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0호]대학가에 부는 성적우수 장학금 폐지 바람, 우리 대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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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0호]대학가에 부는 성적우수 장학금 폐지 바람, 우리 대학은?
  • 임다원 기자
  • 승인 2018.05.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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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우수 장학금 폐지, 학우들 간 팽팽한 의견 차이를 보여

고려대학교와 서강대학교의 성적우수 장학금 폐지를 비롯해 서울권 일부 대학들이 성적우수 장학금을 축소하며 대학가에서 성적우수 장학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성적우수 장학금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 대립은 팽팽하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 학우들은 성적우수 장학금 폐지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성적우수 장학금에 대한 학우들의 다양한 입장을 본지가 살펴봤다.

성적우수 장학금 축소 · 폐지하는 대학가 …

서강대학교는 이번 1학기부터 성적향상장학금과 글로벌장학금을 비롯한 모든 성적우수 장학금을 폐지했다. 또한, 서강대학교 장학위원회 위원장은 성적우수 장학금 폐지로 확보된 예산은 가계가 곤란한 학생을 지원하는 ‘다산(茶山)장학금’에 전액 배정한다고 공고했다. 서강대학교에 앞서 고려대학교는 2016년도 1학기에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성적우수 장학금을 폐지한 바 있다. 고려대학교는 성적우수 장학금 폐지 후 △자유장학금 △정의장학금 △진리장학금을 신설해 폐지한 성적우수 장학금의 예산을 신설된 장학금에 배분했다. 이 중 저소득층 학생을 지원하는 정의장학금의 신설로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장학금 예산이 2015년에 비해 약 14억 원 증가하며 총 91억1,500만 원으로 확대됐다. 이는 고려대학교 전체 장학금 예산의 약 42%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학교의 성적우수 장학금 폐지에 대한 반응은 반반인 거 같다”며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장학금 형식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크림슨 마일리지 제도가 있지만, 학교 프로그램을 참여하지 않는 학생 입장에서는 장학금을 없앤 것에 대한 반감이 크다”고 전했다. 또한 “개인적으론 가계곤란 장학금으로 전환한 것을 찬성하는 입장이다. 조금이라도 더 힘든 학생들이 부담을 덜 받게 된다면, 같은 학생으로서 전체적인 이득이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른 대학들도 성적우수 장학금 비중을 점차 줄이거나, 저소득층 학생 지원을 늘리는 추세다. 지난 2015년 이화여자대학교는 장학제도를 개편해 직전 학기에 과목 낙제 없이 15학점 이상을 취득하고, 학점이 3.75점 이상인 모든 학생에게 50만 원을 지급했던 ‘우수 2 장학금’을 폐지하고 복지 장학금을 확대했다. 또한, 한양대학교는 전체 장학금 중 가계곤란장학금의 비중을 기존 30%에서 40%로 증액하기도 했다.

교내의 성적우수 장학금은?

교내 장학금 중 성적을 토대로 장학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장학금은 △모범장학금 △백마장학금 △신입생 성적우수 장학금이다. 모범장학금은 가계곤란자 중 모범적인자로 학과(부) 주임교수 및 단과대학장 또는 해당 부서장 추천을 받은 학우에게, 신입생 성적우수 장학금은 인문 ․ 자연캠 수석 입학자에 한해 재학 중 매 학기 평균평점 3.5 이상인 학우에게 주어진다. 이중 성적만으로 장학금 지급 여부를 구별하는 백마장학금의 지급 기준은 다음 표와 같다.

가계곤란 장학금은 교내 장학금 중 명지사랑 장학금의 일부와 연말 정산 시 소득분위가 높은 학우 순으로 지급되는 여분의 장학금을 포괄한다. 이중 명지사랑 장학금은 기초생활수급권자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거해 읍, 면, 동장으로부터 확인된 학우가 받는 2종의 3번과 국가장학금 신청자 중 소득분위가 파악된 학우에 한해 소득분위가 낮은 순으로 지급되는 4종으로 나뉜다. 이에 대해 자연캠 학생복지봉사팀 심규섭 계장(이하 심 계장)은 “성적우수 장학금 지급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학업 분위기 조성이다. 현재 성적우수 장학금에 속하는 백마장학금과 모범장학금은 직전 학기에 14학점 이상 취득하고, 학점이 3.0을 넘은 학우들을 해당 부서에서 선발하는 형태다”며 “2017년도 기준으로 장학금 비율을 보면 성적우수 장학금은 교내장학금 전체에서 약 15.3% 정도 차지한다. 가계곤란 장학금은 명지사랑 장학금 일부와 연말에 소득분위 순으로 지급되는 여분의 장학금을 포함해 35% 정도다”고 밝혔다.

