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가 흉기가 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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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흉기가 된 세상
  • 곽태훈
  • 승인 2017.10.1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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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활개치는 불법촬영실태

대한민국에는 현재 흔히 ‘몰래카메라’라고 불리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범죄’가 극성이다. 지난 2일, 법무부와 경찰청 등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범죄 현황’에 따르면 카메라를 활용한 촬영범죄 적발 사범 수는 2011년 1,314명에서 지난해 5,640명으로 5년간 4배가량 급증했다. 게다가 올해는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동일 범죄로 입건된 인원이 3,239명에 달한다. 해마다 촬영범죄가 증가하다보니 주위에서도 관련 사례를 적잖게 접할 수 있다. 지난달 6일, 우리대학에서도 인문캠 학생회관 1층 여자화장실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범죄를 저지른 사범이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횡행하는 촬영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몰래카메라의 준말인 ‘몰카’와 공포증을 뜻하는 영단어 ‘phobia’가 합쳐진 ‘몰카 포비아’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카메라가 흉기가 된 세태에 대해 짚어본다.

 

불법촬영이 판친다!   
통상적으로 쓰이는 ‘몰래카메라’라는 용어는 1991년, MBC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 중 하나인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에서 유래됐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래한 용어기 때문에 유희적 의미가 담겨 있어 해당 용어가 범죄의식 약화를 가져온다는 여론에 따라 정부에서도 ‘몰래카메라’란 용어 대신 ‘불법촬영’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불법촬영은「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명시돼 있듯, 범죄행위로 규정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불법촬영 범죄가 만연해진 이유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최종환 경사는 “2009년 이후로 스마트폰이 많아지면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촬영하는 게 쉬워진 걸 원인으로 본다. 이와 더불어 기술적으로 점점 지능적이고 교묘해지는 변형카메라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도 불법촬영 증가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특정 단어를 검색하면, 변형카메라를 판매하는 사이트들이 쉽게 노출된 다. 이 같은 카메라는 볼펜형, 시계형, 안경형, 라이터형 등 생활용품과 유사한 모습으로 변형돼있는 경우가 많아 일반인이 촬영 사실을 쉽게 식별하기 힘들다. 특히 초소형 카메라의 경우 화재경보기 내에 설치되거나 단추형으로 돼있어 이를 감지하기엔 더 큰 어려움이 따른다. 최근에는 드론까지 동원한 불법촬영이 등장하기도 했다.

