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9호]학생과 노동자 사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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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9호]학생과 노동자 사이2
  • 곽태훈 기자
  • 승인 2018.05.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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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나는 학생노동자입니다"

대학생 A씨는 재학하고 있는 학교에서 현장실습수업을 수강하고 있으며, 교수님을 도와 교육 조교도 하고 있다. 또한, 학교가 끝난 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다.*

A씨의 사례처럼 현장실습, 조교, 아르바이트와 같은 것들은 대학사회 속 청년들이 쉽게 마주하는 노동환경이다. 이처럼 학생이면서 노동자이기도 한 이른바 ‘학생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어떠할까? 그들의 현주소를 짚어보도록 하자.

*해당 사례는 실제 대학사회 청년들이 겪고 있는 사례를 취합하여 각색한 것임.

현장실습, 왜 하나요?

 

교육부는 현장실습수업(이하 현장실습)을 위와 같이 정의한다. 이에 따르면 현장실습은 이론을 배우는 대학과 이론이 실무에 적용되는 산업 현장의 간극을 줄이고자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대학정보공시 사이트 '대학 알리미'에서 지난해 공시한 '2017 현장실습 운영현황'에 의하면, 2016년 기준으로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334곳의 재학생 192만 9,138명 중 15만 9,037명이 현장실습을 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4년제 대학은 전체 재학생의 약 4.9%가, 전문대학의 경우에는 전체 재학생의 18.8% 가량이 현장실습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대학생들의 현장실습 참여목적을 △전공 직무 교육을 통한 실무 능력 함양 △전공 직무 체험을 통한 진로 및 직업 탐색 △해당 전공 분야로의 취업 연계라고 밝혔다. 실제로 강원도 소재의 전문대학에서 현장실습에 참여했던 한 학생은 “8주 동안 352시간에 걸쳐 현장실습을 경험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이론도 도움이 됐지만 현장에서 직접 일 하시는 선생님들의 이야기와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다. 개인적인 경험에 미뤄봤을 때 현장실습은 좋은 학습법이라고 생각한다”는 소회를 전했다. 또한, 실습기관인 기업의 입장에서는 △전공지식을 갖춘 장기현장실습생을 통한 기업 애로문제 해결 △우수인력의 조기 확보 △체계적인 인력 검증으로 초기 재교육 비용 절감 등을 목적으로 현장실습에 참여한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교육과 노동 사이의 모호함

이 같은 현장실습의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현장실습생을 상대로 한 노동착취와 열정페이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육부가 지난해 6월 전국 대학에 보급한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 매뉴얼’(이하 현장실습 매뉴얼)에 따르면, 현장실습생들에게 제공되는 현장실습지원비(이하 실습비)는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 아니라 식비 ㆍ 교통비 ㆍ 여비 등을 포함한 교육지원비용이다. 문제는 산업체가 이마저 지급하지 않았을 때에도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 제7조 제1항에는 '실습기관은 현장실습생의 실습수행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현장실습지원비를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라고만 밝히고 있다. 또한, 제2항에는 ‘현장실습에 소요되는 비용의 산정 및 부담 방법 등은 대학과 실습기관이 협의하여 결정한다’고 명시해 사실상 실습비 지급을 대학과 실습기관인 산업체의 자율에 맡긴 것과 다름없다. 현장실습 매뉴얼에도 실습비 지급여부는 대학과 실습기관이 '산업체의 실습생 교육에 대한 부담'과 '학생의 현장실습 결과물의 가치'를 고려해 결정하라고 제시돼 있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장실습을 하고도 실습비를 아예 지급받지 못하는 학생들도 존재한다. 대학정보 공시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현장실습을 경험한 15만 9,037명의 학생 중, 실습비를 수령하지 못한 학생은 6만 2,014명으로 전체의 약 39%에 달했다. 즉, 현장실습생 10명 중 4명이 실습을 하면서 관련 비용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현장실습생은 실습비를 요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 기저에는 현장실습에 대한 모호한 규정이 깔려 있다. 교육부의 현장실습 매뉴얼에 따르면, 현장실습생은 기본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학생’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의 입장은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 원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원칙에 의하면 대학생 현장실습은 ‘교육적 기능’을 우선적인 담보로 삼아야 하고 ‘학생의 실무 능력 함양’에 중점을 두는 대학의 교육과정으로, 수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대학 학생은 “현장실습을 해 본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현장실습생을 학생으로만 보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배우는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현장실습생은 현장에서 실습뿐만 아니라 잡일을 병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같은 일을 하고도 급여를 못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오히려 현장실습생들이 기관에 실습비를 지불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또한 분명 잘못된 대우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같은 지적과 관련해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 제7조 제3항에는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 제5조 제4항에 의한 수업의 요건을 갖추지 않는 현장실습으로서 실질적 근로에 해당하는 경우, 「최저임금법」 및 「근로기준법」에 따라 고시되는 시간급 최저임금액 이상의 실습지원비를 현장실습생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고 기재돼있다. 문제는 실질적 근로의 판단여부를 학생들이 판단하기엔 모호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에선 현장실습교육이 실질적 근로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고용노동부의 ‘일경험 수련생의 법적지위 판단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참고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해당 자료에서는 △상시적 또는 특정시기에 인력이 추가로 필요한 업무 등에 근로자를 대체하여 일경험 수련생을 활용하는 경우 △교육 ㆍ 훈련 내용이 지나치게 단순 ㆍ 반복적인 것이어서 처음부터 노동력의 활용에 그 주된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등을 예시로 들고 있는데, 이것을 처음 업무를 배우는 현장실습생이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또한, 해당 자료의 말미에는 ‘동 가이드라인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고 적혀있어 이는 권고사항일 뿐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무법인 ‘다현’의 박진화 노무사는 "최근에는 법적인 테두리를 악용해 현장실습생 형태를 빙자해서 실질적인 근로를 제공하게 하는 사례가 많이 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습현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례가 적지 않음에도, 학생 스스로 이를 인지하고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는 궁극적으로 법적 제도 정비와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강화 등을 통해 구조적 측면에서 해결돼야할 것으로 보이며, 현장실습제도를 운영하는 학교에서도 자체 점검을 통해 학생들에 대한 노동인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교내의 또 다른 학생노동자

