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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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와 철학
  • 관리자
  • 승인 2009.10.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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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와 철학

 

 

철학은 항상 위기의 철학이다. 위기가 있는 곳에 철학이 있다. 문제가 이미 해결된 곳에서는 철학이 요청되지 않는다. ‘곤궁함’과 ‘더 이상 갈 곳 없음’과 마주하는 철학이다.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을 직시하지 않는다. 위기가 위기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우리 위기의 실상이다. 통증으로 알려오는 질병보다 드러나지 않는 질병이 더 두렵다.
북한이 장거리로켓을 발사하였다. 전통적인 전쟁개념의 고정된 전선은 이제 사라졌다. 안전지대는 더 이상 없다. 중ㆍ단거리미사일로도 우리의 생존은 붕괴될 수 있다. 한 곳에서 지휘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우리를 향하여 발사할 수 있다. 위기의식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다. 실질적인 군사위기다. 우리는 이러한 위협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자문하여야 한다. 언제든 발사가 가능한 미사일은 곧 닥칠 수 있는 재앙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마땅하다. 멀리 날아간 로켓에 대해 성공여부를 논하는 것은 너무 안일하다.
기업인의 정치권 로비사건과 관련하여 前 대통령이 뒤늦게 ‘자백’하였다. 과격하고 파격적인 방식의 ‘정면 돌파’로 평가된다. 문제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해결방식이다. 책임과 반성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를 불러일으킨다. 자조적인 인정이지만 항상 있었던 정권 차원의 뇌물의혹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비리이다. 수사학을 동원하고 국면전환을 시도하여 문제를 그 자체로 바라보고 자발적으로 책임지는 윤리적인 해결이 아니라, 상대적이고 그 때 상황에 따라 자기의 정당성을 추구하는 타율적이고 법적인 해결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석면 탈크, 성접대 의혹, 세계경제 위기, ‘88만 원 세대’나 ‘1000유로 세대’ 등으로 부각되는 최근의 사회문제도 문제 자체부터의 해결이 시도되지 않고 있다. 문제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곳에는 답도 없다. 위기이다.
너무 많은 위기가 동시에 발생하였다. 급격한 세계변화에 대처하기 위하여 개별학문적인 대책은 물론이고, 전체이해를 위한 철학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그렇다고 문제에 대하여 철학이 쉽게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철학의 시도는 원리적이다. 철학은 한 걸음 더 기본으로 가고자 한다. 근본에서 세계를 이해하여 세계를 새롭게 열고자 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렇게 열려진 것이 ‘세계’이다. 
철학은 세계의 변화를 질문한다. 전후좌우의 연결을 찾아 전체로서의 세계를 드러내려고 한다. 새로운 문제는 새로운 연관관계를 만든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변화를 겪은 세계는 ‘이미’ 새로운 근거 위에 열려있다. 이것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이 철학이 스스로에게 부과한 과제이다(하이데거의 해석학).
철학은 비판한다. 근거 없는 비난이 아니다. 세계와 사태에 새로운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비판Kritik’이다. 칸트의 ‘비판’은 ‘가능과 한계를 연구’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세계는 항상 변화한다. 변화에 대한 이해는 인간생존의 기본이다. 그래서 인간은 철학한다. 그리고 그 변화가 위기라면 철학은 더 철학적으로 되어야 한다.

양국현 방목기초교육대학 자연교양 교수
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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