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8호]새내기 노리는 방문판매, 우리 대학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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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8호]새내기 노리는 방문판매, 우리 대학에도?
  • 임정빈 기자
  • 승인 2018.04.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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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업체, 전국 대학 돌며 상습적으로 유사 행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나

지난 3월 7일 건축학부 신입생들이 수강하는 전공 수업이 끝난 뒤, 한 남성이 자연스럽게 강의실에 들어왔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 취득을 위한 인터넷 강의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정체불명의 이 남성은 “지금 신청서를 작성하면 매우 저렴한 가격에 구매를 하는 것이다”, “선착순으로 접수 받겠다”고 말하며 학우들로 하여금 프로그램 구매를 종용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김윤정(건축 18) 학우는 “수업이 끝난 뒤 자연스럽게 들어와서 학교 관계자 내지는 학교에서 소개하는 업체인 줄 알았다. 이 때문에 해당 업체에 신뢰가 갔고, 좋은 기회인 것 같아 신청서를 작성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학교와 어떠한 연관도 없는 인물이었으며, 심지어 학교 측에 방문판매를 위한 사전 요청이나 합의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환불 시도해 봤지만…

문제는 그 후였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한참 뒤인 4월경에 학우들에게 납부 독촉 문자가 전송됐다. 취소 반품기간인 14일 이내에 반품신청 접수를 하지 않아 비용을 변제해야 하며, 이미 제품 비용을 2개월째 연체 중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학우들은 해당 업체에 전화를 해봤지만, 역시 반품 기간이 지나 취소가 불가하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김승하(건축 18) 학우는 “심지어 금액 납부를 고지한 최초 문자는 청약철회 기간이 한참 지난 4월에야 도착했다. 청약철회 기간에 문자를 받았더라면 철회했을 것”이라 토로했다.

또한, 해당 업체가 보낸 문자에는 조속히 변제 처리를 완료하지 않을 시 귀하의 신용에 불이익이 갈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문자를 보고 당황한 일부 학우들은 원치 않는 40만 원 상당의 비용을 지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리 대학 법학과 홍명수 교수(이하 홍 교수)는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해당 계약은 분쟁 여지가 다분하다. 특히, 해당 계약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거나 아직 미성년자인 학생의 경우 법정 대리인의 동의가 빠졌다면 명확한 분쟁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청서를 작성한 학우들에게 도착한 문자다.

납부만 안하면 되는 줄 알고

그렇다면 왜 학우들은 정체 모를 이 남성의 말만 듣고 40만 원 상당의 강의 프로그램을 거리낌 없이 신청한 것일까? 당시 방문판매처에서는 신청서를 작성하면 현장에서 CD를 지급했다. 이 CD는 차후 금액을 납부하고 인증 KEY를 받아야만 사용 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에, 학우들은 신청 후 납부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8조(청약철회 등)에 따르면 청약철회 기간은 재화 공급일로부터 14일이다. 즉, 학우들이 문자를 받고 청약철회를 결심했을 때는 이미 정상적인 청약철회가 불가했던 것이다.

우리 대학만 당한 것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 및 포털 사이트에 해당 업체를 검색해본 결과, △삼육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한양대학교(ERICA) 등 여러 지역의 대학에서 우리 대학 학우들과 유사한 사례를 겪은 학생들의 고발 및 민원이 줄을 이었다. 그렇다면 해당 업체는 어떻게 수년간 영업 행위를 이어온 것일까. 현재 해당 업체가 위치한 용인시의 지자체 산업환경과의 설명에 따르면, 방문판매 업체는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기 때문에 상호명만 바꿔 신고를 하게 되면 이전 지역에서 영업할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또한, 방문판매의 경우 개인 간의 거래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파악이 어렵다고 전했다. 실제로 해당 업체는 지난 수년간 대표자와 판매 프로그램 등 사업 구성은 그대로 유지한 채 홈페이지와 상호 명만 바꿔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 소비자 불만상담에 해당 업체의 이전 상호 명을 검색해보니 이미 300여 건의 불만이 접수돼 있었다.

▲지난 13일, 이화여자대학교 공지 사항에 올라온 글이다.

어떻게 해야하죠?

해당 업체는 우리 대학 외에도 전국 여러 대학에서 이 같은 방문판매 행위를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이 사건을 취재 중인 TV조선 교양 프로그램 ‘CSI 소비자 탐사대’의 김영식 PD(이하 김PD)는 “학생들에게 신용불량을 운운하던데 말도 안 된다”며 “현재 한 변호사님과 법원을 통해 해당업체가 학생들에게 납부 독촉문자를 보내지 못하게 하도록 하는 공증을 준비 중이다. 사건이 사건이니 만큼 변호사님께서 무료로 진행해 주시겠다고 약속했고,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수록 공증 가능성이 높아지니 명지대학교 피해 학생들도 함께 참여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김PD는 “만약 금액을 납부한 경우 법적 다툼에서 까다로워 질 수 있다”고 주의했다.

더불어 홍 교수는 “우선 최대한 빨리 해당 업체에 청약철회에 대한 의사 표현을 명확히 하고 그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또한, 해당 업체의 경우 상습적으로 이 같은 판매 행위를 벌여온 점을 감안할 때 분명 법적으로 빠져나갈 여지를 남겨 두었을 것이다”며 “이런 업체를 상대로 개별 대응하기보다는 피해 학생들끼리 공동 대응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다시는 이런 일 없어야

이번 사건 외에도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신입생 내지는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허가되지 않은 방문판매 행위가 성행해왔다. 홍 교수는 “이미 신청서를 작성했다면, 한국소비자원 내지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 접수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며 “이런 종류의 신청서 내지는 청약서에 인적사항을 적게 될 경우에는 환불규정이나 청약철회 등에 관한 조항을 반드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연캠 학생복지봉사팀 유민상 계장(이하 유 계장)은 “해당 업체는 학교 측에 방문판매를 위한 사전 허가 요청이나 협조를 구한 적이 전혀 없다”며 “이는 명백한 사기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유 계장은 “이와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피해 사례를 수집 중이며 학생들이 법적 대응 할 경우 적극 지원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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