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7호] 대학가에 행해지는 전대차, 절약과 불법 사이 아찔한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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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7호] 대학가에 행해지는 전대차, 절약과 불법 사이 아찔한 줄타기
  • 곽태훈 기자
  • 승인 2018.04.0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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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자취생들, "관행처럼 행해온 전대차가 불법일 수도 있다고?"

방학이 다가오면 대학 커뮤니티에는 일정 금액을 받고 자취방을 잠시 타인에게 재임대하겠다는 글이 올라오곤 한다. 방학 때만 잠시 고향에 내려가거나 여행을 가려는 학생들과 계절학기 수업을 듣거나 대외활동, 스터디활동 등을 하기 위해 단기로 학교 주변에 머물고자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자취방에 대한 공급과 수요가 이뤄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임대차계약기간은 2년인 데다가 그 금액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잠시 머물 거처를 구하는 대학생들에게는 전대차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문제는 이 같은 형태의 부동산 거래는 임대인의 동의가 없을 시 불법이라는 것이다. 주거비 절약과 불법이라는 양면에 선 대학생들, 괜찮은 걸까?

빌린 방 다시 빌리는 대학생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A학우는 지난 겨울방학 동안 신촌 인근에 있는 영어 학원을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방학기간에 우리 대학 주변에서 머물 단기 임대 형태의 방을 찾았으나 공인중개사무소에 등록된 매물들은 대부분 2년 이상의 계약을 요구하고 있었다. A학우는 고민 끝에 우리 대학 커뮤니티에 접속했고 그곳에서 쉽게 단기 임대 형태의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이처럼 각종 대학 커뮤니티나 부동산 거래 사이트에 서는 종강을 기점으로 ‘방학 동안 방 내놓습니다’, ‘방학 동안 살 방 구합니다’와 같은 제목의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실제 우리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 ‘뮤존’에서도 부동산 카테고리에 ‘방학’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자 방학기간에만 자취방을 매매하려는 글이 지난 1년 동안 80여 건 정도 게시돼있었다.

▲ 우리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 뮤존에 ‘방학’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나오는 게시글이다.

해당 게시물들의 공통점은 세입자가 이미 있는 임차물을 재임대 혹은 재임차한다는 것이다. 또한, 임대 또는 임차 기간이 1개월에서 3개월 정도로 짧다. 이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게시물 작성자가 다시 거주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기존 임대차 관계는 유지한 채 빌린 방을 다시 빌려주거나 빌리는 것은 부동산 거래 유형 중 ‘전대차 거래’ 형태에 해당한다. 전대차의 사전적 정의는 ‘임차인이 임차물을 제3자에게 임대하는 것’으로, 이를 이해하려면 △임대인 △임차인(전대인) △전차인 사이의 관계를 인지해야 한다. ‘임대인’은 건물의 소유주로 쉽게 말해 집주인을 의미하며 ‘임차인’은 임대인과 1차적으로 계약을 맺은 세입자를 말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전ㆍ월세 거래라고 불리는 임대차계약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임차인이 임차물을 2차적으로 제3자에게 임대하는 경우 전대차로 보는데 이때 제3자를 ‘전차인’이라 일컫는다. 이는 임차인이 여전히 임대인과의 법률관계는 지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임차권의 양도와는 엄연히 다르다.

 

임차인과 전차인, 모두 큰 피해 입을 수도

문제는 이러한 전대 행위가 불법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래는「민법」제629조의 내용이다.

 

앞서 제시한 법률에서 규정하듯이 임대인의 동의가 없는 전대차는 불법 행위다. 그렇다면 임대인의 동의 없이 전대차를 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법무 법인 ‘태율’의 김지예 변호사(이하 김 변호사)는 “임대인의 동의 없이 전대할 경우 임대인에게는 임차인에 대한 계약해지권이 발생한다. 이는 임차인의 입장에서 상대방에게 계약을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는 점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임차인 입장에서 겪을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 말했다. 또한, 전차인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서는 “이 경우 전차인은 임대인과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기 때문에 임대인이 방을 빼라고 하면 어떤 대항도 하지 못하고 무조건 나와야 한다. 이에 대한 책임은 전대를 해준 임차인에게 물을 수 있으나 임차인이 학생일 경우 손해를 배상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전차인은 이러한 위험 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동의 없이 전대차가 이뤄진 경우 전차인이 상당히 불안정한 위치에 놓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전차인의 불안정한 지위를 범죄에 이용한 사례가 있다. 2015년 8월, 마포구의 한 상가를 임차해 3년여 간 고시텔 영업을 하면서 대학생을 비롯한 전차인 9명과 전대차 계약을 한 후 이들의 보증금 3억 1,500만 원을 가로채 달아난 일당이 검거됐다. 전대차 시 전차인이 임차인과 문제가 생겨도 임대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임차인과 전차인이 겪을 수 있는 불이익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 변호사는 “불법으로 전대를 할 경우 전차인 은 임대인과 아무런 계약을 하지 않았음에도 임차인과 전차인 모두 임대인에게 손해 배상할 의무를 가진다.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에 의해 손해 배상을 해야 하고 전차인은 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한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 배상 책임을 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임대인의 동의 없이 전대차가 맺어지면 계약 해지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손해 배상 책임도 따르기 때문에 전대차계약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살펴봐야할 것은 임대인의 동의 여부다. 임대인의 동의만 있으면 전대 행위가 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대학 커뮤니티에 올라온 지난 1년 동안의 전대차 관련 게시물 중 임대인의 전대차 동의 여부가 명시돼 있는 게시물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성행하는 전대차, 그 이면엔

