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학금 폐지, 첫 단추는 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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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학금 폐지, 첫 단추는 끼워졌다
  • 곽태훈
  • 승인 2017.10.30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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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대학입학금, 폐지 수순 밟나?

지난 8월, 국공립대총장협의회가 개최한 ‘2017 제3차 정기총회’에서 대학입학금 폐지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총회에 참석한 국공립대는 2018년도부터 대학입학금을 전면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에 따른 국공립대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서울시 립대학교 △공주대학교 △금오공과대학교 △한밭대학교 등 41개교다. 대학입학금 폐지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 공약이기 때문에 국공립대의 이 같은 움직임을 필두로 전국 대학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는 2021년까지 대학입학금 단계적 폐지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본지는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대학입학금 폐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대학입학금, 폐지 도마 위에 오르기까지
대학입학금 폐지의 목소리는 지난해 10월, ‘입학금폐지 대학생운동본부’, ‘참여연대’를 비롯한 청년단체들과 여러 대학의 총학생회에서 9,000 여명의 서명운동을 벌여 서울중앙지법에 입학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 사건을 통해 발화된 대학입학금 폐지에 대한 여론은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이에 제19대 대선의 주요 후보 대부분이 ‘대학입학금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난 3월에도 △고려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한양대학교 △홍익대학교 총학생회와 청년단체들이 고려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의 부당한 입학금 징수 폐지’를 요구했으며,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을 비롯한 5명의 의원들이 입학금 완화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한양대학교 등 전국 43개 대학교 총학생회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정부가 대학생들에게 약속했던 공약 이행을 논하는 대통령과 전국대학 총학생회장단과의 대화’를 공개 제안하여 입학금 폐지를 촉구했다. 이처럼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한 결과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입학금 단계적 폐지를 반영했으며, 지난 7월에는 군산대학교에서 처음으로 입학금 전격 폐지를 발표했다. 이 같은 소식에 대학입학금 전면 폐지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고, 그 여파로 지난 8월에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경희대학교를 비롯한 8개 대학 총학생회와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참여연대 등이 ‘군산대가 시작한 입학금 폐지, 국공립대는 함께하고 사립대는 따라하자’는 플래카드를 내세워 입학금 폐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대학입학금 속에 담긴 문제점
대학입학금 폐지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시민단체인 청년참여연대의 조희원 간사는 “대학입학금의 문제점은 산정기준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입학금 정보공개 청구를 했을 때, 대다수의 대학이 입학금 산정기준을 확실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대학입학금을 많게는 100만 원 이상부터 아예 안 받는 대학도 있다. 이렇게 대학마다 다른 입학금을 산정근거도 없이 학생들에게 요구하고 있다”며 대학입학금의 모호한 산정기준을 문제 삼았다. 실제로 지난해 청년참여연대에서는 전국 대학 34개교를 대상으로 입학금 정보공개 청구를 한 바 있다. 그 결과, 6개교는 응답하지 않았으며 응답한 28개교 중 26 개교가 입학금 산정기준 및 사용내역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의 원인으로는 불명확한 법률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 현행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4조 4항」에 따르면 ‘입학금은 학생의 입학 시에 전액을 징수한다’고만 명시돼 있고「고등교육법 제11조」와「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13호」에 의거해 입학금을 징수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 사실상 입학금 책정을 대학의 자의에 맡긴 거나 다름없다. 교육부의 대학정보공개 사이트인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올해 가장 입학금이 비싼 대학교는 동국대학교로, 입학금이 102만 4,000원이었다. 이에 반해 한국교원대학교나 인천가톨릭대학교처럼 아예 입학금을 받지 않는 곳도 있었다. 각 대학의 자의적 책정에 맡기다보니 이렇게 대학별로 입학금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최승훈 학생은 “대학을 다니기 위해 349만 원의 등록금을 내고 입학금으로는 102만 원 정도를 냈다. 100만 원이 넘는 입학금은 등록금의 3분의 1에 해 당하는 금액이기에 분명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렇게 높은 금액을 지불하면서도 입학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등록금도 내는데 굳이 입학금을 내야하는 의문이 든다”는 의견을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 의원에게 제출한 ‘대학입학금 제도현황 및 쟁점검토’에서 입학금은 예산총계주의에 따라 수업료와 함께 대학경영의 주요재원으로 사용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입학금은 사용 목적을 지칭해 명명한 비용으로 교육세나 농어촌특별세와 같이 사용 목적이 분명한 예산이다. 따라서 입학금은 입학사무에 사용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입학금은 등록금을 이중으로 징수하는 격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입학금이 입학사무에만 사용되고 있을까? 지난 9월 교육부가 전국 4년제 사립대 80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한「사립대 입학금 실태 조사」에 의하면 입학금은 △운영비(입학 외 일반사용) 33.4% △신·편입생 장 학금 등 20% △홍보비 14.3% △입학관련부서 운영비 14.2% △학생지원경 비 8.7% 등으로 쓰였으며, 입학식·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같은 행사비에 쓰인 돈의 비율은 불과 5%에 불과했다. 사실상 입학금이 ‘제2의 등록금’으로 관행처럼 사용돼왔던 게 드러난 것이다.


