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의「거의 모든 것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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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거의 모든 것의 역사」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17.11.0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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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순의「꽃의 제국」을 추천할 경우 함께 읽어 보길 권하는 책이 빌 브라이슨의 엄청난(?) 과학 교 양서「거의 모든 것의 역사」다. 특별히 애플의 스티 브잡스 이후 인문학적 상상력이 중시되고 있다. 그 런데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인문학의 전제 조건이 탄탄한 과학적 식견이다.
‘1+1=2’라는 과학적 진리를 바탕에 깔고 나서 발 휘하는 ‘1+1=중노동’이라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가 치가 있다. 스티브잡스나 빌게이츠가 컴퓨팅 공학 에 대한 완벽한 지식 없이 다만 풍부한 인문학적 소 양에만 힘입어 성공했던 것이 아니다. 평화롭게 호 수를 유영하는 오리의 인문학적 표정은 물밑에서 열심히 물갈퀴를 젓는 과학적 오리발 덕분에 가능 하다.
우주와 지구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거의 모든 것을 다루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일단 쉽고 재미있 어, 매우 두껍지만 지루하지 않다. 빌 브라이슨은 우 리에게 ‘하루살이도 오장육부가 있고, 작은 이슬 한방울에 우주가 들어있다’는 인문학적 성찰을 우주 과학의 역사와 현상들로 흥미진진하게 증명한다. 46 억년 전 지구가 생겼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우주와 지 구, 인간, 동식물의 역사를 종횡으로 누빈다.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되면서 ‘모기 벨소리’가 화 제다. 고주파 벨소리다. 나이 들면서 인간의 청력이 감퇴해 아이들에게는 들리는 소리를 어른들은 못 듣게 되는데 이를 자기들만의 소통 도구로 활용한 다는 것이다. 그런데 모기 벨소리는 약과다. 지구가 시속 10만로 내달리는(공전) 동시에 시속 1,666 로 회전(자전)하는 소리가 우리 귀에 들린다면, 우 리는 단 몇 초도 못 버틸 것이다. 원심력의 법칙으로 만 보자면 지구의 자전에 밀려 우리는 벌써 저 멀리 우주로 튕겨 나가야 한다.
인간의 귀가 너무 작은 소리도, 너무 큰 소리도 못 듣기에 고주파 벨소리와 지구 도는 소리가 안 들리 듯이 인간의 눈 또한 너무 작은 것도, 어마어마하게 큰 것도 못 본다. 그래서 우리 눈에 원자(原子)와 신(神)이 안 보이는 것이다. 우리가 지구 밖으로 튕겨 져 나가지 않는 것은 중력(만유인력) 때문인데 이 역시 신의 정교한 우주 과학적 설계도 덕분이다.
해운대가 우주라면 그 안의 모래 한 알이 지구다. 인간이 살 수 있는 육지의 면적은 그 모래알 표면의 4%에 불과하다. 전체 물 중에 인간에게 필수인 민 물은 겨우 3%, 우리가 숨쉬는데 필요한 산소는 에 베레스트 꼭대기(9)만 올라가도 숨쉬기 버겁도록 희박해진다. 지구가 책상이라면 산소를 포함한 대 기권은 책상 위의 니스칠 두께에도 못 미친다.
이런 환경에서 인류는 30억 년 이상을 버티며 오 늘까지 이어왔다. 이렇게 ‘이어오는 것’도 알고 보면 원자의 순환이다. 오래 전에 죽은 대 문호 세익스피 어의 관 속에서 나온 원자들이 돌고 돌아 지금 문학 과 학생의 몸을 이룬다. 지구상의 모든 물질의 총량 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 다만 형태를 달리 하며 돌고 돌 뿐이다. 이것이 질량 불변의 법칙이다.
그 많은 것들의 역사 중 압권은 우리의 존재 자체가 ‘기적’이라는 사실이다. 호모 사피엔스 이전 먼 인류로부터 당신의 부모까지 천문학적 조상들 중에 누구도 전쟁, 질병, 기아, 사고 등으로 결혼 전에 죽 지 않았다. 그들은 또 예외없이 사랑할 짝을 찾는 것 과 출산에 성공했다. 그 어마어마한 행운으로 우리 는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기적 의 사람들’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음껏 존중 하고 사랑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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