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유학하러 왔습니다", 현실은? <10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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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유학하러 왔습니다", 현실은? <1045호>
  • 곽태훈 기자
  • 승인 2018.10.15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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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외국인 유학생 유치 현황과 이면

교육부는 지난 2015년 7월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유학생 유치 확대 방안’을 발표하며 2023년까지 외국인 유학생을 최대 20만 명까지 유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등교육 서비스 산업의 확대와 우수 인적자원 유입을 위한다는 게 골자다. 그래서인지 대학가 캠퍼스를 거닐다보면 외국인 유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제 지난 8월 교육부에서 발표한 ‘2018년 교육기본통계’를 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14만 2,205명으로 전년 대비 1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외국인 유학생이 재정난을 겪는 대학가의 재정확충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14만 명 시대에서 우리나라 대학가의 외국인 유치 현황을 살펴보고 그 이면을 파헤치고자 한다.

외국인 유학생 14만 명 시대 도래
 교육부는 지난 2015년 7월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2012년에 발표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 방안’의 목표 달성 시기를 기존 2020년에서 2023년까지로 3년 연장하며 20만 명의 유학생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그 방안으로는 △유학생으로만 구성된 학과나 학부 개설 허용 △특화산업 및 전문기술 이중언어로 교육 △우수 유학생 취업지원 △정부초청장학생(GKS) 우수 지방대학으로 확대 등이 있다. 해당 방안에 대해 교육부 기획조정실 양승호 교육국제화담당관은 “교육부에서는 신흥 국가 출신 유학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국제적 환경과 유학수지 적자,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급감 및 생산가능인구 감소 추세인 국내 환경을 고려해 본 방안을 마련했다. 외국인 유학생의 질적 · 양적 확대를 통해 우리 고등교육의 국제화 역량 제고, 유학수지 개선 등 경제적 상승효과와 중장기적으로 학령인구 및 생산가능 감소에 대응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교육부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에서 지난 8월에 발표한 ‘2018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감소 추세를 보이던 외국인 유학생 수치는 해당 계획 발표 이후인 2015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지난 4월에는 전체 외국인 유학생 수가 14만 2,205명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해 12만 3,858명에 비해 1만 8,347명이 증가한 수치다. 


증가하는 외국인 유학생 … 늘어나는 불법체류자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유학비자(D-2) 혹은 연수비자(D-4)를 취득하는데, 해당 비자들은 취업비자(E-1~E-7)에 비해 상대적으로 허가받기 쉽다. 이와 관련해 정현행정사사무소의 정주현 행정사는 “취업비자는 고용업체의 요건 및 외국인 전문인력의 자격 등 일반적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국민을 대체한 외국인력의 필요성에 대해 명확히 소명해야 하므로 유학비자나 연수비자에 비해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한, 유학비자나 연수비자로 한 번 허가를 받았을 경우에는 성적 미달이나 출석률이 저조한 경우가 아닌 한, 체류기간을 연장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점을 악용해 애초에 취업이 목적이었으나 유학비자나 연수비자를 받는 형태의 외국인 유학생을 가장한 불법체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법무부에서 발간한 ‘출입국 · 외국인정책 통계월보 2018년 8월호’에 따르면 유학과 연수자격의 신규 불법체류자는 지난 8월까지 4,301명으로 전년 동기 2,567명에 비해 6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신규 발생된 불법체류자가 총 1만 8,543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신규 발생된 불법체류자 5명 중 1명은 외국인 유학생을 가장한 불법체류자라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타
개하기 위해 법무부에서는 지난 3월 ‘유학생 사증 및 체류관리 개정 지침’을 마련해 △어학연수 불성실 참여자에 대한 체류기간 연장 제한 △인증제 평가에 따른 비자제한대학 범위 확대 △단기체류자의 유학자격 변경요건 강화 등의 규정을 지난 1일부터 적용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개정안 취지에 대해 “유학 온 학생들은 유학 본연의 목적에 충실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대다수 연수생들이 편법을 써서 수업보다는 불법 취업을 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많아 관리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을 두고 일부 대학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을 가장한 기존의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단속이나 제재 방안은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 개정안에는 앞으로의 대책만 있을 뿐 기존 누적된 불법체류자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불법체류자 단속은 상시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단속인력이 200여 명 남짓한 극소수다. 단속을 위해서는 대학 수업하는 곳에 수시로 가봐야 하는데, 단속인력이 부족하다보니 현실적으로 모든 것을 일일이 확인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정원 외 모집대상’이 야기하는 폐해
인천대학교에서는 2018학년도 1학기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최대 331%까지 폭증시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등록금 인상 이유에 대해 당시 등록금심의위원이던 인천대학교 산학협력단 옥우석 단장은 “국공립대학인 인천대학교의 경우 국내 학생들은 부모님들이 내는 세금 등의 영향이 있어 등록금을 낮출 수 있지만, 외국인들은 세금을 안 내기 때문에 교육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납부하는 게 맞다는 원칙에 따라 인상을 결정했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좋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외국인 유학생들도 국내 학생들에게 도움이 돼야 의미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 설령 장학금을 많이 주는 한이 있더라도 학생들이 이 정도의 등록금 부담을 가지고 심각한 고민을 한 후 학교에 입학해야 더 좋은 학생들이 들어올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현재 외국인 유학생은「고등교육법」상 ‘정원 외 모집대상’에 해당한다. 따라서 외국인 유학생들은 선발 정원에 제한이 없으며 등록금 인상에도 상한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등교육법」제11조 7항에는 ‘각 학교는 등록금의 인상률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지난 2016년 12월, 교육부에서 ‘정원 외 모집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에 한해 등록금 상한제 적용 배제’ 입장을 통해 해당 조항에 외국인 유학생은 적용되지 않음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유학생은 학령인구 감소와 정원 감축으로 인한 재정난을 해결하는 손쉬운 수단이 되고 말았다. 실제로 지난해 직전학기보다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적게는 3%에서 많게는 8%까지 인상한 학교는 △중앙대학교 △국민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건국대학교 등이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유학 중인 익명의 한 유학생은 “등록금이 지난해에 비해 올해 약 20만 원 정도 올랐는데, 외국인 유학생만 올라간 것으로 알고 있다. 등록금은 학생회비처럼 납부에 있어 선택권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인상 여부에 상관없이 낼 수밖에 없는데 학교에서 이를 올리는 건 돈이 부족한 걸 유학생을 통해 충족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이를 불공평하다 느껴 학교 측에 항의도 했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낮은 언어장벽도 문제돼 
언어적 측면에서도 외국인 유학생은 어려움을 겪는다. 대학교마다 기준은 상이하지만 현재 교육부의 ‘외국인 유학생 및 어학연수생 표준업무처리요령’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취득해야 하는 TOPIK 한국어능력시험(이하 TOPIK) 급수로 3급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입학 후 1년간 300시간의 한국어연수를 받을 경우 2급으로도 입학이 가능하다. 원래 4급으로 권고하고 있었지만 교육부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 계획과 맞물려 TOPIK 급수 기준을 4급에서 2급으로 완화한 것이다. TOPIK 시험 사이트에 따르면 TOPIK 2급에 해당하는 평가기준은 다음과 같다.

