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이니 괜찮아, 도를 넘은 대학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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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이니 괜찮아, 도를 넘은 대학주점
  • 임다원
  • 승인 2017.10.30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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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몰랐던 대학주점 이야기

5월, 선선했던 초여름 축제부터 가을 내음 가득한 9월의 축제까지. 대학생들에게 두근거림을 선사한 대학축제가 막을 내렸다. 대부분의 대학축제는 유명 연예인과 교내 동아리의 공연이 무대를 채우고, 플리 마켓이 열리기도 하며 총학생회가 준비한 특별 이벤트로 북새통을 이룬다. 해가 지면 학교 단체와 학과별 주점으로 대학생의 밤은, 낮보다 길어지곤 한다. 그런데 선후배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선선한 밤하늘 아래 연예인의 무대를 보며 음주를 즐길 수 있는 '주점'이 불법이라면? 지금까지 몰랐던 대학축제 주점의 진실, 명대신문과 함께 대학 주점의 A부터 Z까지 알아보자.

 

대학축제의 과거에서 현재를 바라보다
2005년 경희대학교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의 송혜경 대학원생이 발표한「대학문화 기획의 방향성 연구」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축제 근현대사의 시작은 1950년대다. 당시 대학생은 엘리트계층으로 여겨지며 대학생의 수 자체가 적었다. 때문에 축제는 오로지 그 구성원, 대학생만의 문화였으며 ‘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다. 1960년대에는 비로소 ‘축제’라는 이름의 행사가 개최됐는데 '외부인사 초청', '학술강연 발표회' 등 50년대와 비슷한 행사들이 자리 잡는 한편, 쌍쌍파티와 같이 흥미 위주의 오락성 행사들도 차츰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70년대는 유신정권의 시기였다. 이 시기의 축제는 △검열로서의 유신문화 △저항으로서의 청년문화 △상업화로서의 대중문화가 함께 뒤얽힌 문화적 모순의 복합적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광주의 5.18 민주화 운동으로 시작된 80년대는 5공화국의 출현으로 공동체 정신을 통한 집단적 저항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정치 실현의 연장선상에 존재했다. 88년 올림픽 이후 맞이한 풍요로움은 대중들의 소비문화를 불러왔으며 대학생들은 청년세대로서 소비의 주체로 자리했다. 그리하여 90년대 중반에는 이념과 가치가 다양해져 학과, 전공 등의 소모임이 발달하거나 정치적 성격을 찾아 볼 수 없는 대학축제가 늘어났다. 연예인 초청 공연, 장터 등 현재의 축제를 연상시키는 유희적인 면모가 드러났으며 강연회나 학술행사는 학생들의 관심 뒤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대는 본격적으로 대중문화와 청년문화, 즉 대학생의 문화가 특별히 구별 되지 않고 대학축제의 변별성도 사라지면서 △주점 중심의 축제문화 △수익성 상행위의 성행 △기업체의 상품홍보 경영장이 되며 상업화에 따른 선정성, 획일화된 축제문화에 대한 비판이 등장했다.

▲사진은 지난 5월 16일 자연캠 소운동장 옆 길에서 운영된 푸드트럭의 모습이다.

 

주점 실태조사! 우리의 주점은 불법?
대학 축제에서 주점이 등장한 것은 2000년대로 비교적 최근이다. 주점의 등장으로 대학축제는 상업성을 띄기 시작했으며, 주점 중심의 축제문화가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렇듯 변질된 문화를 선두한 주점은 엄밀하게 따지자면 불법이다. 우선, 주류를 판매하려면 식품 위생법상의 시설 요구를 갖춰야 한다. 요구를 갖춘 후에는 주류 취급 가능 업종으로 인허가 또는 신고 등록 표증 한 사업자로 세무서 장에게 주류 면허를 신청해서 면허를 받아야만 한다. 그런데 이때, 가장 첫 번째 단계인 시설 요구를 갖추려면 공간 혹은 건물이 있어야 하는데 주점의 경우 그 요구를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영업신고를 하지 못한다. 당연한 수순으로 주류면허도 발급받을 수 없다. 또 주 세사무처리규정에 따라 업소용 주류는 호프집이나 음식점 등에서, 가정용은 일선 슈퍼나 편의점 등의 업소에서, 할인매장용은 대형할인매장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 때문에 현재의 주점은 불법인 것이다. 올해 우리대학 축제에서 주점을 운영했던 김세호(정외 17) 학우는 “들은 바로는 축제에서 주점을 하는 것이 불법이라 하는데 만연하게 진행된다는 점이 의문일 때가 있다”며 “개인적으로 주점을 하고 대학생들 노는 것은 정말 좋지만, 법적으론 주류를 팔 수 없는 것이니 허가를 받을 수 없다면 논알콜(non-alcohol) 축제를 진행하는 것도 방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주점에서는 또 다른 불법행위 또한 일어날 수 있다. 술을 공동으로 구매하는 과정에 구매처는 두 가지 경로가 있을 수 있는데, 대형 마트에서 할인매장용 주류를 구입한 후 주점에서 재판매를 하거나 도매업체에서 업소용 주류를 공급받아 판매하는 것이다. 이때 주류 제조업자인 도매업체에게 업소용 주류를 제공받는 것은 또 다른 불법행위에 속한다. 주류제조업자는 사업자에게만 주류를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 측에게 주류를 판매하는 경우 주류의 공급처인 주류제조업자가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고, 대학생들은 저렴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도매업체를 통해 주류를 구입하는 실상이다. 최근 인천의 모 대학에선 축제 기간에 주류회사에서 구입해 온 술을 팔았다가 국세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만일 주점 운영에서 업무를 대행해주는 사람이 있고, 중간 과정에서 이득을 취한다면 그 사람에 대해서는 세법상 과세를 해야한다”고 전했다. 이에 우리대학 인문캠 총학생회 김계진(경영 12, 이하 김 회장) 회장은 “축제 때 술은 자유롭게 구매를 하며, 원하는 분들에 한하여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대량주문을 하면 가격이 저렴해진다는 생각에 마트보다는 주류를 취급하는 업체를 통해 구입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주점에서 술을 판매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여건이 되어 개선을 한다면 판매를 하지 않고, 음식과 술을 나누는 행사 쪽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적인 문제를 계속해서 해결할 수가 없고 제재가 가해진다면 술이 없는 축제가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주점의 불법성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대학축제를 빌미로 학생회 혹은 동아리들이 수익추구,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대학교의 축제는 대학의 문화고 지속적으로 운영되어 왔다. 이러한 축제가 모든 요건을 갖추고 인허가도 받으며 합법적인 측면에서 이뤄지면 좋지만 그런 것들을 현실적으로 갖추기가 힘들다. 때문에 관공서에서 일시적인 대학 축제를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또 처벌하는 것도 힘든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또 “대학이 자체적으로 상업적인 가치를 표방해서 운영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체 소비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는 뜻을 밝혔다.