그렇다면 애초에 임대차계약을 단기로 할 수는 없을까?「주택임대차보호법」제4조 1항에는 ‘기간을 정하지 아니하거나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2년으로 본다. 다만, 임차인은 2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2년은 그저 기준이 되는 기간일 뿐, 임차인이 그보다 적은 기간의 임대 차계약을 요구해도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2년이라는 계약기간은 임대인이 줄일 수 없는 계약기간이다. 따라서 임차인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단기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로 대학이 밀집해 있는 서울특별시 마포구 내 공인중개사무소 10곳을 직접 방문한 결과, 이들은 모두 대학생들에게 2년 단위로 임대차계약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2년이 아닌 몇 개월 단위의 단기 계약은 임대인이 잘 해주려하지 않는다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마포구 연남동에서 공인중개업을 하고 있는 김화자 공인 중개사는 “임대인의 입장에서 몇 개월 단위로 임대차계약을 진행하면 세입자가 자주 바뀌는 것과 공실에 대한 우려 등 지속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 단기 임대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단기 임대가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대학 생들이 전대차를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주거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전국 대학생 2,5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생들은 한 달 평균 63만 원을 주거비로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주거비 걱정을 한 경험이 있는지’에 대해 86.3%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주거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는가’에 대해서 도 82.8%의 대학생들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부동산 정보 어플리케이션 ‘다방’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내 대학가 10곳의 평균 월세는 49만 원에 이른다. 방학 기간이 2개월 내지 3개월 정도인 걸 감안하면 자취하는 학생들은 빈방에 100만 원에서 150만 원까지 소모해야 하는 것이다. 동양미래대학교 기계과에 1학년으로 재학 중인 박하민 학생은 “방학 동안 고향에 내려갈 경우 자취생들은 빈방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나 또한 쓰지 않는 방에 한 달마다 수십만 원씩 공돈이 소모된다면 월세를 아끼기 위해 방을 내놓을 것이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단기로 방을 구하려는 학생들 입장에서도 이미 임대돼있는 방을 임대할 경우 기본적인 인테리어나 생필품 등이 갖춰져 있고 보증금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선호된다. 즉, 방을 구하는데 소모되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대차는 잠시 집을 비울 때 발생하는 경제손실을 막기 위한 학생들과 입주 시 들어가는 소모비용을 절감하려는 학생들의 자구책으로 보인다. 전대차가 성행하는 대학가의 또 다른 이면은 해당 행위가 상황에 따라 불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남학생은 전대차 경험을 이야기하며 “친구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전대 행위가 이뤄지기도 해서 그런게 불법일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마포구 서교동의 한 공인중개사도 “대학생들이 임대차 계약을 할 때 전대차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러한 전대차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행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

전대차, 보금자리가 되기 위해서는

앞서 말했듯 전대차계약은 임대인의 동의만 있다면 적법한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전차인은 전대차를 할 경우에 임대인의 동의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는게 중요하다. 또한, 애초에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할 때 임대인에게 전대차에 대한 동의를 미리 받는게 전대차로 인한 분쟁을 막는 길이다. 전대차계약시 주의해야할 사항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전대차 매물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경우가 많은데, 금액이 저렴하다는 것에 솔깃해서 함부로 계약을 체결하면 안 된다. 반드시 임대인의 동의 여부를 살펴봐야하고, 가장 좋은 방법은 임대차계약서에 전대차 동의에 대한 항목을 특약사항으로 넣어 서면으로 남겨두는 것이다”고 전했다. 또한, “임대차계약을 맺은 이후 도중에 전대차 동의를 구하고자 할 때도 문서로 진행하는게 좋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문서를 주고받고 서명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임대인이 해주지 않을 여지가 있다. 그럴 경우 최소한 문자메시지나 음성녹음 등의 형태로라도 기록을 남기는 것이 분쟁을 대비하는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방학, 계절학기와 같이 특정 기간에 자취방에 대한 공급과 수요가 발생하는 대학생들에게 전대차는 합리적인 행위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자칫하면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사전에 미리 전대차와 관련된 법률사항을 유심히 확인하는 대학생들의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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