그리고 이 수치는 지난 2016년에는 927명 중 7.4%였고, 2015년에는 894명 중 11.0%였다. 불과 2년 만에 종이신문 이용률이 6.3% 하락한 것이다. 그리고 종이신문 이용률 하락은 자연스럽게 구독률 저하로 이어진다. 종이신문의 구독률 저하는 학보사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기본 전제가 된다. 아무리 좋은 기사를 발행한다고 해도, 독자가 없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보사 위기의 원인을 종이신문 구독률 저하에만 두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학보사의 위기가 종이신문의 구독률이 저하되기 이전부터 언급됐기 때문이다. 지난 1992년, 한국일보에 게재된 ‘힘들고 취업 도움 안 된다. 서클활동에도 3D 기피 현상’이라는 기사는 학보사 위기 현상에 대해 ‘학생들의 큰 관심을 끌던 학보사와 교지편집실 등에도 학생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 이처럼 힘이 들거나 시간적으로 개인 희생을 요구하는 서클에 찬바람이 부는 데 비해 「편하고 취업에도 도움이 되는」 외국어 관련 서클이나 컴퓨터서클 등에는 회원이 줄을 이어 대조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2년, 경향신문에서도 ‘대학언론의 위기 우려 확산’이라는 기사를 통해 학보사의 위기를 언급했다. 이 기사는 학보사가 영향력을 잃는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대학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관심과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각 대학 신문사와 영자 신문사 등은 감소하는 독자 수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으며 신규인력의 지원마저 줄어들어 대학언론 기자들은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한겨레는 지난 2006년, ‘외부잡지 · 온라인에 밀린 대학신문 화려했던 시절 다시 올 수 있을까’라는 기사를 통해 읽을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에 학보사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위와 같은 기성언론의 기사들은 학보사 위기 원인이 오래전부터 다양하게 제기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학보사의 한계

학보사는 변해가는 미디어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종이신문 발행과 함께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인트라넷과 SNS를 통해서도 기사를 배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구독률 저하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학보사인 ‘대학신문’은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지난 1999년 77%에 이르던 구독률이 2012년에는 34.7%를 기록했다고 알렸다. 6년이 지난 현재, 구독률은 더욱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명대신문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이에 본지는 학보사가 처한 현실과 명대신문에 관하여 우리 대학 방목기초교육대학 인문교양 유재희 교수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학보사의 한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께서 보시기에 학보사의 문제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우선, 전에는 학내 소식을 접하기 위해 학보를 이용했습니다. 제가 학부생일 때만 해도 많은 학생이 학교의 행사와 관련된 소식을 알기 위해 학보를 읽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인터넷으로 옮겨간 지금, 학보사가 소식을 전달하는 데에 치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럼 학보사는 어떤 기사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A. 구독자마다 관심사가 다르므로 어떤 기사를 써야 하는지 확정할 수 없지만, 학보사의 성격상 저널리즘적인 기사를 많이 게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보사도 언론이기 때문에 다른 매체들이 쓸 수 없는 비판적인 글을 쓰는 겁니다.

 

Q. 명대신문을 읽어보셨나요?

A. 지나가는 길에 보이면 읽었습니다.

 

Q. 그렇다면, 명대신문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우선 배포대의 위치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일정한 동선을 갖고 있기 때문일 수 있지만, 배포대가 생각보다 많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본관 엘리베이터 앞에 배포대를 두면 많은 사람이 신문을 읽을 것 같습니다. 또한, 기사들이 단발적인 문제점 지적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아쉬웠습니다.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으면, 학보사의 입장에서 문제를 발생시킨 주체에게 해결을 촉구하고 그 해결이 어떻게 반영되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경우가 많이 없었습니다. 저널리즘적인 측면을 강조한다면, 학보사는 지속해서 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독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Q. 또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요?

A. 빽빽한 구성과 단조로운 문체가 독자들에게 지루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성 언론사의 주말판 기사의 경우에 소설적인 문체를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본적인 신문문장론은 두괄식의 역삼각형 구조를 지향하는데 명대신문도 이를 고수하는 것 같다. 기성 언론사의 주말판처럼 스토리 방식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명대신문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구독률이 꼭 진보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학보사가 쇠퇴하고 있다고 표현하는데, 꼭 많은 사람이 읽지 않아도 목소리를 내고, 지속해서 관찰하고 감시하고 존재하는 것 자체로 그 목적이 달성될 수 있습니다. 흥미를 충족시키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학보사가 흥미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족한 점을 개선하여 계속 존재했으면 좋겠습니다.

 

학보사, 청년의 망루

학보사는 기성 언론과 차이점을 갖는다. 같은 사안에 관한 기사라도 학보사의 기사는 청년의 시선으로 쓰이기 때문에 진영논리나 여타 기성 언론의 기자들을 옥죄는 제한으로부터 자유롭다. 또한, 학보사의 시선은 대학생들에게 맞춰져 있다. 그래서 기성언론이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대학가와 학내의 사안들에 대해서도 집중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대학생들의 침해된 권리를 보장하거나,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도 자세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명대신문 48기 기자 출신이자, 현재 뉴스1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우리 대학 박정환(디미 04) 동문은 학보사가 갖는 장점에 대해 “언론 기능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학보사는 교내에서 유일하게 비판이 가능한 매체다. 물론 다른 매체도 존재하지만, 등록금과 상관없이 독립된 매체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교지가 사라진 후 제대로 된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교내 단체는 학보사밖에 없

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학보사가 대학가와 사회를 바라볼 때 갖는 시각 자체가 틀에 갇히지 않았다는 장점이 있다. 기성 언론은 주로 대중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고려하지만, 학보사는 본인들이 원하는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는 학보사가 창조적이고 획기적인 청년의 시각을 반영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본지 또한 학우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침해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청년의 시선으로 기사를 써왔다. 다음은 본지에서 썼던 기사들이다.

