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을 떠난 결심을 가지고 결실을 맺기까지 <10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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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을 떠난 결심을 가지고 결실을 맺기까지 <1043호>
  • 곽태훈 기자
  • 승인 2018.09.17 0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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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환경 개선에 힘쓰는 박진화(중문 02) 노무사를 만나다

여기, 노무환경에 속해 있다가 노무환경을 개선하고자 뛰어든 사람이 있다. 노무법인 ‘다현’의 박진화(중문 02) 노무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대학졸업 후 외국계 기업에 취직해 생산기획 업무를 도맡다가 돌연 공인노무사로 과감히 직군을 바꾼다. 이처럼 그녀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 얽매이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또, 직업을 바꾼 이후 그녀는 어떤 삶을 살 수 있었을까. 하고픈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즐겁다는 박진화 동문을 만나 그녀의 삶을 들여다봤다.

Q. 우리 대학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하시고 국제통상학과를 복수전공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A. 그때는 그냥 맥락에 의한 선택을 한 거예요. 중국어를 전공으로 선택한 상황에서 취업이 잘 되려면 뭘 더 해야 할까하는 고민을 했었죠. 이러한 차원에서 당시 경영학과와 국제통상학과 중 고민하다가 무역 쪽으로 많이 진출할 수 있다고 판단해 국제통상학과를 선택하게 됐죠. 취업이 더 잘 되기 위해서는 외국어를 잘하는 친구는 많으니까 여기에 플러스 알파로 뭔가를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Q. 대학 졸업 후 처음에는 ‘Amkor Technology’라는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곳에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A. ‘Amkor Technology’는 주로 반도체 제조업을 하던 회사인데 그곳에서 생산기획에 관련된 일을 했었어요. 정확히는 Planning & IE(Industrial Engineering)라고 하는 업무죠.

 

Q. 국내에도 많은 기업들이 있는데, 왜 외국계 기업에 취업을 하신 건가요?

A. 로망이었어요. 저는 외국어에도 관심이 많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걸 좋아해요. 외국계 기업은 다양한 경험을 하기에 최적화된 회사죠. 외국어도 쓸 수 있고, 외국계 기업은 해외에 글로벌하게 지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파견을 갈 수도 있으니까요.

 

Q.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특별히 하셨던 노력이 있으신가요?

A. 취업스터디, 면접스터디, 영어스터디, 중국어… 웬만한 스터디는 다 했던 거 같아요. 요즘은 취업이 더 힘들다고 들었는데 제가 학교 다닐 때도 사람들이 계속 힘들다고 얘기했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하려고 노력했던 거 같아요. 학점이며, 자격증, 어학… 물론 그런 게 있었기 때문에 도움이 됐던 건 사실이지만, 지나고 보니 대학생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 덜 누리고 너무 무분별하게 스펙만 쌓았던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어요.

 

Q. ‘Amkor Technology’에서 타이완 주재원으로 있으셨던 걸로 압니다. 타이완은 어떻게 가시게 된 건가요?

A. 타이완에는 입사 3년차 때쯤 간 것으로 기억해요. 당시 함께 일하던 상무님이 먼저 제안을 해주셨어요. 신입사원이 Planning & IE 팀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 거기서 또 주재원으로 가는 건 첫 케이스였기 때문에 저도 굉장히 가보고 싶어서 응했죠.

 

Q. 타이완 주재원으로 있으시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A. 저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사원 급이 주재원으로 간 경우라서 인프라도 없었고, 타이완 회사에 제가 들어간 경우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많지 않았어요. 그 속에서 외국인이라는 이방인으로서 사는 게 쉽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들의 문화에도 익숙해져야함과 동시에 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는 게 적응하기 어려웠어요.

 

Q. ‘Amkor Technology’에서는 얼마나 근무하셨나요?

A. 7년 정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직군을 아예 바꿨죠.

 

Q. 7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근속하시다가 노무사로 아예 직군을 바꾸신 건데,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타이완에서 일할 때, 제가 일했던 회사가 직원이 5천 명이 넘는 회사였음에도 그 안에서 너무 힘들다보니까 인재를 활용하는 방법과 조직문화를 컨트롤하는 방법이 좀 더 나아질 순 없을까 고민하게 됐어요. 그리고 외국계 기업이긴 하지만 전신이 한국 기업에 뿌리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한국 특유의 군대식 조직문화가 있었어요. 이는 비단 제가 몸담고 있던 회사뿐만 아니라, 주변 회사들에서도 그런 경직된 기업문화와 관련한 분쟁들이 많이 들려왔어요. 부당해고와 같은 사건들 말이죠. 이런 사건들을 들으면서 제가 일선에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산업심리 공부를 해볼까 했지만 그냥 공부만으로는 제가 어떤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긴 어렵잖아요. 그런데 자격사가 되면 근본적으로 분쟁을 직접적으로 조정하거나 컨설팅의 영역에 투입될 수 있기 때문에 노무사를 택하게 됐어요.

