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7호]우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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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7호]우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다
  • 김려원 (방목기초교육대학 인문교양) 교수
  • 승인 2018.04.0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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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체는 본질적으로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얻어내기 위해 투쟁하고, 약육강식의 자 연법칙에 적응하며 삶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다른 생명체와 달리 인류는 단지 의식주를 해결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떠한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인식과 추구를 통해 비물질적이고 정신적인 활동을 이어왔고, 선대들은 그렇게 시대를 발전시켜 지금의 문명을 이뤘다. 우리는 이 세계를 초월하는 더 큰 힘과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가 있고 이는 자신의 존재를 확장하고자 하는 인식능력이자, 존재적 가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대처기술이기도 하다. 시대의 흐름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심리적 고갈과 정신적 피폐함을 호소하게 됐다. 페르소 나라는 사회적 역할에 매몰되어 긴밀하고 깊은 관계보다는 표면적이고 허구적 관계에 그치거나 진정한 나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혼돈과 내적 공허함을 채우고자 약물, 인터넷, 알코올 등의 중독에 빠지기도 하고, 우울 증,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질병을 호소하거나 사회적 범죄를 저지르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물질적 가치는 유한할 뿐 아니라 아무리 많은 양이 주어지더라도 평생 그것에 만족하지 못 하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에 사로 잡히기 쉽다. 물질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주어지는 권력  명 예  인기  지식 등의 외현적인 가치는 내면의 채 움 없이는 그것을 취하면 취할수록 더욱 절대적인 위치에 올라서고자 하는 욕망에 도취되어 끝 없는 갈급함과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인간의 에너지가 외부로 향하게 될수록 그 속엔 텅 빈 자기 (Empty Self)를 형성한다. 타인으로 인해 지치고 상처 받고, 외부적 압력 때문에 이 모든 고통은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그 안에 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의식을 외면하여 내 속의 메아리를 듣지 못하고, 창조적 자율성에 대한 통찰도 불가능하게 되어 아직 내가 알지 못 하는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리지 못한다. 이로 비추어 볼 때 우리의 삶은 나의 존재적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볼 수 있다. 단지 ‘배불 리 먹고 등 따시게 자는 것’에만 만족할 수 없는 더욱 궁극적이고 실존적인 삶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주관적 행복감의 추구에 대한 욕구를 실현 하는 과정이 바로 다른 영장류와 구별되는 인간 만의 고유한 특성이다. 단지 생존에 필요한 그것 너머의 어떤 힘, 그것은 우리의 정신과 영혼의 샘을 마르게 할 수도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생명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영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어떠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정서적으로 각인되어 나타나는 것에 현시적이고 유한한 가치가 아닌 더욱 근본적이고 절대적인 힘에 의해 생각하고 행동하며 느끼는 통합된 형태의 내재된 성향을 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지 종교성을 넘어서서 인류의 보편적 감수성이자 심리학적 측면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보다 한 차원 너머의 그것이 될 수 있다. 가령 초월적 힘과 관계된 경험, 존재 이유에 대한 물음, 바르게 사는 것, 감사, 긍휼과 사랑 등이 삶과 맞닿을 때 우리는 내적 공허함이나 분노, 우울감 등에서 진정 자유로워질 수 있다. 우리는 우리를 마음껏 알아차리고 상상해야 한다. 우리 마음은 나를 건지기 위해, 나를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주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의식의 문을 두드려 나를 돌아봐주길 간절히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야, 괜찮 을 거야’라며 외면하고, 간과하고, 억압할 때 결국 우리는 깊은 어둠에 잠기는 것이다. 자아는 의식의 촌장이자, 무의식의 바다에서 그물을 건져 올리는 어부라고 한 정신의학자는 말한다. 우리는 우리를 끊임없이 관심 갖고 통찰하며 상상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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