 

<1026호>

지난해 9월, 본지는 우리 대학의 홈페이지가 보안에 취약점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본지는 1026호의 ‘16년 된 홈페이지, 허술함 모른 채 개인 정보 유출 방치’ 탑기사를 통해 e-class의 쪽지 시스템이 다른 학우의 정보를 손쉽게 볼 수 있는 보안상의 구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밝혔으며, 정보지원팀과의 질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만약 상황이 방치됐다면, 학우들의 개인정보가 손쉽게 유출될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됐을 것으로 보인다.

<1034호>

지난 3월에는 KEB 하나은행의 채용비리가 불거졌고, 우리 대학 동문이 피해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본지는 1034호의 ‘SKY를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탑기사를 통해 지난 2016년, 하나은행이 신입사원 채용에 있어 불합격자의 점수를 학벌에 따라 가산시켜 합격시키고, 원래 합격자들은 불합격시킨 사실을 학우들에게 알렸다. 그리고 채용비리의 문제점과 함께 하나은행의 입장을 학우들에게 전하는 등의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전했다.

<1037호>

마지막으로 지난 4월, 본지는 1037호의 ‘대학가에 행해지는 전대차, 절약과 불법 사이 아찔한 줄타기’ 사회기획기사를 통해 학우들에게 전대차의 위법 요소에 대해 알렸다. 방학 기간에, 자취하는 학우들이 방이 필요한 다른 학우들에게 돈을 받고 방을 내주는 관행 같은 전대차가 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으며, 원래 방을 빌린 학우와 이차적으로 방을 빌린 학우 모두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이 외에도 명대신문은 청년들의 시각으로 대학가와 사회의 정의를 관철해왔다.

 

명대신문이 제작되는 과정

▲사진은 격주간의 명대신문 발행 과정이다.

명대신문은 보도부와 기획부로 구성되어 있다. 보도부가 학내와 관련된 사건을 조명한다면, 기획부는 대학가와 사회에 집중한다. 명대신문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격주로 발행된다. 위와 같이 발행주기를 첫째 주와 둘째 주로 나눈다면, 첫째 주 월요일에 기자들은 이전 주기에 제작했던 신문을 발행 및 배포하고 그 신문에 대해 강평을 한다. 강평은 기자들이 이전 호에 게재된 기사들을 피드백하는 과정이다. 잘못된 맞춤법을 골라내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꼬집기도 한다. ‘이 기사를 왜 썼는지 모르겠다’와 같은 박한 평가가 오고 가기도 하지만, 더 나은 기사를 쓰기 위한 과정임을 알기에 기자들은 말을 아끼지 않는다. 강평이 끝난 후, 둘째 주 목요일까지 다음 호에 게재될 기사를 작성하는 기한이 주어진다. 이 기간에 기자들은 취재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사를 작성한다. 취재과정은 순탄치 않다. 계획했던 대로 취재가 진행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취재 장소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인터뷰를 거부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둘째 주 월요일에는 편집부가 회의를 가진다. 편집장과 각 부서의 부장은 주간교수와 함께 다음 호의 기사들에 대해 의논한다.마감날에 기자들은 완성된 기사를 소속된 부장에게 전달한다. 편집장 및 부장은 △사실관계 △오탈자 △편향성 △시의성 △비문의 유무 등을 평가한다. 그리고 문제 되는 부분에 빨간 줄을 긋는다. 기자들은 빨간 줄이 그어진 기사에 쓰라린 속을 삼키며 기사를 수정한다. 이 과정은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만큼 정확한 정보를 학우들에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마감이 끝나고 다음 날인 금요일에는 조판이 진행된다. 조판은 실질적인 신문 편집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조판 과정 후 최종 완성된 대로 신문이 발행되기 때문이다. 조판은 기자들이 디자인을 외주하고 있는 ‘중앙일보디자인’에 직접 가서 진행한다. 기자들은 미리 요구했던 기사와 사진 배치 방식 등을 조판 과정에서 확인하며, 최종적으로 오탈자나 통계 자료의 수치 등을 확인한다. 그 후 인쇄된 신문은 다시 돌아오는 월요일에 기자들에 의해 배포된다. 명대신문은 다양한 배포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우선 종이신문 자체는 배포대를 통해 학우들에게 전달된다. 또한, 인터넷 홈페이지도 있다. ‘명대신문’이라는 자체 페이지에 기사 카테고리를 나눠 호별로 기사를 게재하고 있으며,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기사를 공유하고 있다.

 

학우들에게 고하고 싶은 점

기성 언론들이 발행하는 기사들을 읽을 시간도 없는 바쁜 학우들에게 명대신문이 내는 기사를 읽어달라고 부탁하는 일은 염치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신문이 읽히지 않는 이유가 종이신문의 몰락도, 학우들의 잘못도 아닌, 명대신문 기자들의 묵과였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학보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관행처럼 해왔다는 이유만으로, 명대신문 구독률 저하가 종이신문의 쇠퇴 때문이라고 합리화했다. 반성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이 기사를 쓰는 이유는, 과거의 선배 기자들도 그렇고 지금의 기자들도 그렇고, 결국 학우들을 위해서다. 수많은 계층과 공동체가 등장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 대학생들은 점점 약자가 돼가고 있다. 학보사는 청년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학우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권리를 침해하는 권력을 감시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그러니 학우들에게 고한다.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어 쓰인 기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고, 한 번씩 어떤 기사가 있는지, 명대신문을 훑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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