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5호]당신이 아는 이, 당신을 아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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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5호]당신이 아는 이, 당신을 아는 이들
  • 임다원 기자
  • 승인 2018.03.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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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 인문캠에는 장소로 기억되는 이들이 있다. 작은 교정을 생활 터전 삼아 학생들과 마주하는 △본관 4층 매점 직원 △본관 1층 미용실 미용사 △학식 영양사가 그러하다. 이제는 장소가 아닌 인물로 기억되길 바라며, 명대신문이 이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본관 매점

수업을 듣다 몰려오는 졸음 혹은 속이 쓰려 오는 공복에 한 번씩 들러본 적 있는 그곳, 바로 본관 4층 매점이다. 본지 기자는 그곳에서 늘상 짧은 대화만 하던 분과 처음으로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인터뷰 제의에 고민을 하다 잠시 기다리라며 옷을 갈아입고 안경을 정성스레 닦은 그녀는 환한 미소로 기자를 맞이했다.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그녀의 성함을 물었다. 어쩌면 학우에게 처음 말 해보는 석 자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임정순으로 수풀 림자를 쓴다고 한다. 임 씨는 학교에 들어오기 전 백화점에서 일을 했는데 어느 날 팔이 말썽이었다. “팔이 너무 아파서 치료를 하느라 2년을 쉬게 됐어. 다시 일을 구하던 중 명지대 구인․구직을 보고 들어오게 됐지.” 그래서인지 서 있는 건 자신 있지만 팔과 어깨는 아직도 쑤시기만 한다. 올해로 7년째 근무 중이지만 힘이 닿을 때까진 일을 계속할 거라는 임정순 씨에게선 일에 대한 열정이 보였다.

학교에 오랜 기간 근무하다 보니 학우들과의 에피소드도 한 보따리였다. “방학 때면 외국인 학생들이 어학연수를 하러 많이 오는데, 한국어가 짧기 때문에 긴 대화가 안 돼. 근데 대부분이 현금을 사용해서 잔돈을 무겁게 가지고 다니거든. 그걸 보면, 나 같은 경우에는 ‘coin change?’ 이렇게 간단하게 물어봐. 그럼 대부분 고마워하지.” 또 다른 이야기도 있었다. “학생들이 물건을 사는 걸 보면, 여학생들은 가격에 크게 상관없이 질적인 걸 찾고 남학생들은 주로 저렴한 걸 많이 찾는 편이야. 그리고 요즘 대세는 젤리야.” 대학생들의 취향까지 꿰뚫고 있는 임 씨는 학생들이 마냥 예쁘기만 하다. “나도 자식이 있는데, 우리 애들은 다 컸어. 벌써 큰 애가 서른넷에 작은 애가 서른둘이니. 그러다 보니까 새로 들어오는 학생은 파릇파릇해서 예쁘고, 또 졸업한 학생들은 찾아와서 반갑게 인사하니까 예쁘고 그래.” 일을 하며 찾아오는 행복은 이렇듯 소소한 순간에 있었다. “몇 년째 보던 학생들은 졸업하고도 와서 건강하냐고 물어봐. 또 어떤 때는 친해진 학생들이 자기 고민을 나누기도 해. 엄마와 같은 나잇대다 보니까 그럴 때 인생 선배로서 이야기를 해주는데 보람을 느끼지.” 그런 그녀도 속상한 순간들이 존재한다. “명지대 학생들을 보면, 대부분 착해. 너무 착해. 그런데 가끔 살짝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학생들이 있어. 그런 학생들이 예쁜 마음으로 조금만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어. 그럴 때는 속상하거든.” 그리곤 기억력이 감퇴하여 인사하는 학우들의 얼굴을 다 기억하진 못하지만, 그들을 볼 때면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전한 그녀. 이어 명지대 학생들이 착하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고 강조한 임 씨가 조심스럽게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냈다. “정말 부탁하고 싶은 건, 요즘은 밖에 사 먹을 곳이 너무 많아. 그러다 보니까 우리 매장 매출이 엄청 떨어졌어. 밖에도 먹을 게 많겠지만, 이왕이면 우리 매점을 많이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 그녀의 말에 따르면 매점은 매년 업체들끼리 입찰을 하며 학생복지봉사팀에서 원하는 가격에 맞춘다고 한다. “학교 측의 요구사항을 가격으로 맞춰가다 보니 학생들은 더 싸게 접할 수 있어. 우리도 살아남아야 하니까 저렴하려고 노력하지. 이번에 조금 인상은 됐어… 이용률이 떨어지다 보니까 저렴하게 하려 노력해도 쉽지 않네.” 어찌 되었건 명지대학교는 그녀에게 있어 생활의 터전이다. “내 생활을 하게 해주니까 고맙고, 인생에 많은 보탬이 되는 곳인 것 같아.”