우리 대학 학우들, 성적우수 장학금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보여

본지는 지난달 우리 대학 양캠 359명의 학우를 대상으로 ‘성적우수 장학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우리 대학 성적 우수 장학금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매우 만족’(10명, 2.8%) ‘만족’(53명, 14.8%), ‘보통’(198명, 55.2%), ‘불만족(67명, 18.7%), ’매우 불만족‘(23명, 6.4%)’, ‘무응답’(8명, 2.2%)으로 응답하며, 보통이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성적우수 장학금 개편에 대한 의견은 팽팽하게 갈렸다. “성적우수 장학금이 성적우수자가 아닌 저소득층 학우들을 위해 개편돼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생각해보지 않음’(121명, 33.7%)을 선두로 ‘유지해야 함’(103명, 28.7%)과 ‘개편이 필요함’(100명, 27.9%)이 단 세 표의 차이를 보이며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나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기타 의견란에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도 좋지만, 그와 같은 역량을 지녔으나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줘야 한다 △성적장학금을 유지하되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금을 확대했으면 한다 △저소득층 학우들이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은 교외에도 많다 등 다양한 의견이 존재했다.

성적우수 장학금, 축소 ㆍ 폐지해야한다

성적우수 장학금 축소 ㆍ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의 입장은 명확하다. 부모의 소득이 학생의 교육여건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이하 임 연구원)은 “장학금을 주는 주체가 어디든 장학금은 학생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지, 성적 결과에 대한 포상의 의미가 아니다”며 “그런 측면에서 성적 중심으로 장학금을 지급했던 기존과 달리, 이제는 학생들의 균등한 교육기회를 위해 다른 여건을 중심으로 지급이 전환돼야 한다고 본다”는 의견을 표했다. 이처럼 성적우수 장학금 축소 ㆍ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장학금은 누군가에게 ‘포상’의 의미로 주는 것이 아니라,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축소 ㆍ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의 또 다른 핵심 주장은 중간계층에게 돌아가는 혜택이다. 소득분위 △0분위 △1분위 △2분위에 속하는 차상위계층의 경우, 국가장학금을 통해 대부분의 등록금을 감면 ㆍ 지원받을 수 있다. 그 때문에 성적우수 장학금이 가계곤란 장학금으로 변환될 경우 차상위계층을 제외한 3분위 이하의 학생들에게 수혜가 돌아간다. 이에 대해 심 계장은 “성적우수 장학금이 가계 곤란 장학금으로 전환된다면 저소득의 개념이 △3분위 △4분위 △5분위로 올라가고 학우들에게 재원이 돌아갈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윤주안(경정 18) 학우는 “개인적으로 성적우수 장학금 폐지를 지지한다. 가계가 곤란해 학자금 대출을 통해 학비를 낸 학생들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며 “성적우수 장학금이 가계곤란 장학금으로 전환돼도 실제 지급되는 금액은 크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적은 돈이라도 가계가 곤란한 학생들에게 다가오는 무게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성적우수 장학금, 유지해야한다

그러나 성적우수 장학금 유지를 주장하는 이들의 입장 역시 뚜렷하다. 국가장학금과 가계곤란 장학금 지급을 결정하는 ‘한국장학재단’의 소득분위 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가계의 경제적 상황보다 소득분위가 낮게 나오거나 가계 상황은 동일한데 소득분위는 변동되는 등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은혜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받은 ‘2016년 1 · 2학기 국가장학금 신청자 소득구간(분위)’을 분석한 결과, 동일 가구원 신청자 27만 4,266건 중 14.3%인 3만 9,354건의 소득분위가 다르게 산정됐다. 심지어 변동 폭이 6분위 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수천 건 존재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우는 “이번 학기에 실제 경제 상황보다 높은 분위로 소득분위가 산정돼 한국장학재단에 문의한 결과 소득이 이중으로 집계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소득분위가 실제 경제 상황보다 높게 나오면 등록금이 부담으로 다가와 대출을 받기도 한다. 이런 상태에서 성적우수 장학금까지 받지 못하면 부담은 가중된다”고 전했다. 이들의 또 다른 주장은 ‘성적우수 장학금’은 말 그대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독려하는 의미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아현(문정 16) 학우는 “성적우수 장학금 폐지를 반대한다. 배움의 공간인 대학에서 학생들의 학업 욕구를 증진한다면 그 자체로 성적우수 장학금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교내에 장학금이 성적우수 장학금만 있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다른 장학금으로 생계가 어려운 학우들을 돕고 있기에 성적우수 장학금을 폐지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대해 심 계장은 “현재 지급되고 있는 성적우수 장학금도 적다는 민원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적우수 장학금이 없어지면, 8분위와 9분위가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이 줄어든다는 측면이 생긴다”고 전했다.

우리 대학, 학내 구성원의 합의가 이뤄져야 …

한편 학교 측은 성적우수 장학금 폐지 · 축소에 대해 아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심 계장은 “고려대학교나 서강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학교에서 성적우수 장학금을 줄이고 있는데, 소위 말하는 우리 대학과 비슷한 학교들에서는 이런 논의가 많지 않다”며 “성적우수 장학금을 폐지하면 학업 분위기 조성에 마이너스로 돌아간다. 또한, 학내에서 학우들의 입장이 조율되어야 하는데, 소득분위에 따라 의견이 갈린다. 그 때문에 학교 측에서 이에 대해 한쪽의 입장으로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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