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가 범죄 예방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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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가 범죄 예방하는 세상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17.09.11 0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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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어느 여름날 새벽.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편의점에 40대의 남자가 들어섰다. 물건을 고르 겠지 했더니 갑자기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계산대의 종업원을 위협했다. 순간 종업원은 침착하게 턱으로 매장 안쪽을 가리켰다. 식품 진열대에서 경찰관 두 명이 강도를 향해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었 다. 경찰관과 눈이 마주친 강도는 잽싸게 편의점 문을 향해 도망쳤다.
지난 8월 어느 금요일 오후. 캘리포니아 주 산타크루스 주차장에는 경찰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평범해 보이는 여성 두 명이 주차장으로 들어와 차 한 대를 훔치려고 했다. 범행 현장을 목격한 경찰은 이들을 절도범으로 체포해 차량 절도를 미리 막았다.


범죄 발생할 위치와 상황 예측해 ‘예방적 치안활동’ 
범행을 예고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두 사례의 범인들이 잡혔을까. 경찰은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던 게 아니다.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장소와 시간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해 예상 우범지역에 경찰을 미리 배치한 것. 그야말로 영화 같은 일이다. 2054년을 배경으로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예상 범죄자를 예측해 해당 용의자를 미리 단죄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인 ‘프리크라임’을 다룬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가 현실화된 것이다.
범죄 예측 프로그램은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빅 데이터란 기존 데이터보다 그 크기가 너무 커서 일반 적인 방법으로는 수집하거나 분석하기 어려운 데이터 집합체를 말한다. 인터넷,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오가는 모든 메시지, 이미지, 그리고 영상 등을 포괄하는 용어다. 간단하게 말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 경찰은 ‘예감 실험실’이라는 이름의 헌치랩 (Hunchlab), ‘예측 치안유지 활동’이라는 뜻의 프 레드폴(PredPol) 등도 범죄 예측 프로그램을 강도· 절도 사건 수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범죄 예측 프로그램은 과거 일어난 강도·절도 사건의 유형과 범행 시간 등의 범죄 통계를 기반으로 날씨와 행사 등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 후 범죄 발생을 예측해 지도에 표시해 주는 소프트웨어다.
어느 날 어디선가 범죄가 발생하면 인근에서 유사한 범죄 혹은 같은 범죄자의 재범이 발생할 확률이 커진다. 어디선가 전염병 감염자가 확인되면 곧 이어 주위에 또 다른 감염자가 나타날 위험이 커지는 것과 유사하다. 특정 범죄·사건 이후 뒤따르는 유사 범죄의 발생 시간과 장소, 유형 등 데이터만 있으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경찰은 프로그램을 기반 으로 특정 지역의 순찰을 강화해 범죄를 예방한다.
범죄는 장소와 시간을 가린다. 예를 들어 모두가 들뜬 금요일 밤에는 술집이 밀집된 지역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젊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지역의 뒷골목 등이 주요 범행 지역이다. 보안이 철저한 총기상이나 보석점 등은 새벽 시간대에 절도 사건이 일어난다.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면 사건이 더 많아진다.
현재 로스앤젤레스는 자동차 절도와 빈집털이를, 산타크루스는 자동차 절도, 빈집털이, 폭행, 조직폭력 활동 등 각각 다른 유형의 ‘범죄 발생률 예측 값’을 프레드폴을 통해 얻고 있다. 만약 한국 경찰 에서 범죄 빅데이터만 제공한다면 서울에서도 범죄 예측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도 미래창조과학부와 경찰청이 내년에 ‘폴리스랩(Police Lab)’을 출범시킨다. 폴리스랩 은 치안을 뜻하는 폴리스(Police)와 생활형 실험실 (Living Lab)의 합성어로, 빅데이터로 지역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패턴을 분석해 범죄를 예방하여 치안을 높이는 프로젝트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순찰활동을 강화하고, 한편으론 부족한 경찰 인력 문제도 해결한다.
범죄 예측 프로그램은 데이터가 누적될수록 더 진화해 나간다. 지난 5년간 범죄 기록보다는 10년 치 기록을 활용하면 예측 정확도가 높아지는 식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경찰이 6개월간 범죄 예측 프로그램을 시험한 결과 예보 정확도가 70%를 넘 었다. 범죄가 예보된 10곳 중 7곳에서 실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경찰이 빅데이터를 순찰 근무에 활용하자 범죄 발생 건수가 낮아졌다. 절도 사건은 33%, 폭행 사건도 21% 줄었다. 애초에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음이 증명된 셈이다. 이는 경찰이 추구하는 최선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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