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백마문화상 시부문 가작 - 환상여행
상태바
2017 백마문화상 시부문 가작 - 환상여행
  • 김보경(문창 15) 학우
  • 승인 2017.12.03 0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상여행

 

 

손톱자국이 가득한 날들이 있다
애인은 꿈속에서 자꾸만 내 손을 놓았다

 

뒤로 걸으면 걸을수록
생각나는 노래와
언젠가 불렀던 이름들을 떠올리다가
정수리가 뜨거워졌다
밤이 길어지면 더 불행해서
그래서

 

우리는 함께 지구본을 돌렸다
낭만적인 죽음을 위한 여행
애인은 멈추지 않고 지구본을 돌리고
아무렇게나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새벽이 되면 천장이 가라앉았다
방은 계속 작아져서
우리는 지구본을 껴안고
극야가 계속되는 얼음성이나
아주 높은 절벽을 상상했다
벽에 붙은 시계가 일그러지고
창문이 전부 부셔지면 함께 떠나자
나는 너를 부둥켜안았다

 

하얀 손목을 벗어둘게
좁은 방 안에서 지구본이 빠르게 돌아간다
나는 무수히 남은 손톱자국을 세며
이 세계에서의 추방을 기다린다

 

밤은 아직 가지 않았다

 

어디에 있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