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맛과 향을 잘 구분해 내고 싶다면? <10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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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맛과 향을 잘 구분해 내고 싶다면? <1043호>
  • 황호림커피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9.16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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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교육을 하다 보면 아프리카 커피와 중남미 커피의 맛이 어떤 차이가 나는지 묻거나 커피의 맛과 향의 차이를 어떻게 구분해 내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분들은 대부분 커피 감별과정을 공부하지 못했거나 커피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인데 이해를 돕고자 맛과 향을 구별하는 방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본다.

 템플레이트(template)... ‘형판(形板), 견본, 본보기’라는 뜻의 단어다. 보통 템플릿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워드 프로그램이나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에서 디자인이나 글쓰기 틀이 정해진 형식을 흔히 템플릿이라고 부른다. 사람에게 적용할 때는 고정관념의 개념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외국인이 동양인을 볼 때 한 · 중 · 일 3국 사람들이 모두 비슷해 보여 어느 나라 사람인지 구분 못 하는 것은 살아오면서 아시아인을 많이 접해보지 않아 일정한 템플레이트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커피의 맛과 향을 구분하는 기본적인 틀은 포도주 감별방식에서 많이 차용해 왔다. 포도주의대명사인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는 오래된 포도주 감별 전통 행사가 있다. 발효가 끝난 포도주를 경매에 부치기 전에 ‘클로드 부조(Le Clos de Vougeot)’라는 행사를 통해 술맛을 안다는 포도주 감정사들을 초청해 그 해 판매할 포도주 맛을 감별하고 등급을 정한다. 이 행사에 참여하는 포도주 감별사들을 ‘타르벵의 기사단’이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오랜 시간 부르고뉴 지방의 포도주를 마시면서 친목을 다져왔기 때문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들은 부르고뉴 포도의 맛과 향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보다도 확실한 템플레이트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그 지역의 포도주가 갖추고 있는 맛과 향이 아닌 술은 금방 구분해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커피는 어떻게 템플레이트를 형성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맛과 향이 살아있는 좋은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시중에 흔한 쓰디쓴, 그렇다 못해 고무탄 내와 의약품 냄새가 나는 오래된 커피를 파는 브랜드 커피로 형성된 템플레이트를 가진 사람은 신선하고 좋은 커피를 접하면 “너무 시다” 혹은 “너무 싱거워” 등의 반응을 보인다. 맛없는 음식만 먹다가 오랜만에 고급 음식을 접하면 이 음식이 정말 맛이 있는 건지 헷갈리는 상황과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두 번째 커피 템플레이트 형성방법은 한가지 커피를 지속적으로 마셔 보라는 것이다. 에티오피아, 케냐, 브라질 등 본인이 좋아하는 국가의 커피만을 지속적으로 마시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나라 커피에 대한 템플레이트가 형성된다.

 다른 커피를 함께 놓고 블라인드 테스팅으로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찾아낼 수 있을 경지에 이르면 다른 커피로 바꿔서 시도해 본다. 이 방법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형성된 템플레이트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커피든 와인이든 간에 맛과 향은 과학적인 영역과 감각적인 영역으로 나뉜다. 커피는 천 가지 이상의 향기를 가지고 있지만, 과학의 힘으로 풀어낸 향기 성분은 800여 개 정도다. 이 중 30여 개 정도가 핵심 물질이라고 하지만 이 30여 개를 조합한다고 해서 커피의 풍미를 제대로 구현해 내지는 못한다. 어떤 향기를 가졌는지 분석해 내는 것이 과학적인 영역이라면, 분석해 내지 못한 향미 성분에 대한 감별을 해내는 것은 감각적인 영역이다. 다른 동물들과는 다르게 인간의 감각적인 영역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를 끌어 올리는 방법은 지속적인 반복과 연습밖에 없다. 커피의 맛과 향을 잘 구분해 내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내가 좋아하는 커피의 맛과 향부터 정확히 틀을 잡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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