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하며 느낀 마르크스의 ‘소외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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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를 하며 느낀 마르크스의 ‘소외된 노동’
  • 윤휘종
  • 승인 2017.11.20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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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 철학과에 진학했을 때, 과를 소개할 때 마다 해야 했던 일은 철학이 무엇인지 소개하는 것 이었다. 주변에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 부분이라 그들은 철학이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 생각했다. 이것은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들 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모 대학 경제학과 교수도 철학을 ‘용 잡이 학문’에 비유했다. 철학은 세상에 없는 용을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학 문이란 것이다. 그런데 정말 철학은 뜬 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것 일까? 필자는 삶 속에서 철학을 경험한 적이 있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살면서 느낀 철학을 말해줌으 로써 철학이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는 것을 알려주겠다. 2013년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바로 휴학을 했다. 대학 생활이 너무나 실망스러워 더는 대학 생활을 이어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2014년 3월, 삼성의 하청업체로 있는 한 중소기업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를 했다. 다음은 알바를 하면서 일기장에 적은 내용이다. ‘나는 노동을 하지 않 는다. 단지 시간과 돈을 바꿀 뿐이다.’ ‘내 노동을 통 해 만들어진 생산물은 나와 전혀 관계없다.’ ‘하루 가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모여 일생이 된다. 결국 하 루에 무엇을 하느냐가 내 인생을 구성한다. 나는 하 루 종일 나사만 돌린다.’ 2016년 2학기, 놀라운 경험을 했다. 일기장에 적 은 메모가 담고 있는 내용이 랄프 보이탄 교수의 <현 대사회철학> 강의 시간에 나온 것이다. 마르크스의 철학은 필자가 경험한 감정을 그대로 설명하고 있 었다. 그는  ‘소외된 노동(Estranged Labour)’이란 개념을 말하는데 소외된 노동이란 첫째, 노동 생산 물로부터의 소외, 둘째, 노동 그 자체로부터의 소외, 셋째, 인간 본질로부터의 소외, 넷째,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외이다. 알바를 하면서 이런 소외를 모두 경험했다. 열심 히 나사를 조였지만, 노동 생산물로부터의 소외를 느꼈다. 반도체 기계를 만들었지만, 분업으로 일이 진행돼 완성된 결과물을 볼 수가 없었다. 노동을 했지만, 그 노동의 결과물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없으니 어떠한 성취감도 없었던 것이다. 또한, 노동 그 자체 로부터의 소외가 있었다. 노동을 했지만, 노동 생산 물을 받는 게 아니라 그 대가를 돈으로 받는다. 나 는 나사를 돌렸다. 그러나 내가 받은 것은 생산물이 아닌 돈이었다. 나사를 돌리면 생산물이 아닌 돈이 나온다. 필자가 한 일이 어떤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 았다. 내 노동을 팔지 않고 시간을 팔았다. 그 다음 으로 인간 본질로부터의 소외를 체험했다. 마르크 스에 따르면 인간의 본질은 창조다. 무언가를 창조 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란 것이다. 그런데 내 가 한 노동은 창조적 활동이 아닌 단지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써의 노동이었다. 좋아서 하는 게 아닌 어 쩔 수 없이 먹고 살기 위해 노동을 했기에 노동을 하 는 순간만큼은 인간이 아닌 기분이었다. 마지막으 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외를 경험했다. 마르크스 는 자본주의 속에서는 자본가, 노동자라는 지위가 생겨나 서로가 그 사람 자체로서가 아닌 어떤 계급 에 속한 사람으로 대우한다고 주장한다. 계층이 나눠져 동일한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사 는 나를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부하로 여겼 다. 필자는 알바 현장에서 비인격적인 처우를 경험 했다. 알바를 하며 경험한 생각, 감정이 철학 강의 시간 에 배우는 내용과 일치했다. 그때 다시 한 번 생각했 다, 우리의 삶과 철학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철 학은 우리의 삶 그 자체이다. 철학에서 다루는 질문, 답은 위대한 철학자만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철학자의 이론은 좀 더 논리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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