직접 만나 긴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녀 역시 장소가 아닌, 인물로 기억되기 충분한 사람이었다. 손목이 자주 아프며, 착한 명지대 학생들이 자신에게 인사를 건넬 때 기쁘다고 말하는 임정순 씨. 다정한 면모와 딸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에선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바쁘지 않다면, 꼭 그녀에게 인사 한마디를 건넸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관 1층 미용실

본관 1층. 보라색 외관을 가진 미용실, 명지헤어숍. 다들 한 번쯤은 지나가다 보았을 그 공간으로 본지 기자는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인터뷰 요청을 하자 곧장 응해준 그녀. 그녀의 이름은 유영희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유영희 씨는 서랍 속에 간직하던 종이 하나를 가져왔다. “이게 명대신문에서 취재 나와서 우리 미용실 소개한 글이에요.” 본지 1005호 실질주관리뷰 코너의 본관 헤어숍 리뷰 기사였다. 본지 기사를 간직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인터뷰 시작 전 기자 역시 감동을 선사 받았다.

유영희 씨는 20년 경력의 숙달된 미용사다. “다른 미용실보다 가격이 저렴한데 그렇다고 해서 기술이 없는 건 아니야. 커트는 정말 잘 해 내가. 서울시 기능대회 나가서 장려상도 탔고 I.B.A.C 세계미용기술경연대회에서 상도 탔지.” 그런 유영희 씨가 우리 대학에서 생활터전을 잡은 지도 어언 16년이 되었다. “명지대학교에는 2003년도에 처음 들어왔는데 원래는 본관 지하, 동아리방 화장실 건너편에서 영업을 했어. 근데 거긴 창문이 없어서 환기가 하나도 안 되는 거야. 물도 떨어지고 환경이 너무 안 좋아서 할 수 없이 본관 1층으로 올라오게 됐지.” 그녀의 삶 대부분은 학교에서 이뤄진다. 아침 8시 30분에 나와 저녁 8시까지 약 12시간을 교내에서 일하고 있는 유영희 씨는 학생들이 학교를 잘 찾지 않는 방학에도 오후 3시까지 학교를 지킨다. 그런 긴 학교생활 속 그녀의 뇌리에 박힌 기억이 하나 있다. “하루는 화장실에 가려 나왔는데 어떤 학생이 계단에 앉아 못 걷고 있더라고. 알고 보니까 허리 디스크였는데 본관에서 경상관을 못 가서 거기 있었던 거야. 마침 우리 아들이 차를 가지고 학교에 와서 그 학생을 데리고 병원까지 데려다준 적이 있지.” 어느 날, 누군가의 영웅이 되었을 유 씨의 얼굴에선 보람이 느껴졌다. 그렇게 인터뷰를 진행하는 중, ROTC 남학생이 명지헤어숍을 찾아왔다.

