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시설에 점령된 대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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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시설에 점령된 대학가
  • 윤다영
  • 승인 2017.11.0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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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상대로 이윤을 얻고자 하는 대기업과 대학

교육 시민단체인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2월 기준 서울지역 대학에는 △일반음식점 93 개 △휴게음식점 217개 △음식점을 제외한 상점 140개 등 총 450개 상점이 입점해 있다. 이 중 상당수는 대기업이나 대형 프랜차이즈의 상업시설이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등 비싼 상업시설들이 기존 저렴한 매점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캠퍼스 상권마저 대기업에 장악될 위기에 놓인 상황과 이로부터 이윤을 얻고자 하는 대학의 실태를 파헤쳐보고자 한다.
 

대기업 자본, 캠퍼스마저 점령


대기업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이어 대학상권까지 점령 한 지 이미 오래다.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잠들기까지 일상생활 대부분을 프랜차이즈에 의존하는 이른바 ‘프랜차이즈 라이프 (Franchise Life)’가 이제는 대학가까지 파고든 것이다. 
연세대학교의 경우 지난 2013년 8월부터 약 1,050억 원의 공사 비를 투입해 5만 8000㎡가 넘는 지상 공간을 차가 다니지 않는 녹 지로 만들고, 지하공간에 주차공간과 각종 시설을 조성하는 ‘백 양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곳에는 스타벅스를 비롯해 △파리 바게뜨 △잠바주스 △CU 등 외부 프랜차이즈가 캠퍼스로 들어 와 운영을 시작했다. 그동안 연세대학교는 생활협동조합이 매점 과 카페를 운영하고 문구류와 서적 등을 판매하여 캠퍼스 상업화 의 여파가 거의 닿지 않은 곳이었으나, ‘백양로 프로젝트’로 상업 화 대열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이보다 훨씬 앞서 2000년대부터 각 대학은 캠퍼스 리모델링에 열을 올려 왔다. 고려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강대학교 등이 잇따라 지하캠퍼스를 짓고 △카페 △영화관 △패스트푸드점 등 상업시설을 들였다. 대학 캠퍼스마다 주요 부지에 그럴싸한 건물 이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 들어서는데, 하나같이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 등 상업시설이 점령하는 형국이다. 대학들이 건 축 명목으로 학생과 교직원 복지 및 교육환경 개선을 들면서 실제 로는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처럼 대학 내 상업시설이 부쩍 증가한 것은 2005년에 대학설 립운영규정이 바뀐 후부터다. 이때 대학지주회사 설립이 허용되 면서, 학교 기업의 사업금지 업종이 기존의 102개에서 △담배소매 △유흥주점 △게임장 운영 등을 제외한 19개로 줄었다. 사실상 술 마시고 놀며 담배 피우는 것만 제외하고 대부분 허용된 셈이다. 당시 대학들은 사회적인 등록금 인하 요구와 더불어 학령인구의 감소로 등록금 수입만으로 운영하기 힘들다며 규제 완화를 청원 했다. 이 과정에서 각 대학은 등록금 외에 학생들의 생활 지출비 용까지 챙기게 된 것이다.
 
대학이 학생들을 상대로 이윤을…
대학은 상업시설 입점에 있어서 서비스나 가격보다는 얼마나 많은 임대료를 내는지 고려한다. 문제는 대학 당국이 대기업의 돈 벌이를 거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 당국의 묵인과 협조 아래 대학가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돈벌이 장소로 전락했다. 또한, 대학 의 자립도를 높인다는 이유로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등의 점포 임 대가 주요 수익 사업이 된지 오래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안 민석 의원과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펴낸 국정감사 자료집 ‘대학 상업화 실태 진단’을 보면, 국내 사립대들은 2009년 한 해 동안 공 간 임대료로 총 1,225억 원의 수익을 냈다. 대학당 수입으로 계산 하면 8억 원 가까이 되는 액수다. 이는 대기업이 학생을 상대로 이윤을 남기는 장사를 하도록 대학이 부추기는 꼴이며, 학생을 돈벌 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이다. 대학들은 외부 상업시설에서 발 생한 수익을 장학금 등 학생복지에 사용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 만 결국 학생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을 대기업과 나눠 갖고 나머 지 일부만 되돌려주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셈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임대료는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학이 이익을 얻기 위함이다. 학교는 교육시설 이기 때문에 학교 내 상업시설로 인한 수익사업이 불가능하지만, 식당이나 매점 등 대학 구성원들의 편의시설은 가능하다. 수익 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교육이나 연구를 위한 보조시설로 필 요한 것이다. 우선적으로 그들의 편의를 중요시해야 함을 잊어 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또한, “현재 숭실대학교, 연세대학교, 동 국대학교에 생활협동조합이 있는데 이는 대학 구성원들이 운영 해 저렴하며, 수익금을 학생들의 복지시설이나 여러 가지 문화시 설로 환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학교 입장에서는 수입이 안 되기 때문에 생활협동조합 대신 비싼 외 부 매장에 높은 임대료나 월세를 받으면서 이익을 얻고 있는 상 황이다”며 “외부 매장은 임대료가 비싸다 보니 물가 자체가 비싸 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근본적으로는 수익이 학생들 에게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등록금 등등 학업과 관련한 비용이 부담되는 상황에서 생활물가까지 비싸면 학생들은 상당히 부담 이 커지게 된다”고 전했다.


