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7호]대학들의 생존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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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7호]대학들의 생존경쟁
  • 임다원 기자
  • 승인 2018.04.0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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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기본역량 진단, 대학들은 어디로 가고 있나

지난 2015년 실시된 대학 구조개혁 평가의 명칭이 대학 기본역량 진단으로 변경되며 대학들의 진단 방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우선, 기존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는 줄어드는 학령인구에 대비해 2023년까지 총 16만 명의 정원 감축을 목표로 한 평가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는「고등교육법」제2조에 속한 △일반대학 △산업대학 △전문대학이라면 피해갈 수 없다. 그렇다면 2018년을 맞아 실시된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무엇이며,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지 본지와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학령인구 감소가 불러온 대학가의 평가 바람

점차 심해지는 저출산의 영향으로 학령인구가 줄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학 입학자원이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며 학생들의 선호에서 멀어진 대학들의 신입생 충원율은 계속해서 감소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공시한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추진 계획(안)’에 따르면 2023년 이후 고교 졸업자 수는 40만 명으로, 2018년 대비 10여만 명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고교 졸업자의 수보다 대학 입학 정원이 많아지는 상황에 교육부는 △대학 규모 조정의 불가피성 △고등교육 재정 투자의 효율성 △지역 균형 발전의 필요성 등을 앞세우며 대학 구조개혁평가를 대학 기본역량 진단으로 변경하고 새로운 진단 방안을 마련했다. 교육부는 올해 8월 시행되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추진 방향을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나눴다. 첫째, 기본역량 진단을 바탕으로 대학의 자율적 발전을 지원함으로써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자율성 확대 및 교육의 질을 높인다. 둘째, 합리적 수준의 정원 감축 권고와 정보 제공을 통한 학생의 선택을 병행하여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한다. 요약하자면 기본 역량 진단을 통해 일반재정지원과 정원 감축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국대학평가협의회장인 동의대학교 박진성 팀장(이하 박 회장)은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 예민한 사안이다 보니 전해드리는 모든 내용이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히고 싶다”고 전하며 말문을 열었다. 박 회장은 올해 실시되는 기본역량 진단에 대해 “1주기보다 다소 상향된 자율개선대학 선정에 포함되려 대학마다 출혈 경쟁을 벌여 왔다. 특히 1주 기와 다른 권역별 진단이 도입되어, 우수한 권역은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박 회장의 이야기처럼 대학 구조개혁 평가와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명칭뿐만 아니라 진단 방식에 있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변화한 대학 기본역량 진단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대학 기본역량 진단’으로 명칭을 변경한 이번 평가는 정원 감축보다 진단과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달라진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상위 60%와 40%의 대학을 나누는 식으로 진단 방법을 전환하고 전국을 5대 권역으로 나누어 평가를 진행한다. 기존 1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는 대학을 A, B, C, D+, D-, E등급으로 나눈 뒤 21.5%에 속하는 A등급 대학의 정원감축은 자율에 맡기고, B에서 E등급 대학은 4~15%까지 정원감축을 권고하며 양적 조정에 치중했다. 때문에 대학의 ‘등급’을 나눴다는 점에서 대학을 서열화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존재했고, 실제로 평가 결과 수도권 지역보다는 지방에 있는 대학들이, 4년제 대학보다는 전문대학들이 더 많은 정원을 감축해야만 했다. 또한, 평가 결과와 연계한 지원의 부재로 대학 발전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해, 세세한 등급을 구분하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의 자율개선대학은 감축 권고 없이 일반재정을 지원 한다. 여기서 일정 수준이란 상위 60%를 말한다. 즉, 전체 대학의 60%는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돼 일반재정 지원을 받고 정원 감축 역시 자율에 맡긴다. A등급인 21.5%만 정원감축을 자율에 맡긴 1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 비해 그 수가 3배가량 대폭 상승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남은 40%는 1단계 평가 이후 2단계 평가를 거쳐 20%는 역량강화 대학으로, 나머지 20%는 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나눈다. 역량강화 대학의 경우 일정비율 정원 감축을 권고하지만, 일반재정은 지원된다. 또한 산학 협력(LINC)연구, BK21사업 등 특수 목적 사업은 참여할 수 있다. 가장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것은 나머지 20%인 재정지원제한 대학이다. 이들은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제한되고 일반재정 지원도 받지 못한다. 다음으로 크게 변화된 점은 평가 범위다. 기존 1주기 평가에서는 전국을 단위로 대학을 평가해 등급을 선정하면서 지방에 있는 대학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존재했다. 이 때문에 이번 진단에서 정부는 전국을 5대 권역으로 구분하고 권역 내의 대학별로 평가를 진행하는 ‘권역별 평가’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권역별 평가가 모든 해답을 주진 못했다. 수도권 권역 대학들은 전국 단위로 평가를 진행했을 때는 경쟁력이 높아도 권역 내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져 역차별이라는 목소리가 존재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자율개선대학 선정 1단계의 60% 중 50%는 권역별로, 나머지 10%는 전국적으로 진단 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새로 도입한 권역별 평가에 대해 대학 교육 연구소의 임은희 연구원(이하 임 연구원)은 “연구소 에서 1주기 평가를 권역별로 비교해 봤을 때, 모든 권역 안에서 의 A,B,C등급이 상위 50%를 넘는다. 예를 들면 명지대학교가 속해있는 수도권 지역의 전체대학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했을 때 구조개혁 평가에서 A,B,C등급을 받은 대학이 상위 50%를 넘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수도권과 지방대의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실시한 권역별 평가가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 사진은 지난해 12월 교육부에서 밝힌 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변경사항이다 (출처/ 교육부)

