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전국을 흥분시킨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orld Baseball Classic, WBC)이 20여일의 긴 장정을 마쳤다. 경기 침체로 연일 안 좋은 소식만 접하던 국민들에게 잠시나마 살맛나는 소식을 전해준 WBC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지난 2009 WBC를 돌아보면 월드베이스볼에서 월드가 진정으로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의문이 남는다. 사실 WBC를 세계적인 규모의 대회라고 부르기에 민망하지만, 그래도 월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운영되려면 우선 대회규정부터 뜯어고쳐야 할 판이다.
WBC가 야구를 잘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엘리트야구를 표방한다지만, 유독 그들만의 리그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전 세계에서 WBC를 즐기는 국가, WBC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국가가 얼마나 될까. 구체적인 수는 알 수 없지만 올림픽경기대회나 월드컵축구대회와 비교할 때 한참이나 아래에 WBC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는 몇몇 나라, 특히 미국 위주로만 WBC가 진행된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8강부터 결승전까지 미국에서 모든 경기가 진행되었고, WBC를 주관하는 곳이 메이저리그사무국에 편파적인 행동 때문에 흡사 메이저리그야구(Major League Baseball, MLB)의 유사품을 보는 듯하다.
WBC의 재미도 지난 2006 WBC에 참가했던 16개국이 그대로 2009 WBC에 출전해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더욱이 라이벌 국가와 연이어 경기를 치르도록 하는 바람에 한 국가와 다른 국가가 적어도 서너 차례 경기에서 만났다. 무작정 경기수를 늘려 중계권과 광고수입 등을 얻겠다는 심산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는 MLB가 깔아놓은 멍석에서 제대로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WBC가 이대로 상업적인 스포츠를 계속 표방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세계인이 모두 즐기는 축제로 WBC가 거듭나고자 한다면 이대로는 안 된다.
2013 WBC에는 24개국이 참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것이 MLB의 상업화를 세계화 시키려는 메이저리그사무국의 의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세계인이 즐기는 WBC가 되기 위해서 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4년 뒤 WBC를 기약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