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6호]세계사의 흐름과 함께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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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6호]세계사의 흐름과 함께한 커피
  • 황호림 커피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3.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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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이란 책이 있다. 사이토 다카시라는 일본 메이지 대학 문학부 교수가 쓴 세계사 책인데 이 책에 의하면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은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 종교라고 한다. 이 중 첫 항목인 욕망에서 이야기 하는 첫 번째 요소가 바로 커피다. 커피가 아프리카에서 발견되어 이슬람 문화권으로 유입되고 다시 기독교 국가들이 지배하는 세계로 퍼지면서 싫든 좋든 커피는 세계사의 흐름 속에 편입되게 되었다. 여러 가지로 각색되어 전해지는 커피의 탄생 설화는 여기서는 생략하고 커피가 발견된 후 전파되는 경로를 따라가며 세계사에 커피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커피를 처음으로 접하고 커피를 전파하는데 앞장선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신비주의 수도사 ‘수피’들이었다. 수피들은 잠들지 않게 해 주고 자기수양을 도와주는 커피에 대해 무한한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 수피들이 성지를 찾아 여행을 하게 되면서 커피도 끝없는 꿈의 세계로 여행하게 된다. 커피가 세계사의 중심에 서게 된 첫 번째 사건은 바로 이슬람의 성지 ‘메카’에서 벌어졌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탄신일 전날, 일단의 무리가 검은색 음료를 돌려 마시는 것이 목격되었고 반대파들의 제소로 오랜 논의를 거쳐 메카 총독은 메카에서 커피 음용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커피의 전면 금지에 반대하던 간부 몇몇이 중앙정부(카이로)에 의견을 물었는데 중앙정부는 ‘반(反)종교적 현상에 사용하지 않는다면 커피의 사용을 허락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 일로 커피 사용을 반대하던 일당은 그들의 음모가 발각되어 처형당하거나 숙청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유럽에 커피가 본격적으로 전파된 사건이 몇몇 있지만 그 중 대표적인 사건이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오스트리아 침공 사건이다. 오스만투르크제국이 한참 맹위를 떨치던 때, 이 제국은 유럽을 손에 넣으려는 야심을 품고 대군을 파견해 오스트리아 침공에 나서게 된다. 오스트리아 함락을 목전에 두고 독일과 폴란드 지원군의 반격과, 이중 첩자의 잘못된 정보 때문에 이 거대 제국의 군대는 하룻밤 만에 급히 철수하면서 다량의 커피 원두를 버리고 가게 된다. 이때 커피의 상품성을 알아본 이중첩자 콜치스키는 다른 보상은 다 마다하고 다량의 커피 원두를 손에 넣어 빈의 중심가에 최초의 카페를 열었다. 이후 상인들에 의해 런던, 파리로 전해진 커피는 급속도로 유럽 문화의 일부분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렇게 유럽에 전해진 커피는 그 동안 와인과 맥주에 찌들어 있던 유럽인들의 정신적인 각성제가 되었고, 아침에도 맥주를 마실 정도로 술에 취해있던 유럽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커피를 음용하면서 점차 이성과 지식을 갖춘 깨어있는 사회로 발전하게 된다. 일이 끝난 사람들은 삼삼오오 커피하우스로 몰려들었고 여기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대한 토론과 정보교환이 이루어졌다. 이쯤에서 커피가 유럽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프랑스 혁명’이다. 카미유 데물랭이란 변호사가 ‘카페 드 포아’에서 “무기를 잡아라”라고 한 말에 봉기한 시민군이 파리를 점령하게 되고, 이 사건을 계기로 봉건주의 사회가 붕괴되고 르네상스와 계몽주의로 대표되는 근세사회로 전환하게 된다.

근대 산업혁명 이후에는 유럽인들이 마시는 커피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적도를 따라 이어지는 ‘커피 벨트’ 지역의 사람들이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게 된다. 흑인 노예의 가혹한 노동으로 만들어진 유럽의 커피는 아직도 ‘니그로의 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커피의 생산과 소비 구도가 커피 재배라는 가혹한 노동에 내몰리는 가난한 사람과 커피를 마셔 각성함으로써 경제를 움직이고 현대사회를 쥐락펴락하는 부유한 사람이라는 격차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커피는 활력을 제공하고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했으며 정신적인 각성 효과를 제공함으로써 세계사의 발전과 함께 하면서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다. 커피와 차 둘 가운데 어느 것을 소비 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미래가 좌우된다고 강조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불고 있는 커피 열풍은 어쩌면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말해 주는 단적인 예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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