 

Q. 처음부터 노무사를 준비한 사람들에 비해서는 출발이 늦은 건데 어렵진 않으셨나요?

A. 우선 저는 법대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민법이나 노동법을 공부하는 게 제일 힘들긴 했어요. 그래도 공부하는 거 자체는 재미있었어요. 조금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는데 (웃음) 원래 관심이 있던 분야였으니까요. 직장생활을 하는 7년 동안은 적성이나 내가 진짜 하고자하는 방향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했을 때 더 행복했어요.

 

Q. 노무사 시험 준비기간은 어느 정도였나요?

A. 준비기간은 좀 짧은 편이에요. 직장 다니면서 1년, 직장을 그만두고 6개월 정도 준비했으니까 총 1년 6개월 정도 준비했어요.

 

Q. 노무사가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A. 일단 노동분쟁에 대한 사건을 처리할 수 있고요. HR(Human Resource)이나 인사노무와 관련된 컨설팅 쪽으로도 갈 수 있고,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와 같은 것들에 대한 진행을 도울 수도 있고, 기업 인사팀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 등 노무사가 일할 수 있는 영역은 방대해요.

 

Q. 노무사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 중에서도 부당해고 및 임금체불 사건을 담당하고 계시는데 그 이유가 있으시다면?

A. 컨설팅은 큰 틀을 잡는 건데 이를 다르게 생각하면 현실감각이 비교적 떨어지는 분야라고 볼 수도 있어요. 컨설팅이 제도를 만들지만 그 제도에서 파생되는 사건을 다루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나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와 같은 실제적인 사건은 그 제도 하에서 발생하는 실질사건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현장감이 있죠. 그리고 제가 2014년에 합격했기 때문에 노무사 경험이 길지 않아요. 그래서 컨설팅을 하더라도 좀 더 경험을 쌓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아직까지는 사건, 실무 위주로 일하고 있어요.

 

Q.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요?

A. 노무사 되고 처음 맡은 재심사건이 기억에 남아요. 헬스 트레이너의 부당해고 사건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 헬스 트레이너는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라고 인정이 잘 안돼요. 때문에 당시 이미 초심에서 패한 사건이었는데 제가 새로운 사실관계를 밝혀냈고, 그 헬스 트레이너를 근로자로 인정받게 하고 재심에서도 이기게 했던 경험이 있어요.

 

Q. 전공과 노무사라는 직업이 잘 부합되지는 않는 거 같은데, 전공이 업무에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나요?

A. 정말 버릴 경험은 아무 것도 없는 거 같아요. 노무사로서 기업 자문을 하기도 하는데 저는 외국계 기업에 특화해서 자문할 때, 과거에 제가 외국계 기업에 재직했던 경험이 총체적으로 융합돼서 시너지가 나타나는 거 같아요. 또한, 서울시 글로벌센터 노무위원으로 활동하면서도 외국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영어나 중국어가 많이 필요했죠.

 

Q. 노무사이시기에 아무래도 노무환경을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를 거 같습니다. 박진화 노무사께서 바라보는 현재 한국 노무환경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A. 음…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거 같아요. 생산성. 근본적으로 보면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OECD 국가 중에서 하위권에 속하는데, 이는 곧 불필요한 잡무가 많다는 걸 의미하죠. 그에 따라서 근로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일과 생활의 균형이 안 맞아서 육아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이런 식으로 악순환의 고리가 생기는 거 같아요. 하지만 지금 노동시간을 아예 단축하는 것도 무리가 있는데, 한국은 연장근로수당 자체로 임금을 보장해주는 방법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주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게 되면 그만큼 임금을 삭감해야하는 구조죠. 그러나 현실적으로 근로자들이 그걸 원치 않을 거란 말이죠. 사회에서 인프라가 받쳐주지 않는데 무조건 근로시간을 주52시간으로 진행하는 것도 문제가 있고, 저는 개인적으로 최저임금도 너무 급격하게 올랐다고 생각해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부작용이 계속 나오고 있죠. 구조적으로 전체적인 걸 봐야하는데 현재는 너무 급격하고 일부분만 급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거 같아서 안타까움이 있어요. 실제로 관련해서 해고에 대한 컨설팅 및 자문도 늘고 있어요. 그렇지만 개선 방안 또한 회사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딱 이거다 하는 답은 없어요. 그래서 일하면서 저도 고민이 많이 늘었어요.

 

Q.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A. 후배들에게 첫째로 맥락을 떠난 결심을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고, 둘째로는 어떤 결실이든 마무리를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무역학과 나왔으니까 무역회사, 이런 식으로 내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게 아니고, 내가 처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극복해내는 용기가 더 중요하다는 게 제가 노무사 되고 나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이기도 해요. 남들과 다른 특징이 가지는 장점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리고 그걸 알려면 뭔가 결실이 있어야겠죠. 그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묵묵히 하는 게 필요해요. 경험상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추진력이 있다면 조금 늦더라도 큰 결실을 맺는 경우가 꽤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자신감을 갖고 내질렀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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