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5호]이태준 「문장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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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5호]이태준 「문장강화」
  • 최보기 북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3.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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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Contents)란 일정한 형식 안에 채워지는 내용이다. 책과 글, 카메라와 사진, 캔버스와 그림, 무용가와 몸짓, 가수와 노래까지 전자가 형식이면 후자가 내용(콘텐츠)이다. 콘텐츠는 대부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노벨 문학작품이나 피카소의 그림처럼 오랫동안 갈고 닦아야 하는 콘텐츠도 있다. 그런 명 콘텐츠를 탄생시키는 작가의 능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지 않는다.

창의적인 콘텐츠 생산가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에 대한 설명에 뛰어나다. 이는 오랫동안 자신과 일에 대해 사유와 표현(글쓰기)을 반복한 탓이다. 사유는 글쓰기의 기본이다. 문학작품은 물론 연구보고서, 시나리오, 대본, 대사, 기획서, 제안서, 나를 설명하는 자기소개서까지 대부분 콘텐츠도 기본은 글쓰기다. 그만큼 21세기 콘텐츠 시대의 핵심은 글쓰기라는 말이다. 물론, 훌륭한 글쓰기 역시 훈련의 결과인데 그 훈련은 글쓰기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서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글쓰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서 훈련만 열심히 하게 된다면 그것은 모래 위에 집짓기다.

이태준이라는 아주 대단한 소설가가 있었다. 그는 지금부터 100년도 전인 1904년에 강원도 철원군에서 태어났다. 그가 쓴 글쓰기 교본 「문장강화」라는 불후의 고전이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자세와 마음으로 써야 하는지,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정리한 책이다. 우리나라에서 글 깨나 쓰는 사람치고 이 책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100년 전에 쓴 책인데 지금도 통할까 걱정할 필요 없다. 글을 쓰는 자세와 방법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을 뿐만 아니라 창작과 비평 출판사에서 지금 상황에 맞게 손을 봐서 개정판을 냈다.

“평어, 경어와 문장 : ‘나는 세상을 비관하지 않을 수 없다’, ‘저는 세상을 비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이나 ‘없다’는 평범하게 나오는 말이다. ‘저는’과 ‘없습니다’는 상대자를 존칭하는 정적(情的) 의식, 상대 의식이 들어있다. ‘나는’과 ‘없다’는 들띄워놓고 여러 사람에게 하는 말 같고, ‘저는’과 ‘없습니다’는 어떤 한 사람에게만 하는 말 같다. 평어(平語)는 공공연하고 경어(敬語)는 사적인 어감이다. 그래서 ‘습니다 문장’은 읽는 사람이 더 개인적인 호의와 친절을 느끼게 한다. 호의와 친절은 독자를 훨씬 빠르게 이해시키고 감동시킨다”고 글쓰기 대가는 가르친다. 가르침의 디테일이 돋보인다.

“‘한가지 생각을 표현하는 데는 오직 한 가지 말밖에 없다’는 플로베르의 말은 너무나 유명 하거니와 그에게서 배운 모빠쌍도 ‘우리가 말하려는 것은 무엇이든 그것을 표현하는 데는 한 말밖에 없다. 그것을 살리기 위해선 한 동사 밖에 없고,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선 한 형용사 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 한 동사, 그 한 형용사를 찾아내야 한다. 그 찾는 곤란을 피하고 아무런 말이나 갖다 대용함으로 만족하거나 비슷한 말로 맞춰버린다든가, 그런 말의 요술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비가 온다’는 뜻의 동사에도 온다, 뿌린다, 내린다. 쏟아진다, 퍼붓는다가 각각 의미가 다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대가는 가르친다. ‘뼈 속까지 내려가 쓰라’는 격언에 딱 들어맞는 가르침이다.

대가는 말한다. “당신이 쓴 글을 읽고 어떤 사람은 웃고, 어떤 사람은 울고, 어떤 사람은 희망을 갖게 되고, 어떤 사람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당신이 쓴 글이 다른 사람에게는 새벽 같은 빛이거나 캄캄한 어둠이 될 수 있습니다.” 글을 함부로 쓰지 말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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