외부인으로 가득한 캠퍼스
대학 내 상업시설이 부르는 또 다른 문제점은 학생 소외 현상이 다. 물론 상업시설이 학생들의 선택지를 넓힌다는 점에서 부정적 인 것만은 아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박현 우 학생은 “외부인이 학교 내에 많이 들어와서 혼잡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상업시설이 학교 내에 위치해 있어서 접근성이 좋고 실제 로 편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들어선 시설들이 학생들 뿐만 아니라 외부인 또는 관광객도 즐겨 찾는 장소가 돼 버린 점 은 부정할 수 없다. 이 같은 외부인으로 인한 소음, 쓰레기처리 불 량, 건물 출입 및 이용 등으로 학생들은 불편을 겪는다고 한다. 
한 예로, 이화여자대학교는 2015년에 학교 정문과 백주년기념 관 사이에 신축건물인 ‘이화 파빌리온’을 세웠다. 전체 면적 243 ㎡에 △야외 휴게 공간 △카페 △기념품 가게가 들어선 이 건물은 자치 공간 확보라는 재학생들의 수요가 아니라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의 주머니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게 학생들의 시각이다. 2005년에는 정문에서 가까운 곳에 복합상업시설인 이화캠퍼스컴 플렉스(이하 ECC)를 마련했다. ECC는 애초 ‘교육연구시설’로 등 록해 재산세 면제 혜택을 받았지만, 건물 일부를 용도 변경해 대 기업 계열 △레스토랑 △커피전문점 △영화관 등의 외부 상업시설을 유치해 운영해왔다. 이곳 또한 외부인들이 자주 사용한다. 이화여자대학교 융합콘텐츠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윤하 학생은 “학교에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다. ECC의 동산이나 학교 의 예쁜 장소에서 관광객들은 기념사진을 찍고, 심지어는 졸업 가운을 들고 와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도 있을 정도이다. 학교 가 이렇게 관광객들에게 많이 노출되어 있다 보니 불편한 점이 많다”며 “학교는 말 그대로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이기도 하고, 휴식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많은 외부인이 자주 들어와서 건 물 내부를, 혹은 학생들을 구경하고 간다. 또 심지어는 교내에 들 어와서 학생들의 사진을 함부로 찍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분 위기가 분명히 학생들의 교육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 한다”고 전했다.


대학의 설립 목적 생각해 볼 때 
학생들의 비용 부담을 늘리는 대학 상업화에 대한 대안으로 ‘대학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이 거론된다. 현재 대학들은 부 지 임대를 통해 ‘손쉬운 돈벌이’에 나서고 있지만, 과거에는 대다 수 대학이 생협으로 적자를 감수하면서 △식당 △매점 △서점 등 을 운영해 ‘자본 논리’로 해결되지 않는 학생들의 생활을 지원했 다. 임은희 연구원은 “상업화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대안은 생협 이다. 물가가 쌀 뿐만 아니라 상업화된 상황에서 협동조합을 통해 건강한 소비를 할 수 있다. 대학 차원에서 임대매장이나 편의시설 을 제공할 때 저렴한 비용으로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고려하 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조합원으로 가입한 대학 구성원의 출자금으로 설립되는 생협은 학생 복지를 최우선으로 삼는 만큼 일반 상업 시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현재 약 30개 대학이 생협을 운영하고 있다. 
상업시설이 넘쳐나게 된 현재의 대학 모습들. 사립학교법은 학 교가 학내 교육시설을 이용해 수익사업을 할 수 없도록 하였으며, 사업으로부터 생긴 수익을 학교 경영 이외의 목적에 사용할 시에 사업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학은 학생들을 교육하고 가르치는 데 우선을 둬야 하며, 학생 들을 상대로 이윤을 추구하는 데 목적을 두어선 안 된다. 학생을 상대로 벌어들인 수익을 대기업과 나눠 먹는 이런 일이 상아탑 안 에서 어떻게 가능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학교가 편의시설을 도 입할 때는 이윤 추구보다는 학생들의 복지 향상 관점에서 업체를 고려했으면 한다. 무릇 대학은 대학다워야 하며, 캠퍼스 안의 일 은 교육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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