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속 문신의 세계 <10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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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속 문신의 세계 <1043호>
  • 김호근 (인문대학 미술사학과) 교수
  • 승인 2018.09.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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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학기가 지나가고 휴식의 시간인 여름방학이 돌아올 때면 나는 재미있는 추리소설 몇 권을 찾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깊은 여름날 아이스크림, 커피, 스낵 또는 가벼운 알코올과 함께 스탠드 불빛 밑에서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여유로운 휴식과 충전이 없다는 내 나름의 생각과 취향 때문이다. 물론,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도 아주 좋다.

사실 나의 추리소설에 대한 관심은 어린이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동네 서점에서 자그마한 팬더 곰이 그려진 어린이용 추리소설 시리즈를 발견한 장면이 기억 속에 살아있다. 어린이 때부터 좋아해서인지, 지금도 고전문학보다는 추리문학에 훨씬 더 큰 애정이 간다. 그래서 기대한 만큼 흥미롭지 못한 추리소설을 읽으면, 비용도 더 아깝고 실망감이 커 어쩔 때는 배신감까지 느낀다.

2018년 여름은 우리 모두에게 특별히 더운 계절이었다. 이번 여름방학에 나는 「문신살인사건」이라는 추리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문신을 모티프로 사용한 추리소설이었다. 작가는 일본 사람이고, 책에 나오는 해설을 보니 일본의 추리문학계에서는 이른바 고전에 속하는 책이었다. ‘아, 유명한 책이구나.’

‘문신’이라는 단어를 보니, 내 머릿속에 대도시의 검은 뒷골목, 붉은 가로등만 비치는 어둠의 세계, 그 속의 문신한 인물들 등이 떠올랐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니 문신이라는 내가 지금까지 잘 알지 못했던 분야가 등장했다. 소설 속에는 한 편의 미술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문신을 제작하려고 열정과 노력을 기울이는 문신 장인들이 있었고, 이들 생산품의 가치를 진지하게 판단하는 애호가들이 있었다. ‘그래, 이런 사람들이 현실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네.’

소설의 주인공들 중 한 명이 처음에는 문신에 관심이 없었다가, 문신의 매력을 깨닫게 되고 호기심 때문에 그 세계로 빨려 들어가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는 점이 내게는 좋은 문학적 설정으로 느껴진다. 또 소설 속의 주요 등장인물들 중 도쿄 대학 의학과의 존경받는 교수가 문신을 약간 광적으로 수집하는 수집가라는 설정도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이 의학교수는 마음에 드는 문신을 목격하면, 혹시 다른 사람이 그것을 채갈까 봐 두려워 문신 주인을 방문해 “사망하면 문신을 나에게 넘기라.”는 계약을 맺기도 한다.

‘참 낭만적인 설정이네!’ 이 소설도 다른 훌륭한 추리소설들처럼 독자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호기심이란 말을 들으면, 내게는 어린이의 얼굴이 떠오를 때가 많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하철을 타게 된 어린이의 표정과 눈을 보면, 신기한 것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자기 나름대로 그 사물을 익히려고 하는 듯하다. 조금 더 적극적인 아이는 엄마에게 질문을 할 때도 있다. 어른이 된 우리들은 그 모습에서 기쁨을 느낀다.

호기심이란 마음 상태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할 수 있을 것 같다. 특정 분야, 사물, 또 주제를 무덤덤하게 넘기는 사람보다, 거기서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갖는 사람이 겉으로도 훨씬 생동감이 넘쳐 보인다. 능동적이고 열려 있는 호기심이 아마도 우리의 대학생활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또 생동감이 넘치는 사람에게 앞으로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 더 많지 않을까? 다른 방법들도 여럿 존재하겠지만 우리 마음 속 한 곳에 호기심을 위한 자리를 늘 마련해 두는 것도, 우리 스스로와 우리의 미래를 항상 신선하게 만드는 방법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나의 관심과 호기심이 의미 있는 만큼 다른 친구들의 관심과 호기심 또한 의미 있다는 것도 잊지 말자. 2018년 여름, 내게는 문신의 세계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지의 세계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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