▲ 사진은 온라인 상에서 판매 중인 다양한 변형카메라다


인터넷 웹 사이트를 통한 불법촬영물 수요도 해당 범죄를 부추기는 요소다. 2015년 ‘소라넷’이라 불리는 국내 음란사이트에 ‘여자 샤워실 몰카’ 동영상이 유포된 게 불법촬영물 수요가 많다는 걸 방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소라넷 사건의 경우, 당시 가해자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 건당 50만 원에서 100만 원을 받고 불법촬영 영상을 판매했다는 게 드러났고, 해당 사건이 도화선이 돼 소라넷은 지난해 6월 폐쇄됐다. 그러나 소라넷이 폐쇄된 지 1년이 지난 현재도 불법촬영물이 P2P, 웹하드, SNS 등을 통해 지 속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2008년부터 불법촬영물을 올리는 사이트를 운영해 200만 명의 회원을 모은 후, 성매매업소를 제휴 사이트 처럼 광고해주는 대가로 14억 원을 챙긴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SNS ‘텀블러’가 음란물 유통의 중심지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지난 8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서 텀블러 측에 ‘불법콘텐츠 대응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다. 그러나 텀블러 측은 방심위에 텀블러는 미국 법에 의해 규제되는 미국 회사라는 답변서를 보내 사실상 협조 요청을 거절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불법촬영 가해자들이 불법촬영 행위를 가볍게 여긴다는 것이다. 최종환 경사는 “성범죄자들은 신상정보등록대상자로 설정돼 신상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촬영 또한 신상정보가 등록 · 공개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다. 그러나 불법촬영 가해자들은 몰래 촬영하는 행위가 이 같은 중대범죄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깊게, 그리고 오래 남는 상흔  
불법촬영 범죄는 피해자의 영상 혹은 사진 등이 인터넷이나 SNS를 기반으로 급속하게 유포되기 때문에 피해자의 인권을 극심하게 유린한다. 그리고 은밀하게 벌어지기 때문에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설령 피해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가해자에 대 한 특정 단서가 존재하지 않기에 가해자를 명확히 검거하기가 어렵다. 애초에 신고 단계부터 피해자는 ‘성기 캡처’ 등 유포 증거물을 직접 채증 해야 하는 부담을 안는다. 설령 가해자를 검거했다 하더라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몰래 찍힌 것’이라는 걸 입증하기 모호 하기에, 주로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므로 가해자에겐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이 선고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렇게 가해자를 처벌해도 디지털 상에는 여전히 피해자의 상흔이 돌아다닌다는 점이다. 최초 유포자를 잡아도 재유포자가 다시 웹상에 업로드를 하게 되면 피해자는 부가적인 피해를 입는 것이다. 현재 불법 촬영물과 같이 디지털 성범죄에 해당하는 자료 삭제는 방심위에서 담당한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방심위에 자료 삭제를 요구해도 신고 후 시정 조치 처리기간은 올해 기준 평균 10.8일이며, 신고된 불법촬영물 중 실제로 영상이 삭제된 경우는 3.7%로 나머지는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조치에 그쳤다. 대부분의 사이트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피해자들은 개인이 원하지 않는 인터넷 기록이나 죽은 사람의 인터넷 흔적들을 정리해주는 ‘디지털 장의사’에게 비용을 지불 하고 영상을 삭제하거나 증거 수집을 의뢰하기도 한다. 디지털 장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지컴즈 박형진 대표는 “최근에 의뢰가 급증했다. 의뢰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해당 범죄가 폭행과 같은 범죄 이상으로 심각한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피해자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실제로 자살 시도를 하는 경우도 여러 번 봤다”며 피해자들의 실태에 대해 알렸다. 또한, “최근에는 클라우드 같은 자료실에 저장돼있는 사진이나 영상들을 해킹하기도 한다. 지인들에 의해 이뤄지는 촬영·유포 범죄의 경우엔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함께 노출된다. 이 때문에 학생 피해자들은 휴학을 하고 싶다고 얘기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즉, 불법촬영 범죄 피해자들은 ‘촬영-유포삭제-재유포’란 악순환의 늪에 빠지고 그 과정에서 신상정보가 노출돼, 깊은 상흔을 계속 안고 살아가야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뽑아든 칼, 활인검이 될 수 있을까? 
불법촬영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 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디지털 성범죄 Zero, 국민 안심사회 구현’ 을 목표로 하며, 구체적인 추진전략으로는 △변형카메라 불법촬영 탐지 · 적발 강화 △불법촬영물 유통차단 및 유포자 강력 처벌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보호 · 지원 강화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등 국민인식 전환이 있다. 이에 따라 내년 6월부터 변형카메라 수입·판매업 등록제를 실시해 유통이력정보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는 불법영상물 삭제 요청 시 평균 10.8일이 걸리던 문제를 방심위에 FAST TRACK을 구성 해 수사기관 요청 시에는 즉시 삭제하고, 피해자들의 요청 시에는 2~3일 내 에 해결할 것으로 개선했다. 가해자 처벌과 관련해서는 성폭력범죄특례법 개정을 통해 처벌조항을 신설해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 하기도 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발생한 불법촬영 발생유형으로는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직접 촬영이 85.5%로 가장 많았고, 변형카메라를 이용한 촬영 비율은 5.1%였다. 때문에 변형카메라보다 스마트폰 촬영 규제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한 정부의 종합대책에는 ‘무음앱 다운로드시 몰래 촬영하는 경우 법적 처벌 내용에 대한 설명을 고지하고, 업무 목적으로 영상 촬영시 불빛 · 소리 등으로 촬영사실을 표시토록 한다’고 명시돼있다. 이에 대해 초소형카메라 판매 업체인 ‘리얼캠’의 김영훈 팀장은 “변형카메라를 구입하는 고객의 80%가 자기방어나 범죄 증거 수집 목적으로 매장을 찾는다. 대부분의 불법촬영이 스마트폰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변형 카메라를 이용한 범죄는 5% 남짓한 현실인데, 소수에 불과한 이들 때문에 변형 카메라를 규제하겠다는 정부의 이야기는 칼로 인한 살인이 발생하면 칼 판매를 규제하겠다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이는 결국 카메라 산업의 기술적 발전을 막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전폭적인 대안을 내놓은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다. 본 단체에 신고되는 피해 건 중에는 아직 사이버성폭력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촬영물 등을 보유하고 이를 유포하겠다며 피해자를 협박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대한 대처 방안이 없다”며 피해자 보호 방안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서승희 대표는 이와 관련해 “사후 조치 이외에 바로 대처할 수 있는 중간단계에서의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해 현재 정 부쪽에 제안서를 보내놓은 상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종합대책 중 일부다.


