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6호]반려(反戾)되는 반려(伴侶)동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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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6호]반려(反戾)되는 반려(伴侶)동물 이야기
  • 임다원 기자
  • 승인 2018.03.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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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는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이다. 지난해 7월,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국내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반려인의 증가와 함께 동물을 아끼자는 사회적 공감도 확산되는 추세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동물들을 학대하는 사건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한 해 동안 약 9만 마리의 동물들이 유기됐다고 밝혔다. 이는 2016년에 비해 10% 이상 증가한 수치다. 급증하고 있는 펫코노미 시장과 동물 유기 사례의 이면에는 어쩌면 단순히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을 대책 없이 기르는 사람의 욕심이 자리하고 있는 건 아닐까. 기사의 끝에서 질문에 답변할 수 있길 바라며 반려동물을 대하는 사회의 암(暗)적인 면모를 살펴봤다.

 

'책임' 없는 분양 금지!

많은 반려동물 분양자가 분양조건으로 내거는 게 있다. 바로 ‘자취하는 대학생은 분양 금지’다. 경제적으로 완전한 독립을 하지 못했기에 대개 반려동물에게 온전한 책임을 다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자취하는 대학생들은 대부분 본가가 따로 있고, 타지에서 홀로 살아간다. 일정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은 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주인만을 기다리는 반려동물이 느낄 외로움을 생각하면 분양이 꺼려짐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게다가 반려동물의 수명은 약 15~16년이기 때문에 이 기간 중에 이사, 결혼 등의 변화가 생기며 동물을 유기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동물권 단체 ‘케어’의 박수진 대표(이하 박 대표)는 “대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동물을 무책임하게 입양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학생들이 동물을 화풀이 대상으로 학대하거나 죽이는 사건, 무책임하게 입양한 뒤 버리거나 돈벌이처럼 되팔아버리는 경우도 존재했다”며 “대학생들이 동물을 입양하는 게 모두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경제적으로 여건은 갖춰졌는지, 생활의 변화 속에서도 끝까지 책임감 있게 기를 수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 이후 입양을 하는 게 맞다. 생활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이 동물을 끝까지 책임감 있게 기를 수 있는지를 각오한 다음에 길러야한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냥줍’, ‘길냥이 키우기’처럼 길고양이를 아무렇지 않게 데려와 기르는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냥줍’을 검색한 결과, 10페이지가 넘는 많은 ‘냥줍 후기글’이 검색됐다. 그러나 이 같은 행위를 쉽게 해서는 안 된다. 강앤정 동물병원의 강정완 수의사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데려올 때는 평생 책임질 생각이 있을 때만 데려와야 한다”며 “야생의 습성이 강한 동물 중에, 새끼들이 자꾸 사람과 접촉하거나 냄새가 나면 이 아이를 지키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떠나는 경우도 있고 스트레스가 너무 심한 경우에는 물어 죽이는 경우도 간혹 있다. 길고양이들을 무조건 구해 키우기보다는 이 고양이가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을 허용한다는 판단이 들고, 내가 이 아이를 완전히 지킬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데려와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책임감 없는 반려동물 양육은 유기와 학대를 낳기도 한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수가 증가함과 동시에 유기되는 동물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동물보호 센터에 유기동물이 들어오면 일반적으로 동물보호법에 의거해 20일의 공고 기간이 주어지며, 이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된다. 이렇게 안락사된 유기동물 사체는 현행법상 ‘생활폐기물’로 처리돼 종량제 봉투에 담겨 버려진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보호소에서 죽음을 맞은 유기동물은 4만여 마리로, 보호소에 들어온 유기동물의 45%가량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상황에는 반려동물 충동 구입과 대량생산이라는 원인이 존재한다. 반려동물의 무분별한 소비는 수요를 낳고 이것이 불법 동물생산업을 양산하는 풍선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수와 유기동물 개체가 정비례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감 있는 반려동물 분양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수요가 많으니 공급을 맞춰 대량생산을 하는데, 유기되는 동물도 그만큼 많으니 많은 동물이 종량제 봉투에 담긴 채 차가운 죽음을 맞는 것이다.