그는 ROTC 선배들에게 명지헤어숍이 머리를 잘 자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다고 했다. 아마도, 그들 사이에서는 알음알음 유명한 곳인가 보다. 기자가 보기에도, 미용실의 커트 가격은 학생 7,000원 교직원 8,000원으로 심히 합리적이었다. 유 씨는 “우리 미용실 가격이 싸. 내가 올리고 싶어도 입찰할 때 합의한 가격이기 때문에 올리려면 학교와 상의를 해야 하거든. 그래서 5년 전 입찰한 가격 그대로 받고 있지.” 커트 이외의 것들도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우리 앞머리 커트도 2,000원이고 앞머리 펌도 5,000원이면 하는데 10분이면 나와. 또 미용실에서 머리도 감을 수 있어. 학생들이 시험 기간에 공부를 조금이라도 더 하고 싶어서 밤을 새는데, 그럴 때 머리 감으러 오면 좋아. 시간도 절약되고. 본인이 감을 수도 있고 내가 감겨줄 수도 있는데 본인이 감으면 2,000원 내가 감겨주면 3,000원이야. 드라이기랑 고데기도 있으니까 원하는 대로 이용하면 돼.”

학교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유영희 씨에게 명지대는 교회 같은 존재이다. “내가 명지대학교 교회에 다니고 있거든. 그래서 나에게 명지대란, 우리 교회같은 마음이지.” 커트를 잘 해서 구파발에서 찾아오는 단골손님들도 있다는 유영희 씨. 인터뷰가 끝나고 나가는 순간까지도 이것저것 챙겨주려 하시는 모습에 괜스레 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학생들은 다 예쁘다고 말하는 그녀. 그녀의 말처럼 예쁜 마음을 가진 우리 학우들이 자신을 더 예쁘게 꾸미고 싶을 때, 본관 1층에 들러보는 건 어떨까.

학생식당

저렴하게 맛있는 한 끼를 먹고 싶을 때 찾는 곳, 학생식당. 그곳에 가면 마주치는 이들이 있다. 분홍색 가운을 입고 학생회관 2층 교직원식당과 3층 학생식당을 오가는 이들, 고선정 점장, 김승은 영양사, 김가혜 영양사다. 이들은 값싼 가격에 좋은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가 학교와 회사의 덕이라고 이야기한다. “회사에서 더 나은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거래 업체들을 관리해주시고 질이 떨어지는 식자재가 들어올 경우 바로바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요. 학교 측도 저희한테 지속적으로 관심을 주시고 개선할 수 있는 점들을 바로 말씀해주셔서 좋은 급식이 제공되는 것 같아요.” 메뉴 선정 역시 학생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메뉴 선정은 학생들에게 모니터링 식권을 발부하면서 매주 설문지 작성을 부탁드리고 의견함에 의견을 수렴해서 학생분들이 먹고 싶은 거나 나왔으면 좋겠다는 메뉴를 반영해요. 아니면 타대학 SNS에서 화제가 된 음식들을 제공할 때도 있고요.”

그녀들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학우들이 맛있게 먹고 피드백을 줄 때이다. “학우분들 중에 매일매일 오셔서 급식을 먹고 오늘은 어떤 게 맛있었다, 또 이런 음식도 맛있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이 계세요. 그럴 때면 더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싶고 보람도 느끼죠.” 영양사로서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게 되고, 또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명지대학교는 그녀들에게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은 공간이다. 그런 그녀들이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한 가지다. 학생식당을 많이 이용해달라는 것. “다양한 메뉴들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도깨비 메뉴도 원래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나갔는데 이번 학기부터 이틀에 한 번씩 매일매일 바뀌는 식으로 해서 좀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까 학생식당, 많이 이용해주셨으면 해요.”

사실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대학생들이 타인의 삶까지 신경 쓰기란 쉽지 않다. 당장 처음 만나는 친구들과 선배들의 관계만으로 벅찬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짧게나마 학교에서 일하는 이들을 기억하고 인사를 건네본다면 어떨까. 비단 인터뷰에 응한 본관 매점의 임정순 씨, 본관 미용실의 유영희 씨, 학생식당의 고선정 점장, 김승은 영양사, 김가혜 영양사가 아니더라도 학교 곳곳에는 학우들을 위해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 지나가다 마주치는 청소부분들과 경비원분들, 학내 교직원분들 또 커피숍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살갑게 인사를 건넨다면 그들의 긴 학교생활 중 당신이 기억에 남는 한순간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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