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발생한 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의 범인인 한 모 씨의 자살 속보를 접했다. 해당 사건은 제주도 내 어느 게스트 하우스의 관리인 한 모 씨가 제주도로 여행 온 울산 출신의 여대생 A씨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다. 시신은 사건이 발생한지 3일이 지난 11일, 구좌읍의 한 폐가에서 발견됐다. 해당 사건은 이전에 제주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떠올리게 했다. 2012년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벌어진 올레길 살인사건이 있었고, 2016년에는 한 중국인이 성당에서 기도하던 60세 여성을 흉기로 찔러 죽인 사건도 있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대한민국 관광지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평화의 섬이라 불리던 제주도. 하지만 이런 타이틀과 걸맞지 않게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범행을 저지르기 쉬운 환경이다. 2016년, 중국인에 의한 살인 사건은 비자가 없어도 제주에 입국할 수 있 는 ‘무비자 허용권’을 악용하여 발생한 사건 이라고 볼 수 있다. 올레길 살인사건에서도 누구나 범행에 노출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었다. 당시 인적이 드물던 올레 길에는 안전판이나 자신의 위치를 알려줄 현황판 등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으며 CCTV조차 설치돼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위치추적단말기에 대한 홍보 미흡이다. 2012년 사건 이후 등장한 ‘제주여행지킴이’ 라는 단말기는 자신의 위치를 경찰이나 구조대에게 전송할 수 있는 GPS 역할을 한 다. 이 단말기 이용자는 2013년 1075명에서 지난해 760명으로 급감할 정도로 이 단 말기를 알고 있는 관광객의 수가 점차 줄어 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유는 뒤늦은 후속조치이다. 세 사건 모두 사후에 위원회를 조직했고, 뒤늦게 CCTV설치, 입출국 보안 강화, 여성관광객에 대한 비상 연락망 편성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제주관광공사에서 발표한 제주 여행의 모토는 ‘나홀로 여행’이었다. 그 모토는 도심을 벗어나, 홀로 제주로 여행을 와서 게스트하우스에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 친밀감을 형성하는 낭만을 관광객들에게 심어주었다. 하지만 거듭 발생하는 사건사고들과 미흡한 예방책으로 인해 앞으로는 제주에서 이러한 낭만을 보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아 제주도민인 필자로서는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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