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에 이어 많은 대학에서 성적장학금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성적장학금으로 쓰이는 돈을 저소득층 장학금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필자 또한 저소득층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성적장학금 폐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왜냐하 면 이 제도는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득 층 학생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 문이다.
실제 가정 사정과 달리 소득분위가 높게 나와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꽤 넉넉한 가정환경에서도 산정 시기를 이용해 낮은 소득분위를 부여받는 학생도 있다. 즉, 소득분위와 가정 형편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이 생긴다. 이 학생들의 경우, 소득분위에 상관없이 기회를 주는 성적장학금을 노리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성적장학 금을 완전히 폐지하고, 모두 저소득층 장학금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폐지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성적장 학금의 본래 목적은 보상이 아니라 공부를 할 수 없는 환경을 가진 학생들을 지원해주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필자는 그것이 폐지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저소득층으로 지정된 학생들뿐만 아니라 장학금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에게도, 학업 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하는 것이다. 성적장학금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그 기회를 차단시키고, 역차별 을 조장하는 길이다.
미국의 경우 성적우수장학금과 재정보조장학금을 동시에 시행한다고 한다. 부양가족 수나 가정형편을 고려 해 학비를 포함한 숙박비 · 교재비 · 개인 용돈 · 교통비 등을 재정보조장학금이 라는 명목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장학금 종류를 세 분화해 성적장학금을 유지하되, 저소득층이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저작권자 © 명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