2016년 12월, 동국대학교 대학원 총학생회는 총장을 서울지방노동청에 고발했다. 대학원생의 조교 업무가 일반 교직원들이 담당하는 행정 업무와 유사한데도 근로자와 다르게 퇴직금이나 연차수당 등을 미지급했다는 게 이유였다. 해당 사건에 대해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는 대학원생 조교도 근로자라는 판단을 내렸다. 교직원과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면서 대학의 감독 아래 종속돼있다는 연유에서다. 동국대학교 사례에서 보이는 것처럼 다수의 대학원생들은 실질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교육연구소가 2015년 전국 1,906명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대학원생 연구환경에 대한 실태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30%가 조교로 일하면서 과도한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57.8%가 스스로 학문연구와 근로를 병행하는 ‘학생근로자’라고 인식했으며, 학생이라기보다는 ‘근로자’라고 생각하는 비율도 8.3%였다. 반면, 스스로 오로지 학문연구를 하는 순수한 학생 신분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2.8%에 불과했다. 서울 소재 대학원의 한 조교는 “조교는 학생이자 근로자라고 생각한다. 수업을 받을 땐 학생 신분이면서도 일을 통해 돈을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치 때문인지 학부생 대부분이 조교를 고용된 직원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정작 대학에서는 조교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지난 3월 한국과학기술원 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 따르면 대학원생 조교 1만 1,679명 중 90.6%에 육박하는 1만 585명이 계약 없이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르바이트생, 학교 밖의 노동자

대학생들의 노동은 학교 밖에서도 이뤄진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아르바이트다. 지난 3월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전국 남녀 대학생 1,386명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현황을 조사한 결과, ‘방학이나 학기에 관계없이 항상 한다’고 응답한 대학생이 55.3%에 달했다. 대학생 절반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노동의 권리는 잘 지켜지고 있을까? 알바몬에 따르면 지난 1월 아르바이트생 2,528명 중 76.3%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노동권을 보장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2013년의 22.3%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진한 부분은 남아 있다.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직장인 및 아르바이트생 2,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근로자의 날인 지난 1일에 출근한 아르바이트생이 78.5%로 나타난 것이다. 또한, 89.1%의 아르바이트생이 유급휴가를 받지 못했으며 전체 응답자의 79.3%가 정해진 급여 외 별도수당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상담센터 관계자는 “아르바이트생처럼 근로자의 신분을 가진 사람은 근로자의 날 관련 법령에 따라서 해당 일이 법정 휴일이기 때문에 쉬는 것이 맞다. 만일 그날 근무를 했을 경우에는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주휴수당 혹은 통상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의 입장은 이를 요구하기가 힘들다는 반응이다. 계원예술대학교 건축디자인과에 2학년으로 재학 중인 장종구 학생은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종종 아르바이트를 하곤 한다. 경험상 현실적으로 유급휴가나 주휴수당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껄끄러운 감이 있다. 일반적으로 아르바이트생들은 이를 얘기했을 때 업주가 나를 안 좋게 보진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어 쉬는 날에도 근무를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필요한 건 노동에 대한 목소리

현장실습부터 조교, 아르바이트에 이르기까지 대학사회의 청년들이 마주하는 노동 현실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이러한 환경들 속에서 이들이 겪는 공통적인 상황은 배워야한다는 학생과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의 성격을 겸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학생들은 필요에 따라 학생이 되기도, 노동자가 되기도 한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신정욱 사무국장은 이러한 세태에 대해 “학생 신분이라는 이유로, 배우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당한 대가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건 작년 대선 때부터 화두로 떠오른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원칙에 위배되며, 우리 사회에 견고하게 자리 잡은 편견 ㆍ 관행이다. 그런 편견과 관행에 기반한 제도가 우리 사회엔 축적돼왔다. 일례로 아르바이트생에게도 수습기간을 두어 그 기간에는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제도도 존재하지 않는가. 조교 관련 문제도, 현장실습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문제는 공고화돼 하루아침에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하는 학생들의 주체적인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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