우리는 반려동물의 예쁜 모습만을 바라본다

주목할 점은 반려동물 가구의 증가와 더불어 미디어에서도 채널 A의 <개밥주는남자>, tvN의 <대화가 필요한 개냥> 등 반려동물을 이용한 예능 방송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 진은 지난해 9월 방영된 엠넷의 <컴백쇼-BTS DNA> 프로그램에서 반려동물 공개에 대해 “사실 어묵이랑 오뎅이를 보여주는 데 걱정을 많이 했었다. 어린 친구들이 쉽게 키우고 싶어 하지 않을까하는 이유에서다”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더불어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에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컨텐츠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으며 고양이 7마리의 일상을 촬영한 ‘크림히어로즈’라는 채널은 구독자 82만 명을 돌파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런 미디어에는 반려동물의 아름다운 모습만을 비추고 있기에, 현실과 격차가 존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충동적으로 호기심에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문제가 크다. 준비 없이 입양을 하게 되면, 동물이 홀로 장시간 방치되거나 아픈걸 발견하지 못하거나 교육에 대한 부주의로 문제 성격을 만들고 이 때문에 유기하는 등의 상황이 생긴다. 반려동물이 1~2년만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긴 시간을 가족처럼 살 수 있는 여러 가지 환경 조건 ․ 경제적 여건 ․ 마음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미디어에서 보이는 귀여운 모습만이 반려동물의 전부가 아니다. 반려동물을 기르기 위해서는 공간적인 문제와 경제적인 여건의 해결, 문제상황이 발생할 때의 대안 등 많은 고려가 필요하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반려동물을 이용한 콘텐츠를 보며 ‘예쁘네, 나도 키우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그치지 말고, 그 이면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쉽게 동물의 예쁜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이 있다. 바로 동물카페다. 동물카페는 개나 고양이뿐만 아니라 △라쿤 △사막여우 △양 △앵무새 등 쉽게 볼 수 없는 야생동물들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은 이 같은 동물카페 운영 자체를 금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물카페에서 동물들을 접하고 순간적인 호기심으로 동물분양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대학 인문캠 근처의 애견카페인 ‘개랑 살려고 카페 차린 언니’의 남현주 사장은 “카페 방문 후 입양 문의를 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동물카페가 문제가 되는 또 다른 이유는 동물에게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생동물카페의 동물은「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하는 △개 △고양이 △기니피그 △햄스터 △토끼 △페럿에 해당하지 않아 어떤 법적인 보호도 받지 못한다. 지난해 11월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발표한 ‘야생동물카페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야생동물카페 35개 지점 중 동물들이 몸을 숨길 수 있는 은신처를 제공한 곳은 단 1곳뿐이었으며, 33%는 전시하지 않는 동물을 철제 케이지에 격리한 채로 사육하고 있었다. 지금도 많은 수의 야생동물들이 동물카페에서 원치 않는 관심을 받으며 야생성을 잃어가고 스트레스를 받는 실정이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신남식 교수는 SBS의 모닝 스브스 인터뷰에서 “어떤 동물이든 사람들과 계속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동물카페가 동물에게 주는 악영향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말 동물을 사랑한다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눈을 감는 태도보다는 그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문제 상황을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유리로 만들어진 방패, 동물보호법

지난 22일부터 시행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정작 동물보호를 위한 핵심 사항들이 빠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시행을 예고한「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4조 제4항을 면밀히 살펴보면 동물 학대의 기준을 여전히 현행대로 ‘상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체적 ․ 물리적 ․ 화학적으로 학대를 가했지만 상해가 남지 않거나 육안으로 상처 식별이 불가하면 동물 학대로 보지 않는 것이다. 또한, 현행법에는 동물을 ‘목을 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지 못하게 명시되어 있는데 목을 매는 정도의 고통은 기준이 모호해서 증명하기가 힘들다. 이러한 이유에서 지난해 6월에 개 30마리를 전기충격기로 도살한 한 농장주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해 동물자유연대의 채일택 팀장(이하 채 팀장)은 “법 조항이 허울뿐인 조항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법이 적용되더라도 상해 흔적이 있는 게 아닐 경우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부분이 앞으로는 더 실효성 있는 조항들로 개정 되어야 할 것 같다”며 “독일, 스위스 등의 동물복지 선진국은 동물 학대 조항들이 세분화 돼있다. 그 정도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동물보호법에서는 포괄적인 법안을 넣고 세분화 된 학대 행위들을 제시해서 구체적으로 처벌하는 방법들을 고민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또한,「동물보호법 시행령」제3조에는 반려동물 등록 시기가 생후 3개월 이상으로 명시돼 있지만, 판매 가능 월령은 생후 2개월로 정해져 있어 반려동물 등록제가 유명무실하게 됐다. 생후 2개월에 반려동물을 판매하고 등록을 하지 않으면 추후에는 등록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법이 실효성을 잃는 것이다. 이 외에도 허점은 존재한다. 동물생산업과 동물판매업이 법률상 허가제로 바뀌었지만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 동물생산업 등록번호가 게시돼있지 않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허가받은 시설에서 태어난 동물인지 알 길이 없다. 이에 채 팀장은 “동물을 판매할 때는 구매자에게 생산업자 주소와 상호명, 연락처를 기재하게 되어있다. 따라서 동물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해 알 수 있지만, 판매자가 이를 거짓말로 적으면 일반인들은 구분할 수가 없다. 축산물 같은 경우에는 이력제를 시행하고 있어 구체적인 출생지와 유통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반려동물도 이력제를 통해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는 한 강아지 공장과 같은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동물을 위한다는 동물보호법은 본 취지에 맞지 않는 하위법령개정으로 유리 방패가 되고 말았다.

상생을 위해 나가야할 길

동물보호법이 개정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동물복지 선진국이라 불리는 유럽 국가들은 유기동물들에 대해 공고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가 가능한 우리나라와 달리 모두 ‘노 킬(no kill)’ 원칙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 보호소는 대부분 100%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형태였다. 그럼에도 시설이 잘 돼 있다는 건 후원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걸 방증한다. 결국 동물과 사람이 상생하는 길은 동물에 대한 책임감 있는 의식을 갖는 것이다. 이에 채 팀장은 “장기적으로는 동물들을 물건처럼 사고파는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생명을 물건처럼 사고파는 것 자체가 우리가 생명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동물복지 선진국가들은 유기견 보호시설에서만 반려동물을 분양할 수 있다. 동물들을 단순히 물건처럼 사고파는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들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거기에 맞춰 시민들의 인식 변화나 산업구조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사실 대부분의 반려동물은 작고 약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생명까지 작고 약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책임감 있는 분양이 공고화되고 생명의 가치를 돈이나 유희 거리로 생각하지 않을 때, 동물과 사람은 상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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