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5호]정말 살 수 없는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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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5호]정말 살 수 없는 대학생들
  • 곽태훈 기자
  • 승인 2018.03.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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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대학 기숙사 학생 수용률 15.9%에 불과

개강 시즌이 되면 집과 대학교 간 거리가 먼 학생들은 고민에 빠진다. 통학을 하기엔 시간을 많이 뺏기고 대학가 근처에서 자취를 하자니 비싼 집값 때문에 그마저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많은 학생들이 비교적 값이 저렴한 기숙사를 선호하지만 2017년 기준 수도권 대학의 기숙사 학생 수용률은 15.9%에 불과한 상황이다. 특히 대학생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지어진 공공기숙사의 경우 학생 수용률이 10%로 입주의 문이 더 좁다. 이 가운데 지난해 11월, 문재인 정부가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2022년까지 학내외 기숙사 입주 인원 5만 명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발맞춰 고려대학교, 한양대학교 등 수도권 주요 대학들도 기숙사 건립에 박차를 가하며 학생들의 주거난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일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현재 기숙사 건립은 순탄치 못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기숙사 건립에 난항 겪는 대학가

수도권 지역의 기숙사 학생 수용률이 15.9%에 불과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많은 대학들이 기숙사 건립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는 인근 임대업자들의 반대로 첫 삽조차 뜨지 못한 곳들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고려대학교와 한양대학교다. 고려대학교의 경우 5년 전 서울시 성북구 개운산 내 학교 부지에 1,100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신축 계획을 세웠지만 주민 반대로 현재까지 진척이 없다. 또한, 고려대학교 인근에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추진 중인 대학생 행복연합기숙사도 올해 1학기에 맞춰 개관할 예정이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진행은 지지부진하다. 한양대학교는 지난 2015년, 학교 부지 안에 6, 7기숙사를 직영으로 짓는 신축계획을 발표했지만 임대업을 하고 있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학생들은 기숙사 신축 건립을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섰다. 지난해 5월 고려대학교 제49대 총학생회 ‘이음줄’은 보름간 기숙사 신축을 위한 탄원 운동을 진행해 고려대학교 학생들에게 3,000장이 넘는 탄원서를 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같은 해 7월 ‘기숙사 신축을 위한 탄원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양대학교 제45대 총학생회 ‘한마디’는 지난해 6월 한양대 기숙사 신축 계획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처음 상정됐지만 그 후 지속적으로 심의가 보류되자 기자회견 및 탄원서 전달 등을 통해 기숙사 신축 계획에 대한 심의 촉구를 요청했다. 또, 이러한 요청의 일환으로 제22차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열린 지난해 12월에는 서울시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그 결과, 같은 달 6일 기숙사 신축안은 첫 관문인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 현재는 성동구청의 인허가만 남겨 놓은 상태다. 기숙사 건립을 둘러싼 대학교 및 대학생과 지역주민 간의 갈등은 어제오늘일 만은 아니다. 홍익대학교는 지난 2013년 마포구청이 주민들의 민원제기를 이유로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이화여자대학교는 2014년 당시 신축 예정이던 기숙사 인근 주민들이 건축허가 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걸어 어려움을 겪었다. 같은 해 경희대학교도 교내 공공기숙사 건립에 인근 임대업자들의 반대로 수개월 째 동대문구청에서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자 행정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우리는 기숙사가 필요해요

이처럼 법정다툼으로 번지기까지 하는 기숙사 건립을 학생들이 사수하고자 하는 건 왜일까? 가장 큰 이유는 주거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다방’의 데이터분석센터가 서울 시내 주요 대학가 인근에 있는 규모 33㎡이하의 원룸 시세를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보증금 1,372만 원에 월세 49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금액의 부담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분석 당시 연도보다 최저시급이 16.4% 오른 올해 기준으로 계산해봤다. 일반적으로 학교 수업이 끝나는 오후 6시를 기점으로 자정까지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가정하면 7,530원×6시간=45,180원이다. 이를 평일 내내 반복할 경우 한 달에 90만 3,600원의 수입이 생긴다. 이를 한 푼도 쓰지 않고 15개월 동안 모아야 겨우 보증금을 낼 수 있으며 설령 보증금을 구했다 하더라도 월수입의 약 54.2%를 주거비로 지출해야하는 현실인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6월 기준 대학생의 평균 일일 생활비가 13,900원이라는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의 설문조사 결과를 참고하면 대학생들은 주거비를 제하고도 38만 9,200원을 생활비로 지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에게 있어 주거비 절감은 절실한 문제다.

이와 관련해 청년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설립된 시민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의 조현준 사무처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거점도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에 집중돼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도시로 유학 오는 경우가 그만큼 많다. 그렇기에 많은 학생들이 세대분리를 해서 독립을 해야 되는 상황이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의 주거비는 소득이 없는 대학생이 부담하기엔 상당히 큰 편이다”고 전했다. 또한,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최성훈 주거복지국장은 “고려대학교를 기준으로 말하면 대학 인근 지역의 월세가 주변 땅값에 비해 과도하게 높게 측정된 부분이 있다. 기숙사는 1,2학년생뿐만 아니라 고학년들도 주로 학업에 집중하고자 기숙사를 필요로 한다. 특히, 학습시간이 많이 필요한 고시 준비생들은 학교 주변에 사는 게 좋다고 말한다. 이처럼 대학생들이 느끼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학업에 집중하고자 하는 마음이 기숙사에 대한 수요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결국 대학생들에게 기숙사는 주거권에서 더 나아가 학습권과도 관련이 있는 중요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학이 집중돼있는 수도권의 대학기숙사 수용률은 전국 대학기숙사 수용률 평균치인 21%에도 못 미치는 15.9%에 불과하다.

