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4호(개강호)] 베르나르 베르베르 「상상력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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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4호(개강호)] 베르나르 베르베르 「상상력 사전」
  • 최보기 북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3.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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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대학생들에게 ‘전공 서적, 성적, 스펙’과 관련이 없는 책을 읽으라고 권하기가 보통 부담스럽지 않다. 한 눈 한 번 팔지 않고 열심히 준비를 해도 원하는 직장의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게 현실임을 알아서다. 그럼에도 폭넓은 독서를 ‘강권’하는 것은 그 또한 필히 당장의 스펙과 장래의 성취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책 안에서 ‘길’을 발견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가 아니면 책과 더더욱 멀어질 가능성도 농후하기 때문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기사단장 죽이기」), 브라질의 파울로 코엘료(「연금술사」)처럼 국내에 고정 팬이 많은 프랑스 소설가다. 베르베르는 특히 이공계 출신이라서 과학적 상상력이 뛰어난데「개미」,「뇌」같은 소설이 자연과학에 해박한 그의 특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것들이다.

그가 쓴「상상력 사전」은 소설이 아니다. 말 그대로 그의 온갖 잡식을 집대성한 잡학사전이다. 이것들은 아마도 그가 문학의 여정을 걷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거나, 실생활에서 예리한 통찰로 알게 되었을 수백 가지 사실과 근거 있는 과학적 상상들이다. ‘제목 하나에 이야기 하나’ 식으로 간단하게 정리했기에 읽기도 참 편하다. 그러기에 일독을 권하는 데 부담도 좀 덜하다.

육체와 정신은 같이 노는 물이다. 건강한 육신(肉神)에 도움이 되는 것은 치열한 ‘고뇌’가 아닌 ‘휴식’이다. 한 번에 다 읽기보다 옆에 두고서 지쳤거나 무료할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으면 딱 좋을 책이 바로「상상력 사전」이다. 두께가 무려 630페이지다. 읽다가 졸리면 베개를 삼거나 호신용 비기, 스트레스 주는 친구의 뒤통수치기도 안성맞춤이다.

버터 바른 빵이 땅바닥으로 떨어질 때 하필이면 버터를 바른 면이 땅바닥에 닿는 것은 머피의 법칙이 아닌 과학적 이유가 있다. 먼 인류의 초기 조상 때 남성들이 팬티부터 입어 성기를 가려야 했던 진짜 이유, 초콜릿 케이크를 맛있게 만드는 법, 만약 우주에 우리 밖에 없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인류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긁어 버린 세 가지 사건 등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권한다. 다음은「상상력 사전」에 나오는 ‘고양이와 개’ 이야기다.

 

개는 이렇게 생각한다.

“인간은 나를 먹여 줘. 그러니까 그는 나의 신이야”

고양이는 이렇게 생각한다.

“인간은 나를 먹여 줘. 그러니까 나는 그의 신이야”

 

참으로 간명하게 고양이와 개의 특성을 정리했다. 우석훈 박사의 저서「1인분 인생」에 따르면 실제로 개는 주인을 알아보고,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지만 고양이는 자기에게 밥을 주는 사람을 알아 볼 뿐이라고 한다. 개나 고양이와 반려하는 사람들의 경험담도 모두 한결같다.

이처럼 문화, 역사, 생활, 지리, 철학, 인류, 우주 등 온갖 분야에 걸쳐 이 천재적인 작가가 톺아 낸 통찰력과 유머감각, 위트가 발군이다. ‘비워야 비로소 채울 수 있기에 이 책을 권한다. 더구나 창의력, 창의력…….

요즘 대학교는 물론 기업들에게 ‘창의력을 갖춘 인재’가 화두다. 그 창의력의 개발을 위해서라도 이 책은 충분히, 두고두고 펼쳐 볼만한 가치가 있다. 문화, 철학, 역사, 과학, 생활상식, 지리, 우주까지 종횡무진 넘나드는 383개의 ’상상 같은 사실, 사실 같은 상상’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낄낄거리게 될 것이다. 책값은 두께만큼이나 대학생 수준에선 좀 비싸므로 가급적 학교 도서관에서 먼저 빌려볼 것을 권한다. 그런 후 ‘정말 한 권 집에다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구입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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