TOPIK 2급 평가기준
전화하기,부탁하기등의일상생활에필요한기능과우체국,은행등의공공시설이용에필요한기능을수행할수있다.약1,500~2,000개의어휘를이용하여 사적이고 친숙한 화제에 관해 문단 단위로 이해하고 사용할 수있다.공식적상황과비공식적상황에서의언어를구분해사용할수있다.

언어장벽이 낮다보니 외국인 유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유학 중인 익명의 유학생은 “TOPIK 5급을 취득했지만 여전히 의사소통이 두렵다. 한국인이 HSK 급수를 취득한 거랑 똑같다고 보면 된다. TOPIK 시험을 잘 봐도 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TOPIK 5급으로 대학을 간다 해도 수업 전체의 60% 정도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에서 유학 온 유욱(디미 15) 학우는 “TOPIK 3급을 취득한 상태로 수업을 열심히 듣고자 하는데, 간혹 열심히 들어도 모르는 단어나 말이 빨라 수업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리포트를 쓸 때 문법적인 부분에 있어서 가장 힘들다”며 어려움을 전했다. 실제로 2014년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 중국문제연구소가 발표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 지원 확대를 위한 정책연구’ 자료에 따르면 대학 내 외국인 유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는 한국어 습득을 통한 의사소통으로 밝혀졌다. 또한, 전문 인력으로 취업이 가능한 한국어 실력을 보유한 학생은 단지 26%이고, 졸업까지 TOPIK 4급 이상을 취득하는 비율은 전국 평균 23.7%에 불과했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외국인 유학생 현황’ 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학위과정 외국인 유학생 중 TOPIK 4급 이상을 받은 학생이 한 명도 없는 대학은 43곳으로 전국 217개 대학 중 약 20%에 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한국어 습득을 통한 의사소통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지만 TOPIK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다수 존재하다보니 외국인 유학생들이 중도탈락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대학정보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외국인 유학생 3,587명이 중도탈락했으며 전국 39개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 중도탈락률이 1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바른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해서는
유학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정원 감축이 이뤄지고 있는 대학가 현실 속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확대하는 것은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고 고등교육 국제화 역량을 제고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국인 유학생을 재원의 수단으로만 보고 이들을 유치하는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외국인 유학생은 대부분 본인의 돈을 투자해서 소기의 성과를 얻겠다고 하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오기 때문에 대학의 질을 많이 따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국내 대학 교육의 질이 높으면 외국인 유학생은 오지 말라고 해도 올 것이다. 결국 외국인 유학생 유입 정책이라고 하는 건 외국인 유학생 관련 정책을 별도로 마련하기에 앞서 국내 대학 교육의 질을 먼저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외국인 유학생 14만 명 시대, 이를 그저 낙관하기에는 그 이면에 다양한 부작용들이 분명 존재한다. 교육부에서 목표로 한 20만 명을 유치하기까지 약 5년가량 남은 현재, △고등교육 국제화 역량 제고 △유학수지 개선 △학령인구 및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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