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9호]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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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9호]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 최보기 북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5.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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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는 제목만으로도 밝혀 낸 사실 의 90%는 짐작이 간다. 방대한 세부 탐사는 외울 필요 없이 슬렁슬렁 읽으면 된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없고, 핵심은 이렇다. 지구상 어느 지역이든 사람(인종)의 머리는 우열의 차이가 없다. 다만 그들이 처한 환경의 차이가 문명 발전의 우열을, 정복하느냐 정복당하느냐의 운명을 가렸을 뿐이었다. 이 핵심 메시지의 과학적 방증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유럽 문명의 원천인 ‘비옥한 초승달 지대’가 힘의 중심을 왜 지금의 서유럽 지역에 빼앗겼느냐는 것이다. 둘째, 남북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대륙이 서로 독립적으로 살면서 발전하다가 불과 15세기에 만났는데 왜 아메리카가 유럽을 정복하지 못하고 반대로 유럽이 아메리카를 정복하게 됐느냐는 것이다. 셋째, 중국의 황하문명은 ‘종이, 화약, 나침반, 인쇄술’의 4대 발명품의 원천지였고 유럽보다 앞선 문명을 이어왔는데 중세 이후 왜 유럽에 뒤지게 되었느냐는 것이다. 넷째, 그런 일들을 초래한 이유가 바로 ‘총, 균, 쇠’였다는 것이다.

B.C. 4000~3000년경 유럽 지역의 힘의 중심은 바빌로니아에서 페르시아 제국에 이르기까 지 줄곧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있었다. 그러다 B.C. 4세기 그리스 알렉산더 대왕과 B.C 2세기 로마제국을 계기로 힘의 중심이 서쪽으로, 로마 제국 멸망 후에는 서유럽과 북유럽 지역으로 힘의 중심이 이동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 국가 쇠약의 원인은 불운한 환경과 또 그 환경을 스스로 파괴한 자승자박이었다.

아메리카 대륙은 홍적세 말기에 말이나 소 같은 가축화 가능한 대형 포유류 동물들이 전멸 했기에 모든 동력은 사람의 힘에 의지했다. 말과 소가 없었던 만큼 농업 생산력이 낮았고, 이에 따른 잉여생산물의 부재는 농사 외의 기술 분야에 전념하는 전문가의 분화를 어렵게 했다. 더구나 ‘광활한 지역의 적은 인구’는 좁은 유럽과 달리 신기술의 전파도 느린데다 ‘필요’가 절실하지도 않아 철기문명에도 이르지 못했다. 당연히 유럽과 같은 발전된 문자체계와 정치조직도 미생이었고 소, 말, 돼지 등 가축들로 인한 흑사병, 천연두 같은 치명적 전염병균들도 없었다. 스페인의 도살자 피사로가 아메리카 대륙에 끌고 갔던 군대는 몇 자루의 화승총과 62명의 말 탄 기병, 쇠로 중무장한 106명의 보병으로 모두 168명이 전부였다. 당시 잉카제국의 군대는 8만 명이었다.

중국이 유럽에게 잡힌 것은 통일제국 때문이었다. 중세까지도 중국은 유럽을 압도했다. 기원전 221년 진시황에 의해 중국은 통일제국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통일은 경쟁을 약화시 켰다. 유럽은 지형적으로 통일이 어렵다. 분열된 국가 간 경쟁이 중국을 제치게 된 요인이었다. 지금 우리나라에 ‘지방분권’이 중요한 이유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의 피정복과 고립 유지의 차이는 결론적으로 양 지역에 살던 미개했던 원주민들의 우열이 아니라 자연환경과 병균이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두껍고 방대한 「총균쇠」의 끝을 이렇게 정리했다. “모든 문화적 차이는 환경적 차이의 산물이다. 역사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역사의 진행에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역사의 법칙 하나는 과거의 우위가 결코 미래의 우위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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