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8호]미겔 데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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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8호]미겔 데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 최보기 북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4.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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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는 스페인 대문호 세르반테스가 ‘기득권층의 위선을 조롱하기 위해’ 쓴 걸작이다. 지난 4월 23일은 영국의 셰익스피어와 함께 16세기 유럽 문단의 양대 기둥으로 추앙 받는 스페인 소설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1547∼1616)의 402주기였다. 세르반테스는 할아버지가 명성 높은 변호사로 유복한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떠돌이 외과의사인 아버지 대에 이르러 가난에 시달렸다. 아버지를 따라 스페인의 여기저기를 떠돌던 그가 공교육을 받았다는 기록은 21살 때 마드리드의 시립학교에 잠깐 다닌 것이 유일하다.

그는 이듬해 로마로 가 추기경을 섬겼고, 이탈리아 주재 스페인 군대에 입대했다가 24살 되던 해 레판토 해전에서 왼팔을 잃었다고 전해진다. 거기다 귀국 도중에 알제리 해적에게 포로가 돼 1580년까지 5년 동안 노예생활을 해야 했다. 1580년, 33살 때 일가친척들의 도움으로 몸값을 치르고 스페인으로 돌아온 세스반테스가 첫 소설「라 갈라테아」를 출판한 이후 7년 동안 수십 편의 희곡을 쓴 것으로 알려졌으나 작가로서 큰 명성을 얻지는 못했다. 군수물자 징발대행인, 세무징수인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던 세르반테스는 55세(1602년) 때 아마도 사기죄로 추정되는 죄목으로 투옥된다. 이때「돈키호테」를 구상하고 썼으며 58세가 되던 1605년 1월에 전편을 발표하면서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16세기 평균연령과 의약술로 추측하건대 당시 58세면 지금의 70세를 훌쩍 넘겼을 정도의 신체적, 사회적 나이였을 것이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을 실현했던 것이다. 몇 년 전 첫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명작가로 등극한 스웨덴의 요나스 요하손 역시 그 소설을 발표했을 때 나이가 50세에 근접했다. 쓰고자하는 열정 앞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제 ‘글쓰기’나 창작은 늦었다고 생각하는 대학생이 혹시나 있을까 싶어서 굳이 밝히는 바다.

흔히 우리는 겁쟁이에 우유부단형 인간과 저돌적인 인간형을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로 비유한다. 그러나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question)’가 대변하는 햄릿의 우유부단을 반대로 해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영민한 햄릿이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미친 척 연기를 하며 치밀하게 결정적 때를 노렸다는 것이다.

돈키호테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로 책을 읽다보면 성질 급한 독자는 오히려 스트레스 받기 십상이다. 어벤저스의 시원한 한 방 대신 돈키호테에게 돌아오는 것은 갈비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네 개나 나가는 등 언제나 처참한 패배뿐이다. 저돌적이기 보단 무모하고 어리석은 인간형이다「돈키호테」를 제대로 읽어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다.

 

“나의 유일한 목적은 편력기사도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에 대한 세인의 멸시를 자아내는 것이었다. 돈키호테는 그런 헛된 신뢰와 가치를 이미 뒤흔들어 놓았으니, 그것들은 의심할 바 없이 땅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안녕!”

 

편력기사 소설에 심취하다 자신이 정의의 사도라는 망상에 빠진 라만차의 노인 키하다가 길고 긴 ‘돈키호테’적 모험을 끝낸 후 제 정신으로 돌아와 남긴 유언이다. 이는 다름 아닌 세르반테스가 독자들에게, 당시의 유럽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그는「돈키호테」를 통해 근대로의 진보에 저항하는 중세 봉건시대 영주, 기사 등 기득권자들을 조롱했다. 물론 필자 생각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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