▲그래프는 교육부에서 발표한 사립대 입학금 항목별 지출내역이다.


외국 대학의 입학금은?
외국 대학의 입학금 현황은 어떨까? 평택대학교 교양학부 김수경 교수가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에서 2014년 발표한「우리나라 대학입학금 규제의 타 당성 분석 연구-대학등록금 수입의 변화를 중심으로」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입학금 비중이 연간수업료 대비 최소 0.6%에서 최대 2.0%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입학에 소요되는 실비만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미국은 대학입학금을 부과할 때, ‘오리엔테이션비(oreintation fee)’라고 표기하며 그 사용용도도 입학식 비용, 신입생 안내 행정 비용 등 입학생 대상 행사에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중국의 북경대학교, 칭화대학교 등 국립대학은 자국민에게는 입학금을 받지 않는다. 다만, 외국인 유학생에 한해 수업료의 1~3% 수준의 입학금을 받는다. 일본은 대학입학금을 대학시설을 이용하는 대가로 보기에 감가상각비적 성격을 띤다. 따라서 일본의 국공립대는 수업료의 절반에 해당하는 입학금을 받고 있는데 이는 문부과학성에서 결정한 표준액을 따른 결과다. 즉, 산정근거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일본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사례에 해당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사용처와 산정기준이 불명확하면서 수업료대비 입학금 비중이 높은 나라는 해외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입학금 폐지, 남은 단추도 잘 끼울 수 있을까?
국공립대의 입학금 폐지 동참선언과 반대로 우려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사립대의 입학금 폐지 정책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교육부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는 사립대의 경우도 입학 실소요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측에서 해당 입장을 밝힌지 불과 일주일 만인 지난 20일, 교육부는 사총협과 진행했던 그동안의 합의가 결렬됐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대 측에서 입학금 폐지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등록금 인상을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사항은 신입생을 제외한 나머지 학년들에게 까지 전체적으로 피해가 가기 때문에 교육부는 등록금 인상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 부분에서 사립대 측과 이견이 발생해 합의가 결렬됐다”며 합의결렬 이유에 대해 전했다. 김수경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입학금 규제 의 타당성 분석 연구-대학등록금 수입의 변화를 중심으로」 논문에서 “우리 나라는 대학입학금의 성격이 단기 비용으로만 규정하기엔 어렵고, 교육비적 성격으로 해석돼야 한다. 대학등록금 동결 및 인하가 지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대학입학금을 규제하는 정책은 대학등록금 수입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정부는 대학입학금 정책의 방향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립대 측에서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년 째 등 록금이 동결된 상태에서 대학입학금마저 폐지하면 그로 인한 손실분으로 대학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조희원 간사는 “재정 어려움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사립 대에서 현재 쌓아두고 있는 적립금을 생각해야 한다”며 사립대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지난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 주당 유은혜 의원이 공개한「4년제 사립대학 2016년 결산분석 보고서」분석 결과, 4년제 사립대학 144개교의 2016년 누적적립금 총액은 8조 82억 원에 달 했고, 적립금을 1,000억 원 이상 보유하고 있는 대학도 18개교나 존재했다. 또 한, 2016년 4년제 사립대 154개교의 결산을 분석한 결과 당해연도의 총 이월금이 7,062억 원으로 드러났다. 이는 해당 학교들이 예산편성 당시 이월금으로 예상했던 867억 원보다 6,195억 원이나 많은 금액을 이월금으로 남긴 것이다.「사립대학법 제32조3 제1항」에는 ‘대학교육기관의 장 및 대학교육기관을 설치 · 경영하는 학교법인의 이사장은 해당 회계연도의 교비회계 예산을 편성· 집행함에 있어서 이월금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법률이 무색하게 2015년에도 5,224억 원을 이월시킨 것으로 드러나 재정난을 호소하는 사립대 측의 주장은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립대와 교육부의 첨예한 대립이 곧 입학금폐지의 불씨를 완전히 꺼뜨린 건 아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러나 대학입학금 폐지가 완전 무산된 것은 아니다. 사립대 측에서도 입학금의 단계적 폐지에는 합의를 했었던 만큼 사립대로부터 자율적으로 입학금 감축계획을 제출받아서 조사 후, 국가장학금Ⅱ 유형 및 일반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사립대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립대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사총 협도 입장자료를 내며 교육당국에 입학금폐지에 대한 재논의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양측의 노력으로 교육비 부담 완화와 교육의 질 저하라는 양가적 측면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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