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5호]사회 변화와 대학의 전자출결시스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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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5호]사회 변화와 대학의 전자출결시스템 도입
  • 정철웅 (인문대학 사학과) 교수
  • 승인 2018.03.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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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어디서든 쉽게 들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나와 같은 인문학도에게는 여전히 낯선 알고리즘이나 AI와 같은 용어가 일상 언어처럼 빈번히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염두에 두건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가 중대한 변환의 시기라는 점은 꽤 분명해 보인다. 다른 한편에선 이처럼 급격한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존재하는데, 굳이 역사적 사건을 들춰낸다면 산업 혁명이 한창이던 19세기 초엽 영국에서 발생한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 그 좋은 예다. 이 운동의 참여자들이었던 방직 노동자들이 기계 문명을 일방적으로 반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기계화에 따른 생계 위협이 이 운동의 계기이자 노동자들의 중요한 불만이었다. 이는 기계화에 따른 편리성과 효율성이 존재하지만, 그런 유용성과 비례해 역기능도 존재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미 많은 대학에서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 전자출결 제도를 우리 대학도 이번 학기부터 시행하게 되었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출석 점검에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음은 물론, 종이 출석부도 사라져 외견상 교수들의 부담이 감소되는 등 행정상의 편리함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장점이 고스란히 단점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사실도 한번 생각해 봄 직하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얼마 전까지 학생들의 강의 평가 항목에 “교·강사는 수강 학생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는가”라는 종류의 설문이 들어 있었다. 이는 두말할 나위 없이 강의 담당자와 수강 학생들 사이에 친밀감이 있어야 하며, 강의 담당자들이 수강생을 개별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전제가 들어 있음을 의미한다. 전자출결 제도 시행 이전부터 100명 정도가 넘는 대형 강좌에서는 학생들 얼굴을 보면서 일일이 출석 체크를 하는 게 실제로 불가능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다수 수업에서 시행된 출석체크는 출결 자체의 확인과 함께, 개별 학생들의 전반적인 상태와 개성을 파악하는 시간이었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나아가 개별 학생들과의 이러한 단순한 접촉이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신상 파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도 있었다.

전자출결 제도의 시행으로 이제는 강의자와 수강 학생들이 육성을 주고받는 대신 단지 모바일 폰만을 쳐다보는 체제가 되었다. 물론 새로운 제도의 채택이나 전자 출결과 같은 새로운 기계화 방식의 도입을 무조건 반대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자출결을 넘어 이제는 보편화된 인터넷 강의와 같은 수업 방식이 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이러한 전자출결 제도 시행 이유 중 하나가 대학 학사 관리의 엄중성 여부를 따지는 데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학이 오히려 주요한 불신의 대상이 된 것 같아 자못 씁쓸하다. 나아가 전자출결 시행으로 강의자와 수강자 사이가 전보다 훨씬 서먹해질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 전체의 현재 상황과 시대 변화를 염두에 둔다면 전자출결 시행은 자연스런 추세이며 이런 종류의 개혁이 빈번히 발생하겠지만, 대학 분위기는 더 각박해질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대학 교육의 근본적인 지향점을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러한 지향점에 대한 고민 가운데 하나는 사람들 사이의 소통에 대한 성찰이라 할 수 있다. 서로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게 사람살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전자출결이 상징하듯 대학 구성원들 사이의 교감과 대화가 사라져버리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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