불법촬영은 곧 테러
이 같은 불법촬영은 주로 여성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불법촬영 범죄 피해의 남녀비율 은 각각 남성 3%, 여성 81.1%로 여성 피해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에 대해 나은솔(디미 14) 학우는 “불법촬영에 대해 민감하지 않은 편이었는데도, 점점 이런 피해 사례가 많이 나오면서 화장실 가는 것 자체가 찝찝하고 불안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남성이 피해자인 불법촬영 범죄 발생 건수 또한 2012년 53건에서 지난해 160건으로 5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6월에는 송파구 한 수영장에서 남자 탈의실과 샤워실을 몰래 촬영하던 동성의 프랑스인이 검거되기도 했다. 부천대학교 유아교육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원종수 학생은 “남성으로서 관련 사건을 접한 후 ‘나도 모르는 사이 촬영 당하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런게 여성들이 지금껏 느껴왔을 불법촬영에 대한 공포나 압박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문제는 남녀를 떠나서 명백한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의 의견을 밝혔다.  
박형진 대표는 불법촬영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해 “불법촬영물이 유통 되면 댓글로 피해자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거나 하는 식으로 2차 가해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는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는 고통이다”고 말 했다. 서승희 대표는 “피해자들은 공황장애 · 우울증 등 심적인 고통이 너무 큰 나머지 상담을 하는 도중에도 사람들과 연락할 정신적 에너지가 없어 급작스럽게 상담을 중단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불법촬영은 개인의 삶을 파멸시키며, 남녀 모두에게 무차별적으로 가해지고 있다. 그리고 연신 발생하는 불법촬영 사례들은 사회에 불안감을 조성했다. 이러한 점에서 불법촬영은 일종의 테러와도 같다.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혼술남녀> 8화에는 불법촬영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작중,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주인공 채연은 같은 고시학원에 다니는 공시생에게 불법촬영을 당한다. 범인이 잡히고 난 후, 울먹이는 채연에게 친구 공명은 “그러게 앞으로 적당히 좀 해. 너도 알다시 피 공시생들이 얼마나 외롭고 힘드냐. 그런 사람들한테 독한 말로 상처 줄 거 뭐 있냐고…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너 조심해야 돼”라며 책임소지를 피해자에게 돌렸다. 어쩌면 미디어에서 생산하는 이 같은 시각이 불법촬영 가해자들의 잔혹함을 헐치는 건 아닐까. 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불법촬영은 피해자가 조심해서 해결되는 일도 아니고, 피해자들이 조심해야할 일도 아니다. 카메라를 흉기로 사용하는 가해자들, 그들이 카메라를 내려놓아야 테러는 근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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