 

19세 미만 출입금지!
불법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 주점은 사업자로 등록한 일반 술집과 달리 ‘청소년’의 접근성이 높다. 일회성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주점을 운영하는 대학생들 역시 술집 업주들처럼 청소년 보호에 관한 교육을 받지 않는 데다, 주류 판매 시 손님의 신분증을 확인해야 한다는 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대학 축제가 청소년이 술을 마시고 노는 ‘탈선의 장(場)’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청소년 보호법 제28조 제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유해약물등을 판매·대여·배포 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 미성년자 신분증 검사에 대해 주점에서 서빙을 담당했던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7학번에 재학 중인 노유진 학생은 “민증검사는 따로 진행하지 않았다. 대부분 아는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민증검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으며, 김세호(정외 17) 학우도 “처음에는 신분증 검사를 했는데 점차 사람이 많아지며 일이 바빠지자 검사
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는 대학생 판매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행 청소년법상 청소년 유해업소에 출입하여 실제로 주류를 구입한 청소년에 대해서는 처 벌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악용하여 축제에서 술을 마신 후 걸리면 모르쇠하는 청소년 또한 존재한다. 우리대학 축제에 대해 명지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현민 학생은 “명지대학교 축제에 명지고등학교 학생들이 정말 많이 간다. 그 중 ⅓은 그냥 놀러가고 ⅔ 정도 는 술을 마시러 가는 것 같다”며 “신분증 검사를 안 한다는 인식도 있고 실제로도 신분증 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SNS에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술을 마신다고 올라오기도 하지만 적발되었다는 사실은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신분증 검사의 경우 축제 전부터 중앙운영 위원회나 등을 개최해 반복적으로 공지를 한다. 이번 축제에는 축제 기간 중에도 단체채팅방을 개설하여 안전사고 문제도 통제하고 미성년자가 나타났으니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았다. 그래서 올해는 그나마 미성년자들이 축제에서 술을 먹는 것을 예방할 수 있던 것 같다”고 전달했다.

 

법과 현실의 충돌
대학 축제의 의미가 변질 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예전과 같은 학술의 장이 아닌, 유흥의 장이 되었다는 지적을 무시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축제의 주점을 불법으로 처벌 하기엔 ‘주류판매면허’를 발급받아야 함에 대한 홍보도 부족하고, 실제로 국세청 역시 강력히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국세청의 관계자는 “원래 식품위생법상 음식점 허가를 받으려면 정화조 같은 위생 등의 시설요구를 갖춰야 하는데 이를 갖추려면 특정 형태의 건물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지역축제나 주점들도 식품을 판매한다. 엄밀하게 본다면 이들도 식품위생법상 불법인 것인데 그것을 중구난방으로 허용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 그래서 식품위생영업 시설기준 적용 특례 규정을 최근에 도입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각 지자체별로 특례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인데 대구의 경우 지역경제활성화와 치맥축제와 같은 축제에 참여하는 이들을 위해 대구시의회에서 조례로 규정을 마련했다. 그래서 야외에서 음식을 파는 이들도 그 규정에 따라 식품위생법상의 일시적 허가를 받아 운영할 수 있다”며 “대학축제도 지자체별로 도입기준이 마련된다면 합법적으로 운영을 할 수 있 겠다만, 공공장소의 음주를 금지하자는 사회적 인식이 있고 대학교의 주점을 금지 혹은 실시하자는 합의가 없기 때문에 단순히 세금이 나 주류유통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때문에 국세청만의 문제가 될 수 없고 쉽게 혜안책을 내기가 힘들다. 따라서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주류세법상 불법이므로 ‘주점을 하지 말자’는 뜻이 받아들여져 안하면 좋고, 혹은 수익성을 내지 않고 내부에서 소비하는 방향도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문제가 생긴다면 동아리, 학과, 총학생회는 책임자가 되는데 책임을 수반하면서 축제를 진행한다. 되도록 법적인 부분도 개선이 될 수 있으면 개선이 되었으면 하고, 학교 자체에서도 자구책 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주점이 불법을 벗어날 수 있는 대안책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술’이 얽혀있기 때문에 민감한 문제가 된 것인데 법이 개정되지 않더라도 주점은 계속해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하여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인지 혹 학생들이 상업성에 치우쳐 대학 축제의 본질을 잊은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하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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