 

대학은 꼭 진단되어야 하나?

지난해 10월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교육부 는 대학 교수 75%가 반대하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전면 중단하십시오’라는 문구와 함께 대학 구조개혁 평가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같은 해 12월, 교수단체와 대학교 직원 단체 등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공청회장 앞에서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즉각 중단하라는 뜻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렇듯 정부가 대학을 평가하는 방식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는 뚜렷하다. 대학들에게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위기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대학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하위 40%에 포함되는 대 학은 정원감축에 들어가야 하고, 이 경우 재정난은 당연한 수순이다. 게다가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될 경우 국가장학금 지원과 학자금 대출이 제한돼 학생들에게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점차 대학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평가는 반드시 60% 안에 들어가야 하는 생존 경쟁으로 다가온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1주기 A, B 등급에 해당하는 56.9%를 고려하면 이번 자율개선대학의 비율인 60%는 상향된 것이 맞지만, 수년간 이어져 온 등록금 동결과 올해 시행된 입학금의 단계적 폐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대학의 재정은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임 연구원의 의견 역시 유사 했다. 임 연구원은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이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출산율이 낮아졌기 때문에 대학에 가려고 하는 정원 자체가 줄어든 것인데 이를 일부 대학의 문제로 풀면 안 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렇듯 정부가 진단 지표 항목을 정해놓고 진단하는 방식은 대학의 자율성을 하락시키는, 무제한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기본역량 진단에 부정적인 면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대학 구조개혁 평가는 정원 감축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A등급인 21.5%를 제외한 모든 대학이 정원감축을 권고받았다. 그러나 이번 평가는 이전 A등급인 21.5%에 B등급인 35.4%까지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는 60%의 대학이 정원 감축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이 역시 마냥 반길 사항은 아니다. 결국 정원감축은 필요하기에 하위 40%는 총 2만 명의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임 연구원은 “기본역량 진단의 경우 상위 60%는 정원감축을 안 하고 하위 40%가 그걸 모두 감당하게 된다”며 “하위 평가를 받을 대학들은 서울에 있는 대규모 대학이 아니라 지역에 있는 중소규모 대학으로 예상되는데, 똑같이 100명을 줄인다 해도 규모가 큰 대학에서 100명을 줄이는 것과 타격의 강도가 엄연히 다르다. 사실상 하위 평가를 받은 대학들은 경영 자체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미래를 향한 도약

현 정부는 탄핵정국을 거치며 계획보다 빠르게 대선을 치렀기 때문에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이전 정부의 계획을 수정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상황이 중요하다. 교육부 정책에서도 상생, 협력, 공동체 등을 중시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방면에서 제시된 비판점들을 수용하고 이에 발 맞춰 정책을 펼쳐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정책의 방향만 제대로 된다면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였던 대학 서열화와 학벌주의를 해결하는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임 연구원은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 우리나라 대학들엔 위기일 수 있겠지만 대학의 체계를 바꿔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도 단순히 학생 수를 언제까지, 몇 명을 줄이겠다는 수치적인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대학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지방 대학과 수도권 대학 간의 균형과 4년제 대학과 전문 대학의 균형, 대학의 교육여건 등을 생각하며 이를 총체적으로 진단하고 그에 맞춰 정책을 폈으면 한다”고 전했다. 현재의 평가 방식이 수치적인 접근에서 머물러있다는 점은 분명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학령인구 감소는 사회적인 현상인데 이를 돌파하기 위해 대학을 수치화하고 재정을 줄여나가면 대학과 교직원들에게 과도한 업무를 부과할 뿐,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도약이라고 보긴 힘들다. 이에 박 회장은 “개인적으로, 대학의 경쟁력을 판단할 수 있는 필수 평가지표를 도입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 여건을 갖춘 대학에 대해서는 일반재정지원 및 정원 감축을 자율에 맡기는 평가방식이 도입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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