▲2017년 기준 전국 대학기숙사 수용률 (출처/ 대학알리미)

 

답보상태인 기숙사 건립, Why?

서울권 대학기숙사의 금액적인 부분을 산출해보면, 실제로 기숙사가 주거비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의 ‘2017년 수도권 대학 기숙사 수용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 소재 대학의 1인 기숙사실 평균 비용은 약 37만 5,000원으로 서울시내 주요 대학의 평균 월세인 49만 원과 비교했을 때 10만 원 이상 적은 금액이다. 공공기숙사인 행복기숙사의 경우에는 1인실 및 2인실의 기숙사비가 26만 1,900원으로 훨씬 저렴하다. 보증금이 없거나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숙사에 입주하는 게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앞서 제시했듯 많은 대학가에서 기숙사 건립은 답보상태에 있다. △대학 △지자체 △대학가 인근 임대업자 △대학생과 같이 이해당사자들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대학가 주변의 임대업자들은 기숙사 건립이 야기할 수 있는 공실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본지 기자는 지난 5일 한 대학가 주변의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개강이 지난 지금도 공실이 100여 개 남짓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의 학생들을 수용하는 기숙사가 늘어나면 주변 지역은 초토화될 것이다”는 걱정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최석한 한양대기숙사건립반대대책위원장은 “기숙사 건립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역 주민의 80% 이상이 예전부터 임대업을 해오던 상황에서 대규모 인원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가 생기는 건 지역 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숙사가 들어서면 인근 지역 주민들의 조망권 침해라든지 주거 환경적으로 통풍문제, 교통문제 등의 추가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자료들을 보면 대학들의 기숙사 건립 행태가 지역 주민의 피해는 고려하지 않으면서 수익 사업 확대를 위한 방편으로 단행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숙사 건립에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대학의 기숙사 건립에 지자체가 이해관계 당사자로 엮여있는 건 대학기숙사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시계획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기숙사를 건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도시계획위원회는 △해당 시의원 △공무원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며,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후에는 해당 구청에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자체는 실질적인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 주민들의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대학 측에서 기숙사 건립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에도 이유가 있다. 「대학설립 운영 규정」에 따르면 기숙사는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교육기본시설’이 아니라 필요한 경우에 만드는 ‘지원시설’로 분류돼있기 때문이다. 과거 1988년에 개선된 「대학설치기준령」에는 ‘대학에 기숙사 시설을 필수로 두도록 하되, 학생기숙사는 원칙적으로 총학생정원의 15퍼센트 이상을 수용하도록 한다’고 명시해 기숙사시설의 설치기준이 마련돼 있었지만, 1996년 7월 26일에 「대학설립 운영 규정」이 제정됨에 따라 「대학설치기준령」은 폐지됐다. 그 결과 현재 대학은 기숙사설치 및 수용률 충족에 대한 의무가 없는 것이다.

▲현재 시행중인「대학설립 운영 규정」의 내용이다.

 

이젠 살고 싶습니다

지옥고. 주거사각지대라 불리는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통칭하는 말로, 2016년 2030청년들의 주거현실을 다룬 <KBS스페셜-지옥고, 청년의 방>에서 등장한 신조어다. 올해 초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청년미래특별위원회에서 청년들의 주거 현실 개선을 촉구하며 ‘지옥고’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해당 용어가 처음 등장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지옥고라는 용어가 쓰이는 건 주거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의 현실에 변함이 없음을 드러낸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학생들은 최소한의 주거권이라도 보장해달라고 요구한다. 한양대학교 경영학부에 3학년으로 재학 중인 이태훈 학생은 “학교까지 왕복 1시간 30분 거리를 통학하는 입장에서 기숙사 신축은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외식물가 및 기본 생활비의 부담도 가중됨에 따라 학생들의 기숙사 필요성이 꾸준히 대두되는 만큼 기숙사 신축은 생존권과 주거권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기숙사 문제는 대선 공약으로 제시됐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있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다. 기숙사 건립은 주거약자에 해당하는 대학생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주거복지 차원에서 바라봐야한다”고 밝혔다. 실제 「대한민국헌법」에도 제16조와 제35조 3항에는 각각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해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3년 세종대학교는 신축 기숙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군자동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받았지만 2015년에 △광진구청 △세종대학교 △군자동주민협력위원회가 ‘3자 협의체’를 조성해 기숙사를 짓는 대신 대학교 운동장과 도서관 등을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합의를 도출했다. 홍제동 행복기숙사의 경우도 지역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주민과 합의한 사례로 꼽힌다. 임희성 연구원은 “기숙사 건립을 둘러싼 갈등 문제는 일방적으로 한쪽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각 이해관계자들이 소통을 통해 지속적으로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방법밖에 없다”며 대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결국 중요한 건 소통이다. 지자체, 대학, 임대업자, 학생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현 상황에서 주거권과 거리가 먼 이들이 각자의 의견만을 주장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주거권, 나아가 학습권과 직결돼있는 학생들은 지옥고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한편, 우리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지난해 기준 자연캠 28.5%, 인문캠 11.7%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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