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 호랑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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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 호랑이를 만든다
  • 권민서
  • 승인 2017.09.2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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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사이트의 게시판에 민원 글이 게시됐다. 퇴근 시간과 맞물려 혼잡했던 버스 내에서 어린 아이가 사람들에 휩쓸려 하차했는데 버스가 출발했고, 놀란 아이 엄마가 버스 기사에게 내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기사가 이를 무시했다는 내용이다. 작성자는 다음 정류장에서 아이 엄마가 하차하자 해당 버스 기사가 큰 소리로 욕을 했다는 내용도 언급하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 게시글은 SNS를 통해 급격히 퍼지고, 사람들은 파렴치한 짓을 저지른 버스 기사에게 분노하며 비난의 화살을 쏟는다. 그런데, 서울시의 조사가 진행되며 사건은 두 차례의 반전을 맞는다. 우선 아이가 스스로 버스에서 하차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아이를 제대로 주시하지 못한 엄마에게로 비난의 화살이 날아갔 다. 이후, 서울시의 조사 결과 해당 사건 이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해프닝으로 밝혀지자 비난은 글을 최초로 쓴 유포자에게로 돌아갔다. 결국 초기에 엄청난 비난을 받았던 버스기사와 아이 엄마는 잘못이 없던 것이다.
이러한 마녀사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종업원이 임산부의 배를 걷어찼다고 알려져 논란이 된 2012년 ‘채선당 사건’, 같은 해 식당에서 아이의 얼굴에 뜨거운 국을 쏟았다는 ‘된장 국물녀 사건’. 이 사례들은 모두 초기에 가해자로 비난 받던 이들이 조사를 거쳐 죄가 없음이 입증됐다. 피해자가 있다면 가해자가 있는 것이 맞는 논리지만 이러한 사건에는 피해자만이 남게 된다. 과연, 가해자는 누구인가?
루머 연구의 선구자로 평가 받는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고든 올포트와 레오 포스트먼은, 소문은 전달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내용이 추가(adding)되며 날조된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이를 입증하기 위 한 실험을 진행했다. 사람들에게 무기가 없는 폭도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이것이 전달되는 과정을 추적한 것인데,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로 전달될수록 점점 날조되며 결국 사진은 무기를 갖고 있는 위험한 폭도들의 모습이 되었다. 또한, 한 비자의 ‘내저설(內儲說)’에는 이런 말도 나온다. ‘삼인성호(三人成虎)’, 세 사람이 호랑이를 만든다는 의미다. 한 사람 이 시장에 갑자기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하면 아무도 믿지 않지만 또 다른 두 번째 사람이, 그리고 세 번째 사람이 말 한다면 믿게 된다. 아무리 거짓이라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참이 되는 것이다. 현 사회는 개개인의 생각이 급속도로 퍼지며 언론 못지않은 파급력을 지닌다. 그만큼 입증되지 않은 ‘개인’의 ‘생각’이 기정 사실화 되어 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야기에 휘말려 누군가를 비판하기 전에, 또한 글이 논란의 여지가 있을수록 신중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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